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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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며칠동안 겪은 일들을 담고 있다. 아주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겪은 일이라 하기엔 무언가 아쉽다. 그것은 콜필드의 눈으로 바라본 콜필드식 해석 때문인 것 같다. 그가 바라본 주위 환경, 주변 사람들의 모습... 사람들의 위선적인 모습과 속물 근성을 그의 관점으로 신랄하게 꼬집는다. 하지만 홀든의 모습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 그의 주관적 해석에 대해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해석은 그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끊임없이 환경이 그를 우울하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정작 자신이 우울함을 유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콜필드식 해석은 매력이 있다. 특히 어떠한 대상에 대해 비난할 때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그 대상 자체가 아니라, 비난할 부분만을 정확히 꼬집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러면서도 비난의 대상에 대해서 애정이 함께 존재하는 듯하다. 그의 생각은 공감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낼 때, 나 같으면 절대로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나라면 ~라고 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식의 생각은 나 또한 여러 번 해본 듯 하다.

이제까지 이야기한 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D.B의 물음에 대한 홀든의 대답처럼... 나또한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여러 가지 생각들이 두서없이 엉켜있는 듯 하다. 확실한 건 콜필드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만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 각자의 몫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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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그림책
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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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은 마치 상상 속의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듯 마음 한 구석을 설레게 하면서도 고요하고 차분하다. 색채는 자극적이거나 강렬하지 않으며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 눈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러면서도 그의 시선은 예리하고도 날카롭다. 해지는 노을녘을 바라보고 책더미 위에 걸터 앉은 중년 신사의 뒷모습은 어딘지 모를 쓸쓸함과 연민을 느끼게 하고, 누군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책장 사이로 삐져나온 혀는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림을 보는데 있어서는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다. 그리고 한계도 없다. 그저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고 느끼면 된다. 그것이 아마도 그림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기 전 글을 먼저 읽고 작가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과연 책 장의 뒷면엔 어떤 그림이 있을까를 머릿 속으로 생각해봤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는 그림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았다. 실제로 그림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글들도 많았다. 그림을 그린 이의 심중이야 나같은 독자가 정확히 파악하기란 불가능한 것이겠지만, 어쩐지 그림과 글 사이에 괴리가 있어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몇몇은 정말 기발한 상상력을 통해 그림을 이야기하는 글들도 있었으며, 내가 미처 잡아내지 못한 부분을 이야기해주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책에 함께 실린 글은 또다른 누군가의 생각일뿐 거기에 구애받으며 그림을 감상할 기회를 놓친다면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은 보는 이에게 상상을 통하여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그림마다 등장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모습의 책들은 책에 대한 그의 애정과 관심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그러기에 책그림책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고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자,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책과 함께 상상의 세계에 흠뻑 빠져들 준비가 되었다면 그 첫 장을 넘기자. 그러다보면 어느새 책을 타고 지붕위를 날아올라 책과 함께 하늘과 달을 향해 자유로이 꿈과 상념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상상해보라, 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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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사람 이솝
라 퐁텐느 지음, 신은영 옮김 / 미래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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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은 이솝 우화에 관한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책으로 그를 만났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시절 이솝 우화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당시의 감정은 이솝은 참으로 재치있고 지혜로운 사람이다라는 것과, 우화가 그저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점점 나이가 들고 세상이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읽게 된 이솝의 이야기는 내게 삶에 대한 하나의 깨우침이자 탈출구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 책은 이솝 우화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솝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누가보기에도 흉하고 추한 몰골을 가진 그가 노예로 살아가면서 그 신분에서 해방되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삶을 우화를 통해 여실히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실제로도 이솝은 우화의 삶을 살았던것 같다. 그는 인간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하여 기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데에 탁월했다.

하지만 단지 이솝 우화에 대해 궁금한 것이라면 이솝의 생애를 이야기한 이 책이 어쩌면 조금 허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이솝 우화가 시대에 너무나도 뒤떨어진 이야기이며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이솝에게서 배울 수 있는 지혜와 어떤 상황도 재치있게 넘길 수 있는 위트는 사회를 살아가는데에 있어 절실히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이솝의 이야기는 내게 힘들고 어려워 보이는 고난도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과 지혜를 배우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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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와 늑대 눈높이 어린이 문고 23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유기훈 그림, 작은 우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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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책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읽으며 늑대들과 주인공의 모습에서 느꼈던 감동 같은 것을 막연히 떠올리며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다시 읽고 느낀 것은 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싸한 느낌이랄까?.. 미약스와 늑대들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고 따뜻했지만, 그들을 감싼 현실의 냉혹함이 이상하게도 더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에스키모 사회의 전통적인 모습과 정신, 그리고 늑대들의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약스는 늑대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한층 성장하게 된다. 미약스의 눈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에스키모인들의 삶이 지니는 가치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삶의 가치를 알게 되었기에 후반부에 드러나는 에스키모 사회의 변화가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점점 밀려드는 서양 문물로 인해 생활 방식이 변하고 전통적인 가치가 희미해지고... 미약스의 아버지마저 환경에 맞추어 신념이 변한 듯한 모습에 허탈함이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는 외면한다고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보지 않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약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과거를 되돌릴 수 없기에 안타깝다 해도, 변화가 전통적인 가치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동문학이라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생생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들을 담고 있다. 그러한 점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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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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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세 사람의 사랑이 있다. 부부인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무츠키의 남자 애인 곤. '아, 이런 사랑도 있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이들의 관계가 사랑인가에 대한 모호함이 들기도 했다. 세 사람을 이어주고 있는 믿음이라는 끈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말하는 쇼코의 선택이 정말 세 사람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결국 나는 그들의 관계에 대해 이렇다할 내 생각을 정의내리기 보다는 말없이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편을 택하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그들의 삶을 담담하게 담아내었듯이, 그냥 그 시선을 따라가면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세 사람이 함께 하는 모습은 불협화음임에 틀림없지만, 그 모습은 묘하게 잘 어울린다. 세 사람이 함께함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위태롭지만 상쾌한 느낌을 주는 묘한 관계...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 은사자와 많이 닮은 듯한 그들이 만드는 그들만의 사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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