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법을 어길 때 - 과학, 인간과 동식물의 공존을 모색하다
메리 로치 지음, 이한음 엮음 / 열린책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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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곰의 습격을 받아 사상자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뉴스를 접한 바 있습니다.

뉴스 화면으로 곰이 겨울잠도 안 자고 시가지에 출몰해 대형마트로 들어가고, 어린아이들이 곰 퇴치용 호루라기를 준비하여 등교하는 장면들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멧돼지가 농작물을 망치는 사례도 생각납니다.

그동안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깨뜨리는 현장을 저술한 과학책을 읽었다면, 이 책은 자연이 인간이 정한 법을 어겼을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습니다.

동물은 본능에 따라 행동했으나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는 분쟁의 현장을 탐사하고 해법을 고민하는 책,

'자연이 법을 어길 때 (메리 로치, 이한음 옮김, 열린책들)'

총 15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차례에서 알 수 있듯이 곰, 코끼리, 표범, 원숭이, 쿠거, 나무, 콩, 조류, 갈매기, 쥐 등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동,식물에 대한 탐사 여정을 보여줍니다.

제목을 인용하여 표현한다면 "자연이 법을 어길 때"의 상황과 배경, 피해 정도를 보여주고 나라나 종교에 따라 달라지는 갈등 해결법을 소개합니다. 나아가 현재의 기술로 시행하는 대처법을 포함, 유전자 드라이브 등의 해결책을 위한 과학 실험의 현주소를 담고 있습니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유쾌한 과학저술가로 평가받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1659년 이탈리아 법원에서 제소를 당한 모충, 중세 시대 교회에서 파문을 당한 곰, 민달팽이에게 내려졌다는 <태형> 처벌, 돼지의 살인 재판, 바구미종에게 제기한 소송 등 웃음이 나오는 이런 황당한 내용이 실제 문서 자료들로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콜로라도, 인도, 성 바오로 광장 등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인간과 코끼리 갈등 전문가, 곰 관리자, 벌목 및 발파공, 포식 동물 공격을 다루는 전문가, 포식 공격을 조사하는 법의학 수사관 등을 만나고 직접 훈련에 참가하고, 생쥐의 미끼를 맛보고, 원숭이의 습격을 받는 등 2년에 걸친 생생한 탐사 현장을 유머를 섞어 담았습니다.

전반부는 야생 동물에 의한 살인 등 중범죄를 다루고 후반부는 무단 횡단하는 발굽 동물 등 보다 덜 중대하지만 더 널리 퍼진 피해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의 갈등은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해친 곰은 현장에서 사살되지 않았더라도 한 번이라도 사람을 먹이로 취급하면 재발할 수 있어 예방 차원으로 곰에 대한 사형선고가 내려집니다. 중범죄를 범한 곰을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여도 옮긴 지역에서 비슷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 짧아져서 곰에 의한 피해는 갈수록 커진다고 하는데 곰도 인간이 일으킨 문제의 피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범죄를 저지르는 곰이나 마을로 내려와 쓰레기를 뒤지는 곰 이야기는 오싹했지만, 냉장고를 열어 다른 음식은 안 건들고 달걀만 챙기는 곰이야기는 동화책에 나오는 곰처럼 친근하게 여겨지기도 하였습니다.

미국, 인도, 뉴질랜드 등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나라 간 동물을 대하는 인식의 차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접근 방식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의 경우는 서부 개척시대 야생 동물을 상품 아니면 유해 동물이라는 인식에서 1960년대부터 동물복지 운동이 서서히 일어났지만, 인도의 경우 모든 것에 신성이 있다고 여기는 힌두교의 영향으로 코끼리, 표범, 원숭이 등에 의한 심각한 피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사살보다는 보호시설에 감금하는 등 다르게 접근합니다.

뉴질랜드의 경우 침입종 포식자들을 인도적으로 없애려고 (빨리 죽이는 법 모색 등) 노력합니다.

인도적으로 죽이려는 과학적 해법으로 전기 덫, 표적 침입종만 죽이는 독 등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취재하여 소개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죽는 과정이 끔찍해서ㅡ어떤 종을 보존하기 위해 다른 종을 죽인다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렵다.ㅡ 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무단 행단을 하는 동물에 대한 대책으로 생태 통로, 마이크로파 감지기 등이 있으며, 개체 수 제한을 위한 각종 동물 피임법의 경우는 부작용의 위험 및 윤리적 논란이 있을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야생 동물(식물 일부 포함)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탐색하고 현재 과학이 이런 문제에 어떤 해결책을 갖고 있으며 미래를 위해 어떤 실험을 하며 준비하고 있는지 과학의 현 주소를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해법 제시보다는 자연이 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한 탐사에 비중이 높다고 여겨졌습니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풀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이기에 해법보다는 독자에게 함께 고민해보도록 질문을 던지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야생 동물 님비주의NIMBYism다. 공원의 다람쥐는 귀엽다. 그러나 내가 심은 식물을 파헤치는 다람쥐는 괘씸하다.

똥 과학의 미래는 밝다. 똥을 유전적으로 분석하는 쪽이 이포획-표지-재포획 방법보다 훨씬 빠르고 비용이 덜 든다.

우리는 실험실에서 쥐와 생쥐를 윤리적으로 다루고 인도적으로 <안락사>하는 상세한 절차를 마련해 쓰고 있지만, 우리 집과 뜰을 침입하는 설치류나 미국너구리를 처리하는 공식 표준 절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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