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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와 늑대 ㅣ 눈높이 어린이 문고 23
진 크레이그헤드 조지 지음, 유기훈 그림, 작은 우주 옮김 / 대교출판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읽었던 책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초등학교 시절에 이 책을 읽으며 늑대들과 주인공의 모습에서 느꼈던 감동 같은 것을 막연히 떠올리며 부담없이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다시 읽고 느낀 것은 전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싸한 느낌이랄까?.. 미약스와 늑대들의 모습은 충분히 아름답고 따뜻했지만, 그들을 감싼 현실의 냉혹함이 이상하게도 더 강렬하게 기억되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에스키모 사회의 전통적인 모습과 정신, 그리고 늑대들의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약스는 늑대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에게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한층 성장하게 된다. 미약스의 눈을 따라 가다보면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에스키모인들의 삶이 지니는 가치를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삶의 가치를 알게 되었기에 후반부에 드러나는 에스키모 사회의 변화가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점점 밀려드는 서양 문물로 인해 생활 방식이 변하고 전통적인 가치가 희미해지고... 미약스의 아버지마저 환경에 맞추어 신념이 변한 듯한 모습에 허탈함이 밀려오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변화는 외면한다고 피할 수 없는 것이고, 보지 않는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약스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과거를 되돌릴 수 없기에 안타깝다 해도, 변화가 전통적인 가치를 완전히 소멸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아동문학이라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생생하게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의미들을 담고 있다. 그러한 점이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읽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일 것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