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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장소
나희덕 지음 / 달 / 2026년 1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제게 없는 '어휘'를 배울 수 있고, 세상과 사물을 보는 작가의 시선에 마음이 동하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 서문을 읽으면서부터 제 '배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나희덕 시인의 마음이 받아들인 풍경,
걸음을 멈추고 오래 마음이 머물렀던 풍경을 봅니다.
시인의 경험과 감정, 삶의 흔적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시선입니다.
런던 템스 강변 벤치들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를 기리기 위해 기증한 것입니다.
시인은 풍경을 보고 죽어서 차가운 대리석 묘비 대신 따뜻한 나무의자 벤치를 놓아달라고 아이들에게 말해두었다고 합니다. 벤치 옆에는 시인이 좋아하는 산목련 한 그루 심어달라고 덧붙여서요.
시인은 영국, 미국, 프랑스, 튀르키예 등 해외 여러 도시와 한국의 회산 백련지, 전주 한옥마을, 전남 백운동 별서정원, 소록도, 나로도, 순천만 등을 여행하고 산책하며 마음이 머물렀던 순간의 생각을 사진과 함께 담았습니다.
시인의 눈길이 머문 곳은 여행의 한 장소를 포함하기도 하지만 영국 자선가게에서 본 장애인 점원의 구부러진 손가락에 머물고, 강변의 물닭 부부, 영국 바스의 빵집에 머물기도 합니다.
영국 석세스 지방에 거센 바닷바람으로 심하게 굽은 나무 한 그루,
하늘보다 땅을 바라보고 살아온 시간이 훨씬 많았을 것 같은 나무입니다.
나무도 사람도 보이지 않는 운명에 엎드릴 수밖에 없었던 흔적들을 지니고 있다고 말합니다.
시인이 영국을 떠나며 가장 가져오고 싶었던 것은 '구름'이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한국 구름도 아름답다는 걸 보고 잃어버린 건 구름을 바라볼 시간과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어린 날에 행복하게 바라보던 구름,
시인들은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구름이 하늘에 떠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는 사람들 같습니다.
시인의 눈길은 햇빛과 바람, 비와 구름 등 자연에 머물고, 벽, 손수건, 시계, 자물쇠, 부동산 간판 등 사물에 머물기도 합니다.
뒷모습을 가진 사람들, 책을 읽는 노숙자와 노인, 춤을 추는 아이, 비둘기 엄마 등 사람에게 머물기도 합니다.
시인은 아이일 때 새와 대화하던 시절도 있었고 새에 대해 많은 시를 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요즘 들어 새가 귀엽고 반가운 저에게 더 반갑게 느껴졌던 글이었습니다.
괘종시계와 손목시계 등 시간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이 머뭅니다.
글을 쓰는 일이란 무엇보다도 시간과 싸우는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또, 밀란 쿤데라의 '시는 존재의 한순간을 잊을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 견딜 수 없는 향수에 젖게 하는 것'이라는 인용한 부분을 읽으면서 시간과 시계에 대한 시인의 숙고와 통찰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에세이에서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겨울 저녁이 제격이라고 합니다.
고요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소멸하는 존재들이 지닌 마지막 빛을 볼 수 있는 풍경들이라고 하셔서 저도 순천만 겨울 저녁 풍경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통해 자연에, 사람에, 사물에 깃든 신비를 해독하려는 시인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의 시선이 머문 곳은 시인의 예술적 감각과 경험이 느껴지고 따스한 온기가 흘러 글쓰기와 삶에 대한 '배움'이 된 책이었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손이 삶을 강하게 구부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지? 더 낮게, 더 낮게, 엎드리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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