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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 - 지구 끝에서도 살아남는 작고 여린 잎에 숨은 강인함에 대하여
곽준명 지음 / 현대지성 / 2026년 6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식물의 지능과 능력에 대한 식물관련 책을 어느 정도 접해왔습니다.
처음엔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없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책을 들었는데, 기존에 읽은 책보다 훨씬 과학적으로 자세하게 풀어낸 책이었습니다. 하나의 식물 안에 얼마나 치열한 생명 활동이 숨어 있는지를 깨닫게 하여, 또다른 감흥을 준 책이었습니다.
현미경으로 식물 세포를 들여다보는 과학자의 현장 경험과 친절한 설명이 사진과 자료로 함께 제시되어 친절한 식물 분자생물학 강의를 듣는 듯합니다. 세포 신호 전달, 식물 호르몬, 단백질, DNA 등 과학의 언어로 식물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식물의 잎 표면에는 공변세포라는 특수 세포가 있습니다. 식물은 공변세포가 만드는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쉬며, 가뭄 상황에서는 기공을 이용하여 수분 증발을 막는 행동을 합니다.
공변세포와 기공에 대한 설명이 책에 여러 번 나와서 이제는 익숙해진 단어가 되었습니다.
세포 단위로서 식물에 대해 설명합니다.
세포 자체에는 의식에 기반한 인지 능력이 없지만 외부의 자극이나 내부의 신호를 감지하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를 신호 수용체라고 합니다. 식물은 동물보다 훨씬 정교하고 민첩한 신호전달 체계를 갖고 있습니다. 빛과 온도의 변화에 적응하고 세균이나 곤충의 침입을 방어하며 물이나 양분의 많고 적음에 대처하는 등 식물의 모든 활동이 세포 신호전달 체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애벌레에 공격당한 식물의 반응을 책에 QR코드 링크를 통해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식물은 감각 기관은 없지만 통증이나 외부 공격이 있을 때, 신호전달 체계로 반응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식물은 세균의 침입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끝내 세균이 체내로 들어오면 세균에 감염된 세포를 스스로 죽이는 세포자살에 돌입하여 감염된 세포와 함께 세균을 제거해버리고, 동시에 면역 유전자들을 신속히 준비시킵니다.
식물의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호르몬인 살리실산은 사람의 피부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고, 살리실산에 간단한 화학 처리를 하면 통증 완화와 해열 작용을 하는 약물인 아스피린이 됩니다.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의 주요 성분도 향신료로 흔히 사용하는 팔각에서 추출한 것입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을 막아내는 식물의 힘을 인간이 가져와 약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식물은 물이 부족할 때는 식물 뿌리에서 앱시스산을 생합성. 앱시스산은 공변세포로 이동하여 기공을 닫아 체내 수분 손실을 막고, 식물의 성장을 늦추는 등의 활동을 하다가 적절한 환경이 갖추어지면 앱시스산의 양이 줄어들면서 배아 성장을 촉진합니다.
칼슘은 식물뿐만 아니라 동물의 세포 신호전달 체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발광 해파리의 녹색 형광단백질을 기반으로 노랑 카멜레온 형광단백질을 만들었고, 노랑 카멜레온을 통해 세포 내 칼슘 농도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랑 카멜레온을 개발한 첸 교수는 2008년에 노벨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연구를 보면 식물은 가뭄이나 고온, 혹은 물리적 충견이나 병원균의 공격 같은 스트레스를 경험한 식물이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유사한 스트레스 환경에 훨씬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가뭄 상황을 '기억'한 식물은 기공을 열지 않거나 빛에 대한 반응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애기장대가 예시로 소개됩니다.
식물마다 반응하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식물의 종에 따라 꽃을 피우는 시기가 다릅니다.
개화 조절 유전자가 온도에 의해 발현되고 작동되는데 우리나라와 같은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는 추운 겨울에 해당하는 한두 달의 낮은 온도를 경험해야만 꽃이 필수 있습니다.
식물은 능동적으로 판단해서 꽃과 잎사귀, 열매를 정확하게 떨어뜨리며 이 현상을 탈리라고 부릅니다. 탈리의 메커니즘, 탈리가 일어나는 부위에서의 리그닌과 큐티클 보호층이 생성되는데 식물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동물 중에는 2024년 까마귀가 최대 30까지 셀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식물도 파리지옥이나 다른 식물에서도 어느 정도 숫자 감각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파리지옥이 곤충을 감지했을 때 자극털이 가해지는 자극의 횟수에 반응하는 연구 결과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저 막역한 이미지나 지식의 차원에서 식물이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식물이 행동하는지 분자생물학의 언어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식물 내부에 일어나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떠올리면 식물을 이해하는 차원이 종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때가 되면 꽃이 떨어지고, 잎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식물 스스로 '판단'하여 식물 내부적으로 '능동적'인 선택과 '행동'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식물에 관한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책으로 식물에 대해 관심있으신 분들에게 흥미진진한 식물과학책으로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