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 잘해야만 했고 버텨야만 했던 나를 구하는 법
이종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이 너무나도 솔직하다.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얼마나 솔직한가.

자신이 처한 이 상황에서 어떻게든 맞서 싸우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든 맞서 싸우라고 교육 받았으니 말이다.)

잠시 도망가보는 것.


사실 너무나도 편한 방법인데,

쉽게 하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이다.

도망가는 것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네이버 웹툰 <닥터 프로스트>를 작업 중인 이종범 웹툰 작가이다.

그런데 책의 표지에 작가의 설명이 재미있다.

장기 휴재의 죄책감 속에서 살아가는 웹툰작가.

이 책의 제목과 작가 소개가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피식 웃음 짓게 되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이런 작가의 생각과 삶을 다룬 에세이집이다.

그래서 무언가 많은 지식을 얻으려고 딱딱하게 읽기보다는

그냥 머리가 아플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침대에 기대서

또는 카페의 편안 의자에 앉아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커피나 차와 함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글의 일부분을 잠시 보면 느낌이 좀 더 살아난다.


"

피부에 생채기가 나서 피가 흐를 때,

마치 거기에 상처가 없는 것처럼

때수건으로 벅벅 미는 사람은 없다.

너무 아프니까.

보통은 그 상처를 일단 덮어둔다.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여서

남들이 만지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너무나도 다르게 대한다.

마음의 상처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


읽어보면 알겠지만 정말 에세이의 느낌이 묻어나는 글이다.

뻔뻔함과 무책임함이 필요하다라고 시작되는 작가의 에필로그만 보아도

이 책에서 작가가 독자에게 얼마나 편안함을 주려는 지 느낄 수 있다.

작가가 완벽함을 추구한다면, 독자도 그만큼 피곤하기 때문이다.


"

그래서 나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말이 헛소리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그 안경을 써보았다고 해서

지금도 그 시야를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건 그 자체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이해의 과정이다.

그리고 보통 저 대사를 쉽게 내뱉는 사람은

그렇게 부단하게 노력해서 상대의 입장을 숙고하지 않는다.

내가 해봐서 안다.

"


책에서 작가는 우리가 한번 정도는 들었을법한 말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작가가 직접 경험했던 일들에 대해서도

대화하듯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준다.


이 책이 편안함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매력 때문이다.


그래, 잠시만 도망가자.

이 책은 어떻게 도망갈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담을 넘으라고, 회사에 결근하라고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다만 책을 읽는 동안.

책 속으로, 글 속으로, 대화 속으로

잠시 일상을 떠나 도망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


책이 주는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책 속으로.

그래, 잠시 도망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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