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 번식장에서 보호소까지, 버려진 개들에 관한 르포
하재영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진실이 있다. 


알지만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덮어주고 싶은 진실.


우리는 그것들이 세상에 드러났을 때

얼마나 우리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지 알기에.

얼마나 우리 스스로가 힘들고 어려울 지 알기에

그 진실을 외면하고 자꾸만 덮어두려고 한다.


그리고 속으로 이야기한다.

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이 책은

내가, 우리가 그동안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

냉장고 안에는 눈도 못 뜬 새끼 강아지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하나같이 눈을 꼭 감은 채 앞발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였다.

종을 불문하고 아기들은 같은 얼굴을 가지는 것인지

냉장고 속 강아지들은 막 태어난 사람 아기들과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얼굴은 태어나는 순간의 표정이었을까.

죽는 순간의 표정이었을까.

"


작가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진실에 대해서

담담하게 서술해나간다.

아마도 작가가 감정에 치우쳤더라면

이 진실이 거짓처럼 느껴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분하게 진실에 한 걸음씩 다가가가는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면

진짜 진실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앞에 있는 인용 부분을 알면 눈치를 챌 수 있겠지만,

이 책은 버려진 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변식장, 보호소, 개농장, 도살장을 떠돌면서 버려지는 개로 시작해서

인간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책은 다루고 있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개는 가장 나은 처지인 반려동물이자

최악의 처지일 수밖에 없는 식용동물이라는 것을 알고, 

많은 동물들 중에 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우리와 친근한 개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 불편함 가운데 던져지는 질문은 하나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

이 책은 우리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가하는 질문을 하나 던질 뿐이다.

그런데 이것은 질문이자 동시에 결말이다.

동물권이 보장되고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세상이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되뇌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나는.

그리고 우리는 낙관도 비관도 없이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이 책을 자주 펼쳐볼 것이다.

이것만이 '자격 없는' 나의 응답이다.

- 박준 (시인)

"


박준 시인은 자주 펼쳐볼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동안

읽다가 멈추다를 반복했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내가 그렇게 읽다 멈추었다 했던 이유는

정말..

불편하고, 박준 시인이 이야기한 것처럼

자격 없는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관심을 갖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


이제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그동안 가려두고 있었던.

숨겨두었지만 없어지지는 않을 진실.


그 진실을 마주해야하는 시간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하는지

소중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져주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동물이 대접받는 나라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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