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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라도 너의 편이다 - 가난한 이웃을 치료하는 의사가 배운 인생의 의미
최영아 지음 / 빛의서가 / 2025년 12월
평점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이화여대 의대를 졸업하고 31살에 무료병원을 설립한 이후, 현재까지 25년간 가난한 이웃들을 보살펴온 최영아 의사,
평생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며 얻은 의사로서의 고뇌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을 쉬운 언어로 담백하게 담은 에세이 책,
'나는 언제라도 너의 편이다(최영아, 빛의서가)'
이 책은 의과대학 재학 시절부터 현재까지 가난한 이웃들을 보살피면서 겪은 사연과 에피소드, 의사로서의 고민과 통찰 등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의사로서 고소득 전문직이 보장된 삶이 아니라 월급 백만 원 남짓 받으며 가난하고 속수무책인 노숙인 환자들을 진료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담담하게 담았습니다.
멘탈이 흔들릴 법한 놀라운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상황에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단단하게 헤쳐나간 저자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의료 행위를 다하고, 다한 것에 대하여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도록 애쓰는 의사로서의 삶, 남다른 길을 선택한 의사 최영아의 삶은 감동적입니다.
그녀가 틈틈이 기록한 의료 노트에 쓴 글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환자들을 보살피면서 느낀 의사로서의 통찰이 담겨있습니다.
삶에 대한 통찰입니다.
한때는 평범했거나 잘나갔던 사람들이 어떻게 노숙자가 되고 참담한 행려병자가 되는지, 그 상황에서 좋아질 방법은 없는지?
저자가 만난 다양한 노숙자들의 사연이 소개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병의 근원, 의료의 본질, 의사의 역할 등 여러 군데에서 "관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화여대 의과대학 강덕희 학장은 제자 의학도들에게 의료의 본질을 보여주는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실패와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길거리 생활을 하면서 기본적인 위생과 영양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지고 각종 질병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치료도 어렵지만 치료 후 관리가 제대로 안 되니 재발하기 쉽습니다. 재입원을 여러번 하는 환자를 만날 때면 의사로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환자를 그저 환자로서만 보고 치유해야 한다는 자세를 견지합니다.
취약계층 사람들을 바라볼 때, 특별한 누군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우리 몸의 가장 아픈 부분을 해결해야 우리 몸이 건강해지는 것처럼 우리 사회가 그들의 문제를 끌어안아야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삶이 나 자신은 물론 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상기해야 하며, 그것이 인생이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장에서 환자들에게 '먹는 것, 자는 것, 싸는 것, 씻는 것' 이 네 가지만 꼭 해달라고, 여기에 운동까지 더 해주면 더욱 좋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누구나 살아가며 인생에 버거운 순간, 어려운 시간이 찾아올 때,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이더라도 자신의 일상을 지탱하는 기본만큼은 포기하지 않고 붙들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책 제목이 건네는 의미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나는 언제라도 너의 편이다'는
가난한 사람에게 언제라도 편이 되어준 최영아 의사의 삶의 모습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또한 우리가 저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지녀야 할 삶의 태도여야 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관계 맺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인간은 질병으로 인한 고통 그 자체보다, 이 질병으로 인해 변화되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절하 때문에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릅니다.
관계의 단절을 겪고 사회와 단절되다시피 하는 사람은 지금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홀로 격리되다 가족, 친구 등 의미 있는 인간관계가 파괴된 사람은 사람다운 삶에서 멀어지기 쉽다.
거리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집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지만, 핵심은 ‘인간관계가 없다‘는 데 있다. ,,이들은 같이 살 사람, 돌아갈 가족이 없다. 물리적인 집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내가 머무를 수 있는 마음의 쉼터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영어로도 노숙인이 ‘하우스리스‘가 아니라 ‘홈리스‘인 이유다.
치료와 치유는 관계 맺음부터 시작한다. 곁에 있는 사람의 온기가 세상을 살아갈 힘을 키워줄 수 있다.
인간은 또한 자기 자신과도 관계를 맺는다. 자신의 고통에 직면해서 이를 품위 있게 극복하는 경우에는 스스로에 대해 만족감을 얻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평생 자기 실망감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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