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
악셀 하케 지음, 배명자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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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함께 나이들어 가는 것

나는 꽤 재채기를 세게 하는 편이다. 딸꾹질도 엄청 시끄럽고.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봤을 때 나와 비슷 한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동질감이 들었다. 엑셀 하케는 독일에서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 일해온 작가다. 저자는 어느 날 평소처럼 대차게 재채기를 했는데 갈비뼈가 부러지는 황당한 일을 겪는다. 하지만 그 사건은 그를 아주 특별한 여행을 이끌게 된다. 바로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함께 늙어온 몸, 삶 전반에 대한 깊은 성찰의 여행이다. 이 책은 몸과 마음에 관한 회고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가 겪은 수많은 몸의 변화에 나도 같이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몸이 말해주는 삶의 기록들

저자는 몸을 생물학적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록의 장소로 바라본다. 손등에 남은 상처, 빠진 치아, 주름진 목과 구부정한 허리 모두 인생의 작은 페이지인 셈이다. 이 부분에서 깊이 공감이 되었다. 나 또한 종종 거울 앞에서 예전과 달라진 몸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에 빠지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달라지는 몸도 잘 살고 있는 증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따뜻한 시선으로 거울을 바라보게 되었다. 저자는 몸을 단순히 늙어가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온 가장 오래된 친구라고 알려준다. 우리는 종종 몸을 불편함의 근원으로 여기거나 젊음과 건강을 잃었다고 탓하지만 사실 몸은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다. 늘 나를 지탱해주고 함께 버틴 친구나 마찬가지 이다.

결국 내 몸은 나의 집이다

책을 덮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이 곧 나다. 그리고 내 몸은 내가 살아가는 집이자 삶의 기록이다. 우리는 몸을 통해 세상을 경험하고 관계를 맺고 기뻐하고 슬퍼한다. 몸은 물리적인 존재가 아닌 나를 느끼고 살아가는 통로인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오래된 사진첩을 천천히 넘기듯 그동안 무심히 지나친 내 몸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제 몸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고 그 신호를 존중해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재채기하다 갈비뼈가 부러졌을 때 깨달은 것들>은 나의 몸과 삶에 대해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해준 책이었다. 유쾌하고 다정한 회고록을 통해서 나이드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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