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켄 코프먼 지음, 조주희 옮김 / 일레븐 / 2026년 3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오듀본? 제게는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존 제임스 오듀본(1785~1851)은 ‘현대 생태학의 아버지’ ,‘현대 조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세상을 떠난 지 약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조류학자입니다.
1905년 '오듀본 협회'가 생겼고, 켄터키주에 '오듀본 기념 주립 공원'이 있는 등 미국에서 가장 저명한 조류학자로 불립니다.
수많은 새를 최초로 발견하고 그림으로 기록하고, 실물 크기의 새 그림 435점을 수록한 '북미의 새' 저서를 남긴, 오듀본.
새를 쫓는 집요한 그의 열망과 재능, 명성과 업적 뒤에는 거짓과 속임수, 실수와 오류, 각종 은폐 의혹까지 허풍적 행보와 윤리적 결함투성입니다.
조류학자이기도 한 저자 켄 코프먼은 오듀본의 생애와 업적, 그가 저지른 과오를 새를 탐조하듯 집요하게 찾아내어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오듀본의 행보를 좇는 과정에서 미국 탐조의 역사, 당시 미국 역사와 함께 새에 대한 열정 넘치는 탐조 이야기가 함께 펼쳐집니다.
1803년 프랑스에 미국에 도착한 10대의 오듀본은 이웃집 딸 루시와 사랑에 빠져 프랑스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 정착하게 됩니다. 둘은 결혼하고 오듀본은 사업 실패로 빚 때문에 감옥에 갇히는 수모를 겪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습니다.
'현대 조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듀본의 업적, 그 시작의 동기가 새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걸 첫 장에서부터 읽게 되었습니다.
그가 결국 <북미의 새>,<조류학 전기>로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되기까지 그의 행보를 들여다보면 북미 조류 최초의 종합 연구서인 <미국 조류학>의 저자 알렉산더 윌슨을 향한 질투와 시기로 가득차있습니다. 그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새를 도감에 포함하거나 다른 이가 채집한 표본을 자신이 발견한 것으로 가로채는 등 사기꾼의 면모를 보입니다.
정교하고 아름답게 그린 탁월한 그림과 그가 새로 발견한 새의 종이 많았지만 그의 업적만으로 그의 야비한 모습을 가릴 수는 없습니다.
새의 울음소리를 허구로 묘사한 링컨 참새의 그림(오른쪽), 하단에 큐알코드를 통해, (큐알코드를 찍으면) 컬러 원화로 오듀본의 그림을 볼 수 있고, 링컨 참새의 소리도 들을 수 있습니다.
갤러리와 가이드를 통해 링컨 참새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새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됩니다.
예로, 까마귀는 잡식성이고, 영리할 뿐만 아니라 타고난 적응력으로 전 세계 흩어져 쉽게 볼 수 있는 새입니다. 까마귀는 특히 흔해서 전통 설화에 자주 등장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까마귀의 명칭이 지역 방언으로 여섯 가지가 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각 장 뒤에 <막간>을 삽입하여 새를 그린다는 것에 대해 설명합니다.
망원경도, 카메라도 없던 오듀본이 살았던 시대에는 어떻게 새를 그렸을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오듀본이 새를 그리는 방식을 보면 그가 새를 사랑한다기 보다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감을 그리기 위해 총으로 새를 사냥하고 죽은 새를 철사와 고정판으로 박제한 후 실물 크기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당시 시대상을 감안하더라도 백인 우월주의자, 노예제도 찬성주의자였고 사냥에 별 죄책감이 없어보이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렇게 생각됩니다.
새에 빠진 사람들의 열정적이 모습은 비슷한 것일까요?
10대 시절 모든 새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미국 50개 주중에서 48개 주를 히치하이커로 다녔다는 저자의 탐조 경험처럼 미국 조류사에 등장하는 탐조가들의 열정은 실로 대단해 보입니다.
중국 회화에서 새와 꽃 모티브는 천여 년 전부터 고도로 발달해 있었던 반면 서양의 자연 삽화에 등장한 것은 1700년대로 비교적 최근이라고 합니다.
오듀본 작품의 식물과 배경 그림 대부분은 다른 사람이 그렸고 오듀본은 거의 새 그림에만 집중해서 그렸습니다.
실수였던 의도였던 그림에서 새에 대한 오류들이 후대 조류학자들에 의해 발견됩니다.
조류학자 오듀본의 뛰어난 업적과 치명적 결함을 같이 조망하면서 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동시에 여러 탐조가 및 저자의 탐조 이야기를 통해 야생 생물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새로이 일깨우는 책이기도 했습니다.
오듀본을 둘러싼 조류학의 발전 과정과 환경 파괴로 멸종되는 새 이야기를 폭넓게 조명하여 새에 관심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흥미로운 책이 될 것입니다.
물론 오듀본은 노예제 찬성론자, 백인 우월주의자, 과학 사기꾼 등 여러모로 끔찍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더 다양한 종류의 새를 그려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와중에도, 진정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면이 존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