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학교 백서 청어람 청소년 1
심너울 외 지음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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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람 주니어에서 청소년 문학 시리즈로 첫 작품 <미래 학교 백서>를 출간했다. 출판사에서는, 청소년에게 미지의 세계와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고 아낌없는 위로와 힘찬 응원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요즘 앤솔러지 소설집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번 소설집에는 네 명의 젊은 작가, 탁경은, 하유지, 이선주, 심너울의 작품이 실렸다. 미래의 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이 주인공인 SF소설이다.


첫 번째 소설 해커와 찰리는 학교가 학생들을 위협하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주인공 초현이 다니는 고등학교는 인공 지능 찰리가 모든 시스템을 관장하며 교장과 교감만 인간이고 나머지 교사는 모두 인공 지능이다. 인공 지능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란 감옥과 다를 바 없다. 인공 지능 버전 업 주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요즘 전문가도 따라가기 벅차다고들 한다. 그런데 이 소설처럼 근미래에 인공 지능이 시스템화 된다면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인간은 몇이나 될까?


두 번째 소설 제목은 냉동 이모 고은비인데 네 편의 소설 중에서 이 작품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하유지 작가는 이 짧은 소설 안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동안 읽은 냉동 인간 소재 소설은 시간의 격차로 인해 발생하는 제반 문제를 주로 다루었는데 이 소설은 주인공이 열 다섯 살이라서 겪는 문제들이 주가 된다. 주인공은 냉동 인간이 해제되었을 때 벌어질 신체의 문제에 신경 쓸 겨를 없다. 청소년 시기는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는 시기라고 하는데 주인공 은비는 확립은커녕 다른 이유로 심한 정체성 혼란을 겪는다. 마음의 나이 열다섯과 사회 나이 마흔다섯 사이의 간극 때문이다.


30년 만에 깨어난 은비는 조카와 같은 반에서 공부해야 하고, 변화된 세상에 맞추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지만 재미도 있었다. 자신이 좋아했던 아이돌의 아들이 자신을 졸졸 따라다니고 학교 캠핑에선 중년이 된 아이돌을 만나게 되어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데 또 다시 큰 결정을 해야 할 일이 벌어지고 만다. 심장 치료약이 개발되서 깨어난 것인데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래서 다시 냉동 캡슐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다. 은비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또 다시 냉동 수면 상태로 들어갈 것인가, 짧은 삶과 영원한 수면을 선택할 것인가.


이 대목에서 독자도 고민하게 된다. 나라면 어떻게 할까? 은비의 결정을 여기 쓰면 큰 스포일러가 되므로 생략한다. 책을 함께 읽는 부모나 교사가 학생들과 토론해보면 좋겠다. 은비의 결정과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해. 기술적인 부분은 어차피 상상이므로 자세히 언급하기보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달라질 결정에 초점을 맞추면 흥미로운 토론이 될 것이다. 다른 소설들도 토론거리가 많다. 이 책은 한 번에 읽기 보다는 한 편씩 소설을 읽고 그 소설에서 토론 거리를 찾아보는 활동을 해보면 좋다. 같은 소재라도 아이들마다 인상 깊은 부분이 다를 수 있으니 토론 거리도 다를 것이다.


세 번째 소설은 이선주 작가의 미끼.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대면이 많이 줄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전혀 다르다. 비대면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쉬운 사례로 배달 음식 문화다. 예전엔 문을 열어 배달한 사람에게 직접 음식을 받고 돈도 지불했지만 요즘은 벨만 누른 뒤 음식을 문 앞에 두고 간다. 결제는 이미 온라인으로 이루어졌으므로 전혀 대면할 일이 없다. 이 소설에는 A구역과 Z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A구역 아이들만 학교에 다닐 수 있다. 주인공 채아는 학교에 가지 않고 줌으로만 수업을 듣는다. 빈부 격차 문제, 비대면 교육 문제 등을 주제로 이야기 나눠볼 수 있다.


마지막 소설 심너울 작가의 불법의 존재는 테라포밍(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 및 위성, 기타 천체의 환경을 지구의 대기 및 온도,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어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이 소재다. 고도로 기술이 발달한 미래가 배경이다. 기계 아리가 인간에 의해 우주로 쏘아 보내졌는데 외계 행성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인간의 존재가 불법이었던 시절을 기억하고 깨어난 아리는 이곳의 인간들이 합법적인 존재라면 도와야 한다.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이다. 작가의 무한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청소년 독자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스토리 텔링법을 배우게 될 소설이다.


청어람 문학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을 서평단 자격으로 받아 읽게 되어 기쁘다. 중학생들과 재미있게 읽고 토론할 생각에 벌써 즐거워진다. 앞으로 이 시리즈에서 출간할 책들이 기대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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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1~4 세트 -전4권 (완결) - 만화
강태진 지음 / 휴먼큐브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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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카카오웹툰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강태진 작가의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가 종이책으로 출간되었다. 출간기념 서평단 이벤트에 당첨되어 1~2권을 받아 읽었다.


'복수' 키워드는 영화나 문학에서 심심찮게 사용되어 왔고 독자와 관객은 주인공의 복수가 성공하길 바란다. 특히나 요즘은 약한 사법판결을 대신해 사적제재를 가하는 내용에 더 감정이입 된다.

이 책의 주인공 맹도훈은 어린시절부터 고아나 다름없이 혼자 살았는데 갑자기 할머니를 찾고 아버지까지 만나게 됐다. 그런데 심각하게 꼬여있는 상태... 도훈은 아내 모르게 친구에게 1억이나 사기당했다. 할머니가 사는 동네 재개발로 집을 증여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할머니는 치매, 할머니 집 창고에서 30년간 감금된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오게 되는데...

산너머 산이다. 과연 도훈은 빚을 해결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 걱정은 암것도 아닌 것! 갇혔던 아버지가 진짜 아버지가 아니라는 걸 도훈만 모른다는 사실. 한거풀씩 벗겨지는 사연은 반전에 반전이!! 사람 죽이는 건 일도 아니고, 누명에, 불륜까지!


그런데 줄거릴 쓰려니 죄다 스포라서 뭘 언급할 수가 없다. 그저 쫄깃하게 재밌고 실감나게 웃긴다는 건 확실하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은 첨부된 연습노트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부산 사람으로서, 넘 재미있었던 건 사투리였다. 경상도 사투리라고 뭉뚱그릴 수 없이, 딱 고마쎄리 마 부산 사투리다!! 네이티브 아니면 읽으면서 쫌 힘들었을 것이다. 연재 당시 사투리 해석 혹은 번역 댓글이 달렸을 게 분명하다.


아래 문장 해석이 가능하다면, 부산싸람!!

"지 아이라카면서 택시 타고 달라빼뿌대."

"이 새끼가 터진 주디라꼬 씨부리는 꼬라지 봐라."

"근데 이 자슥이 그 걸배이한테 홀킸는가, 안 온다캐요."

"보살님하고 충배 보살하고 다이다이 붙으면 누가 이기요?"

"당연히 제가 이기지예. 기혈을 팍 요래 찌시면 꼼짝도 못합니더."


과연 도훈의 아버지 영춘은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덕수의 복수는 성공할까? 불쌍하게 살아온 도훈에게도 볕들 날이 올까?
넘 궁금한데 1~2권이 끝났다.

어서 3~4권을 읽고 싶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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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시대 새소설 17
장은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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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의 시대>라는 소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요즘 얘기일거라 예상했다. 요즘 나는 도대체가,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 답답해서 죽을 것 같고 화도 난다. 내겐 왜 그를 처리할 능력이 없는 것인지! 소설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채 제목만 보고 멋대로 기대했다. 부끄러운 시대를 건너려면 이러이러해야한다는 지침을 주지 않을까. 아니면 현실보다 훨씬 부끄러운 시대가 여깄으니 위안 삼으라 할 줄 알았다. 비장한 내 예상과는 달리 소설은 밝았고 예뻤다.


소설의 첫 문장 나의 아버지는 유령이다.”는 호텔 청소부의 정체성이다. 이 소설의 놀라운 점은, 우리가 어떤 단어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생각의 범위를 넘어서는 지점에 있다. 소설에서 작가가 사용한 단어는 유령, 우산, 부끄러움이고, ‘이봐요‘DO NOT DISTURB’도 있다.


수공예 우산을 만드는 강한해가 들려주는 그의 가족사에 놀랐다. 저렇게 순수한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아버지와 둘이 살고 있었는데 이혼한 누나가 집으로 들어와 다시 세 식구가 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호텔에서 청소 일을 한다. 평생 같은 호텔에서 청소를 해왔는데 청소노동자로서의 유령 같은 정체성은 삶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삶의 태도를 부끄러움이라고 정의 내렸다.


어머니도 아버지와 직업이 같았지만 성격은 아버지와 정반대였다. 있는지도 모르는 청소노동을 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선두에 나서서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녀 인생의 첫 번째 행동은 고등학교 때 막말을 하는 담임에게 천하의 개새끼!”라 욕하고 교실을 나온 것이었다. 두 번째는 퇴학당한 막내딸을 집안의 수치로 여기는 부모에게서 당당하게 독립한 일이었다. 스무살 생일을 지나자마자 가출한 것이긴 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정반대의 인품을 가진 아버지를 만나 결혼했다.


누나의 과감한 행동은 어머니를 닮은 것처럼 보였다. 남편 이빨 사이에 낀 고춧가루와 셔츠 사이로 삐져나온 가슴 털 한 가닥 때문에 밥맛이 뚝 떨어져서 이혼했다는 누나가 친정으로 돌아와 빈둥빈둥거리는 게 동생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었다. 김치찌개 국물과 블루베리 얼룩이 묻은 목 늘어난 티셔츠를 닷새째 입고 있는 누나가 아버지가 차려주는 밥상을 받고 커피까지 받아 마시는 꼴을 보니, 동생의 입에서 부끄럽지 않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부끄러움이라는 단어를 쓸 때가 바로 저런 장면이다. 그런데 누나는 이혼이 부끄러운 거냐며 반문했다.


소설에서는 부끄러움이 수줍음, 좋아함, 존경심처럼 여러 모습으로 정의된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의 수줍어하는 부끄러움, 존경하는 이에게 부끄럽게 표현하고픈 경외감. 이런 것은 서두에 밝혔던 요즘 나의 부끄러움과는 다르다. 갑갑한 현실 때문에 내 사고가 갇혀버린 것이다. 부끄러움이란 화두는 같은데 칙칙하고 답답한 현실과 이 소설은 달라서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화자인 강한해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나는 아버지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직업인 청소부, 그것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하는 호텔 객실을 청소하는 유령 같은 존재인 아버지는 일상에서도 유령처럼 살았다.


지위에 맞지 않는 짓거리만 자행하는 자가 국가의 아버지 격인 리더랍시고 떡하니 자릴 차지하고선 제 행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부끄러움은 오로지 국민의 몫이다. 이에 대학교수들과 문인들이 속속 시국 선언을 하고 있다. 첫 문장을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로 시작하는 경희대학교 교수들의 시국 선언은, 참담한 현실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격하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은 부끄럽지 않다. 사람들이 부끄럽다며 기피할 직업을 강한해의 아버지는 평생 성실하고 당당하게 수행했고, 생의 마지막을 유령처럼 마감했다. 소설 속 감염 상황은 코로나 팬데믹 시절의 장례와 같이 치러졌다. 그렇게 아버지는 떠났지만 아들에겐 대화록이 남았다. 수줍어서 비대면인 문자를 선호했던 아버지는 시인 같은 문장들을 남겼고 아들은 그 문자 대화록을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여긴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문자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정과 마음이 엿보여 지우지 않고 보관해 두었는데 태우거나 버리지 않을 유품이 될 것이다.


"우리 아들 한해 많이 지쳤지? 내일은 꼭 집에서 같이 저녁 먹자. 네가 좋아하는 순두부째개 해놓을게. 오늘 밤은 가을 달이 순두부처럼 말캉하구나."


아버지의 이런 감수성의 토대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만남이 있었는데 그는 호텔 투숙객이었고 강한해의 스승님인 우산 장인이다. 우산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강한해의 이야기와 호텔을 청소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또는 겹쳐지며 진행되었다. 전혀 다른 직업의 작업 과정을 두 축으로 보여주다가 어느 지점에서 만나게 되는데 그게 바로 스승님이다. 부자가 같이 존경했던 사람이었다. 한해가 스승님의 언행을 복기할 때마다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는데 아버지와 스승님이 호텔 직원과 투숙객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그 실체가 명확해진다.


이 소설은 참 신기한 소설이다.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자간의 갈등이 없다. 남매간의 격렬한 다툼도 없다. 가족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나 싶다. 하찮게 여겨지는 직업인 청소노동자와 함부로 버려지는 우산을 손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안에서 진정한 직업의식을 만날 수 있다. 고충만을 토로하거나 단점을 부각시키지도 비하하지도 않는다. 자주 등장하는 부끄러움은 그 외의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다.


한해는 아버지의 죽음을 한마디로 방해하지마!”라고 정의했다. 아버지는 생을 끝내고 나서야 저 말을 세상에 외칠 수 있게 된 것이다. 배제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말에서 비로소 벗어난 것이다. 아버지가 자신의 시대를 잘 지키고 버텨냈기 때문에 한해는 자신의 삶이 부끄럽지가 않다. 자신이 바로 아버지로부터 왔기 때문이다. ‘인생은 존버!’이란 말과 비슷하게 자주 쓰이는 버티고 견디는 게 인생이라는 말로 소설이 끝나서 조금 식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뻔한 게 인생이 아니던가. 다 달라보여도 죄 비슷하니까 말이다.


또 일반적이지 않은 것 하나는, 한해가 사귀게 될 여성 이봐요씨의 이름을 끝내 밝히지 않고 소설이 끝난 것이다. 사람 대 사람의 만남에서 통성명은 기본이고, 소설 속에서 주요한 인물은 어떤 식으로든 불리어져 독자에게 알린다. 이봐요씨가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은 부끄러워서였을까...


부끄러움을 모르고 사는 자들이 분노를 유발하는 시대에 읽어보면 좋을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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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파리 스콜라 창작 그림책 90
한연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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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제목이 <이상한 사파리>입니다. 사파리가 이상하다니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지요? 아이들은 대부분 사파리에 가고 싶어 합니다. 자연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사파리를 왜 이상하다고 했을까요? 책을 펼쳐봅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할 동물 사랑꾼의 이름은 김사냥입니다. 한 번 더 이상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이의 이름이 사냥이라니요...


제목부터 사파리 안내자의 이름까지, 시작부터 이상합니다. 이 그림책을 만든 이연진 작가님의 소개를 보니 살짝쿵 귀띔을 주는 것 같기도 하군요. 작가는 ‘이상한 일이 이상한 일이라고 알아차릴 수 있는 예민한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사람들이 점점 무감해지는 것인지, 이상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뻔뻔한 자들 때문에 세상이 이상해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이상한 점을 포착하는 예리한 눈을 가진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눈 앞의 블라인드를 걷을 수 있게 됩니다.


'자연 사랑 입장권 VIP'를 받은 당신, 이제 이상한 사파리로 들어갑니다. 동물 사랑꾼 김사냥이 소개하는 첫 번째 동물, 토끼를 볼게요



흑백의 그림에 글자도 검정색, 다만 토끼의 꼬리와 목도리만 핑크네요. 푸르른 초원을 뛰어다니는 토끼는 청정한 풀만 먹고 자라 스트레스가 전혀 없답니다. 털에 윤기도 가득하구요.


다음으로 여우입니다


여우네 온 가족이 모여 잠들어 있네요. 멸종 위기 동물이라 더욱 귀하다는 여우 역시 풍성한 털을 부각해 주황색으로 칠해져 있어요.


거위도 볼까요


백마리가 넘는 거위들이 한데 모여 낮잠을 잡니다. 거대한 거위 무리는 오직 이곳 사파리에서만 만날 수 있대요. 그런데 배게와 커다란 이불에 노란색이 칠해져 있네요. 깃털은 날리는데 거위는 대체 어디 있나요? , 자세히 보니 이불 아래에서 거위들이 잠을 자고 있어요.


그림책의 그림들을 리뷰에 모두 공개할 수 없어 사진은 여기까지입니다. 이후로 나오는 동물은 공작, 악어, 호랑이, , 코끼리에요. 앞에 나온 동물 셋의 그림과 사진 사이의 모순을 눈치채셨나요? 그림은 인간이 동물들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를 극대화시켰습니다. 코끼리까지 소개가 끝나면 김사냥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러분, 오늘 저와 함께한 사파리가 만족스러우셨나요? 회원님들의 자연 사랑에 대한 열정을 옆에서 지켜보니 동물 사랑꾼으로서 굉장히 기쁩니다."

자연 사랑에 대한 열정이라는 문구가 자연 사냥에 대한 열정으로 읽히는군요.


그리고 자연 사랑꾼의 마지막 멘트는 이러합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언제나 아낌없이 내어 주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너무나 사랑하는 동물 사랑꾼, 김사냥이었습니다."


이 사파리에서 만난 동물들은 우리 인간에게 모든 것을 내어줍니다. 반대로 말하면 인간은 동물들의 것을 받아가는 게 아니라 다 빼앗습니다. 그들에게 묻지도 않았고,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았습니다. 인간은 지구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맞습니다.


이 책을 읽고 일순 멍해졌나요? 이상한데도 이상한 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는 이쁜 그림으로 뒤통수 얼얼하게 합니다. 눈치 좀 채라구요! 알았으면 행동하자구요!! 마지막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너무나 사랑하는 이라는 말은 제발 자연을 그대로 두라는 당부 같아 부끄럽습니다.


월동 준비를 위해 구스다운을 검색하던 당신, 해외여행 잇템이라며 악어가죽백을 쇼핑 목록에 넣은 당신, 보드라운 토끼털 고리를 아이에게 선물하려던 당신, <이상한 사파리>를 먼저 읽어보길 권합니다. 자연을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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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을 담은 이케바나 - 선과 여백의 미로 완성하는 동양식 꽃꽂이 수업 어텐션 시리즈 10
홍세희 지음 / 제이펍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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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바나(いけばな)는 일본식 꽃꽂이를 칭하는 말로, ‘꽂다, 꽃꽂이하다’라는 뜻의 동사 ‘이케루(生ける)’와 ’꽃(花はな)‘를 합친 합성어이다. 이케바나는 일본의 전통 꽃꽂이 방식이지만, 자연의 일부나 다름없는 꽃을 있는 그대로 화기에 담아 그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즐긴다는 점에서, 넓게 보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동양의 전통문화와 정신이 깃들어 있다.


이케바나 교수자이며 이케바나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 홍세희씨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이케바나 책을 출간했다. 그녀는 <사계절을 담은 이케바나>를 통해 이케바나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이 쉽게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도입부에는 이케바나의 의미와 유파, 서양식 꽃꽂이와의 차이를 설명하고 입문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도록 도구와 소재를 다루고 꽂는 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그리고 제목대로 계절에 맞는 소재를 사용하여 꽂는 법을 순서대로 보여준다.





책의 판형이 크며 꽂는 순서를 사진 위주로 보여 주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또 꽃 시장 구매 가이드도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단, 전문가처럼 화기를 다양하게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두세 개 정도 구매해두면 되겠다.



나는 몇 년 전 화훼장식 기능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꽃꽂이에 취미를 붙였다. 그저 내 멋대로 서양식 꽃꽂이랍시고 흉내나 내던 차에 이케바나 출간 소식을 보니 읽어보고 싶었다. 지금 가을이라 갈대와 억새, 남천, 국화로 책 속의 작품들을 따라해 보았다.




이케바나는 소재가 가진 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서양식 꽃꽂이와는 다르게 소재 종류를 많이 사용하며 자연의 모든 계절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여백을 살린 꽃꽂이다. 최대한 비워내어 여백의 미를 보여준다. 이케바나에서 보여주는 여백의 미를 좇아가다 보면 삶의 여유와 비워내는 마음을 알아가는 공부가 될 것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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