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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종의 교회생각
박삼종 지음 / 홍성사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황홀하고 불온한 유혹,
《박삼종의 교회 생각》은 새로운 출애굽 선언이다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요즘 한국 교회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황지우의 시구다.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고 희구했던 교회의 부흥과 성장이 이런 것이었을까. 세계 최대의 교회, 탁월한 능력의 종,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 스타급 목사들이 부서진 채 추락하고, 교회는 사회적 풍기를 어지럽히는 존재로 망가져 버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할까.
《박삼종의 교회 생각》은 서둘러 자리를 뜨라고 속삭인다. 아무 감동도 없는 지루한 삼류 영화 같은 설교는 그만하고, 봄이 오고 있는 광야로 나가자는 것이다. 희년의 뿔나팔이 울렸다. 새로운 출애굽 모험이 시작되었으니 변방으로 가자. 거기, 자신만의 단독인 자유가 있으니,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선 가난한 친구들과 우정 어린 선물의 공동체를 세우자. 황홀하고 불온한 유혹이다. 그는 대전 평화의마을공동체가 자리한 아골 골짜기를 희망의 문이라고 우긴다. 그리고 함께, 온몸으로 밀어 보자고 유혹한다. 나도 못 이긴 척 보따리를 싸서 그를 따라 야반도주라도 하고 싶다.
이 불온한 유혹에 저항할 수 없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우리가 넘어지고 또 넘어지는 현실적인 문제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부채 922조, 교회 부채 4조5천억. 이 빚이 문제의 원인이다. 사랑의 빚을 져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맘몬에게 무거운 빚을 지고 있으니 자유롭게 사랑의 계명을 따를 수가 없는 것이다. 청년 실업 110만, 비정규직 900만, 하루 평균 42.6명이 자살하는 현실을 뻔히 바라보면서도 교회가 사회의 흐름에 저항하고 대항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권력과 자본의 논리를 정당화하면서 지배체제에 편승해 온 이유는 무엇인가.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 교회는 지금도,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던 바로 그 자세로, 신사참배체제를 견고하게 유지하면서 21세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게 박삼종의 ‘생각’이다.
둘째, 대안이 뚜렷하다. 하나님나라를 향해 탈출하는 새로운 출애굽의 경로가 선명하다. 우선 한국 교회는 사회적 회심을 해야 한다. 공적인 광장에서 예수의 주되심을 선포하고 특혜를 받고 지은 교회 건물이나 땅이 있다면 과감하게 선물로 내놓자고 말한다.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성령의 능력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이런 사회적 회심이 있는 곳에 참된 부흥이 일어날 것이다. 사회적 회심이 구체제에 저항하는 행동이라면, 대안은 희년의 경제공동체다. 하나님 앞에서 단독자로 친구들이 서로를 환대하고, 선물의 경제를 이루는 텅 빈 공동체에서 성령의 권능이 역사한다. 맘몬과 자본이 주는 욕망의 일상을 거부하고 하나님나라의 가치에 따라 호모사케르(개잡놈), 하나님나라의 아나뷤(가난한 자)들이 다가오는 하나님나라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박삼종의 교회 생각》은 오랜 정치·사회적 고민과 치열한 신학적 사유, 그리고 모험적인 실천이 어우러진 산물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겠다. 2011년 ‘복상(〈복음과상황〉)이 주목한 젊은 그리스도인’에 선정되기도 한 저자는 적어도 지난 몇 년간 소위 복음주의 계통에서 통전적이면서도 가장 모험적인 이야기를 해온 ‘핫’한 이론가 중 한 명이었다. 《박삼종의 교회 생각》은 급진적 아나뱁티스트로서 융합적 지성의 면모만이 아니라, 목회자이자 평화운동가로서 대전 후미진 변두리에서 교회를 개척하는 그의 겸비하고 진지한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교회에 대한 개인의 사색을 잠정적으로 가름하는 결과가 아니라,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순례의 도상에 있을 하나님나라를 향한 모험의 궤적으로, 예수의 친구들이 보내 온 초대장으로 읽는 편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광하 (일산은혜교회 목사, 전 〈복음과상황〉 편집장)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6509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