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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도서관
차인표 지음 / 사유와공감 / 2026년 5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배우 차인표, 소설가로서의 그의 성공을 지켜보는 일은 찬탄과 함께 호기심도 어려있습니다.
유명 배우가 외롭고 고단한 글쓰기라는 작업을 어떻게 그렇게 묵묵히 견뎌올 수 있었을까?
옥스퍼드대 필독서로 채택되었다는 '잘가요 언덕' 은 일제 강점기 위안부 내용이라 들어서 좀 무거운 주제라 책 목록에 담아만 두고 차일피일 읽기를 미룬 책입니다.
신간 '우리동네 도서관'은 친숙한 주제에 가볍게 읽을 책로 여겼는데 제 생각보다 큰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용'을 쫓는 이야기.
'용', '용'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장르는 다르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책이 떠올랐습니다.
누구나 저마다의 '용'을 좇고 쫓으며 살아갈지 모르지만, 소설 속 '나'인 소설가 주인공에게 '용'은 글쓰기로 보입니다. 글쓰기에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배우가 아닌 소설가, 작가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삶'과 '글쓰기'에 어떤 의미를 담아, 무엇을 좇으려 하는지 읽을 수 있었던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가 찾으려는 '용'은 우리동네 도서관에 숨어 있고, 나를 비추는 '거울'입니다.
보이지 않는 '용'을 찾아
매일 우리 동네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나'는 잘 써야겠다는 생각, 위대한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글의 감옥에 갇히기도 하면서 소설 속 이야기를 만듭니다.
1부 쓰는 이, 2부 읽는 이, 3부 기억하는 이로 전개되는데 결국 글은 독자(읽는 이)가 있어야 살아날 수 있고, 사람은 누구나 함께할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소설은 크게 소설을 쓰는 소설가 '나'와 그의 소설 속 주인공 '번각'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이중 구조입니다.
보이지 않는 '용'을 그려야 하는 번각은 용을 찾아 떠난 을탄이 남긴 기록을 읽으며 용을 그려야 합니다. 고구려 공간에 번각과 그의 가족, 진대인, 염주, 현봉, 을탄, 포룡대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현실 속 '나'도 도서관에서 만난 송이, 출렁이, 노신사와 조금씩 관여하게 되면서 현실 속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시간의 순차적 흐름을 따른 현실과 소설 속 이야기가 교차되는 전개 방식은 소설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현실 속 '나'의 이야기도 소설 속 '번각'의 이야기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여 중간에 책을 놓지 못하고 끝까지 읽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매일 아침 동네 도서관 첫 번째 입장객이 되어 밤나무 테이블 가장 깊은 자리에 앉아 글을 쓰는 작가 '나'를 통해 소설가로서의 일상이 그려집니다.
고질병인 목 디스크가 있고, 쉰 살 넘어서 생긴 공황 때문에 전방의 시야가 확보된 곳을 선호하고. 새벽 운동을 하고, 글쓰기 전 기도하고, 이어폰으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점심은 근처 식당에서 해결하고, 도서관이 여의치 않으면 공원이나 카페 혹은 집에서 매일 2천자 이상 글을 쓰려는 노력,,
글이 풀리지 않을 때의 괴로움은 차치하더라고 글쓰는 작업은 외로워 보입니다. 외로운 글쓰기를 묵묵히 견뎌내는 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 이기 때문이 아닌지, 마치 소설 속 번각이 '용'을 좇아 용 그림을 그려야 했던 것처럼요.
더 나아가 소설 속 인물들 저마다 찾으려는 '용'이 있는 듯합니다.
친구의 죽음을 맞은 송이,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출렁이, 죽음을 검색하는 노신사에게도 그들만의 '용'이 있어 보입니다. 소설 속 번각이 용이 아니라 '함께'한 포룡대를 그림의 주인공으로 삼았듯이, 현실 속 그들에게 필요로 한 것도,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도 '함께'하는 연대가 아닐까 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작가로서의 분투와 소외된 약자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끝까지 함께하는 소설입니다. 배우 차인표가 아닌 작가 차인표로 제게 각인되는 소설이기도 하였습니다.
사람은 누워서 죽지만, 책은 서서 죽는다. 죽은 책을 살리려면 누군가 책장에서 뽑아, 펼쳐 들고 읽어야 한다. 그 일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독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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