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위한 내 일 -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
이다혜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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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위한 내 일>은 이다혜작가의 인터뷰집이다. 여성이 여성 7명을 만나 인터뷰했으므로 여성 8명의 이야기라해도 무방하다. 인터뷰어의 질문과 생각이 인터뷰이의 대답과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한 편의 에세이 같았다. 이다혜 작가의 필력과 세련된 편집력 때문이리라 짐작해본다.

 

일 잘하는 여성들은 어떻게 내 직업을 발견했을까?라는 부제에 들어있는 단어, ‘여성들때문에 여학생 포함 여자들만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사회 각 분야에서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맞지만 성별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읽어도 좋다. 남성 독자라면 여자들이 사회에서 인정받는 데에 어떤 고충이 있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여성 독자라면 자신의 롤모델로 삼을 인물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 남녀 불문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간접 성취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나 청년층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그럼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배운? 아니, 얻은 것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이루어낸 이들의 인생이야기는 언제나 희망을 준다. 비록 내가 그 일을 할 것도 아니고 꿈을 키울 일도 아니지만... 나는 소설을 읽으며 가상세계 속 타인의 삶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도 받는다. 지어낸 이야기이기에 오히려 쉽게 빠져든다. 우리 곁에 실재하는 사람들, 미디어에 오르내리는 이들이 더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 속의 인물들은 허물없이 다가왔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대화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있는 기분이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인물 사진과 텍스트 배열 덕분인 것 같다.

 

7명의 인터뷰이의 직업 중에 내가 관심가지고 있는 분야의 인물 이야기가 확실히 재미있었다.

 

 

윤가은 감독의 영화는 봐야지봐야지 하다가 계속 못 봤는데 메이킹 스토리와 배우 선정 과정을 읽어보니 더 보고 싶어졌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카리스마나 리더십 같은 건 아예 없었던 사람이 영화감독을 하게 되다니 단순히 리더십이 있다고 총지휘자인 영화감독을 할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는 대화와 경청을 강조했다. 배우 공고를 내고 캐스팅 확정까지 적어도 3개월은 걸리는데 그의 오디션에는 즉흥극이 들어간다. 대화에 집중하는 배우가 즉흥극에 몰입도 잘 하는데, 또래 친구들과 서로 무슨 말을 하고 듣고 반응하는지(즉흥극 오디션)를 본다고 한다. 윤 감독은 어린이 관객을 위한 영화가 많아져서, 같이 만들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 모모스 커피의 바리스타 전주연씨의 이야기 가장 나답고 가장 재미있게는 이 책의 주제로 걸맞는 것 같다. 부산여성의 부산이야기라서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니다!!

 

남들이 반신반의, 아니 뜯어 말렸기 때문에 더 하려고 했다는 바리스타! 여려보이는 외모와는 정반대로 보이는 행동이었다. 커피가 좋아서라기보다 사람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다는 것을 보니 고집스러운 면도 있다. 그래서 전주연씨는 10년만에 2019년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 전해에 출전해서 바리스타라면 그 누구도 하지 않을 실수를 했는데 그것을 오히려 강조했다. “No Tamping Girl”이라고 인스타에 올리면서 탬핑을 안 한 건 내가 유일하다, 부끄럽지만 온리 원이라고 한 것이다.

 

커피숍에서 커피 내려주는 알바가 바리스타인가? 했는데 전주연씨를 통해 바리스타가 하는 일을 알게 되었다. 커피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잘 살아야 젊은이들이 꾸준히 유입된다, 커피 산지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생각을 읽으니 바리스타는 단순히 커피콩을 볶고 커피를 내리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커피원두 한 알에서 시작해 커피산업 전반으로 연결되었다. 요즘은 또 모모스의 베이커리 완성도를 올리려고 경남 함양의 농부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한다.

 

 

나는 정세랑 작가의 소설을 좋아한다. 그동안 소설만 읽었기에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알 길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소설을 쓰기 전 어떤 일을 했는지 알게 되었고, 그의 생각들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소설을 쓰지는 않지만 작가가 글이 안 써질 때 어떻게 하는 지를 읽으니 역시, 그렇구나!’ 했다

 

 

쉬는 시간에는 철새관찰을 한단다. 파주나 연천 쪽에 가서 철새 관찰을 하고 환경쪽에 기부를 하며 앞으로 맹그로브 숲을 보호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탐조생활이 앞으로의 활동이 소설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이 책 전체에서 이다혜 작가가 정세랑 작가 편에 한 마지막 코멘터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정세랑의 여자들은 낙원에 살지 않는다. 그들이 존재하는 소설을 읽는 독자가 되는 일은, 낙원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커틸 연대자들을 찾는다는 뜻이다. 장점 특화형, 사람들의 매력을 먼저 발견하는 눈을 지녔다는 것은 창작자에게 장점일까 단점일까. 독자들을 연대자의 자리에 당당하게 호출하는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들은, 자주, 살고 싶다고, 살리고 싶다고 속삭인다. 누군가 있다고, 내가 있다고, 당신의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고.”

 

 

이상희 고인류학자의 치열한 유학기는 어찌보면 흔한 미국유학 성공기다. 유색인종에다가 여성으로서 백인위주의 고고학 현장에서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을지 예측가능하다. 그 난관들을 이겨내고 현재 교수자리에서 그가 내는 목소리는 편안해보여 다행이었다. 여전히 인종차별 받는 인간이 있고, 기후위기로 생존위협을 받는 동물이 있는 현 상황에서 인류가 할 일이 무엇인지 그는 이렇게 말한다.

 

p.197

인간이 우리가 없어지면 이 세상이 끝나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만큼 자만은 없다고 봐요. 인생에서 저는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고 생각해요. , 지금까지 놀이터에서 잘 놀았다. 나는 이제 학교에 가야되고 다른 애들이 놀아야 하니까 놀이터를 치워야지. 청소도 하고, 모래사장도 가지런히 하고, 운동장이 기울어졌으면 판판하게 해 놓고, 쓰레기가 있으면 치우고, 다음 사람들을 위해서, 인간도 인류의 역사 속에서 그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없어진 세상을 준비하기. 그것은 우리가 멸종하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고,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에 하는 생각이에요.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고 다음 세상을 생각하니까요.

 

 

이 책에서 만난 인물들은 자신의 일을 우직하게, 성실하게, 즐겁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하고 뻔한 결론이긴 하다. 그래도 그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나와는 영 상관없는 것 같아도 어떤 한마디에 꽂히게 될지도 모르니까...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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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 생의 남은 시간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
김범석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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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라는 제목은 직관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여러 번 되뇌게 만드는 제목이었다.

저자 김범석씨는 서울대학교 암병원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그가 말하는 어떤 죽음은 말기암 환자들의 죽음이다.

종양내과 의사가 본 죽음의 모습은 어땠을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동생에게 내 돈 2억 갚으라 하고 죽은 형, 가족도 의사도 몰랐는데 사후 뇌기증을 하고 죽은 80대 남성, 죽은 아이의 신발을 사서 태운 엄마, 말기암 환자인줄 알면서도 결혼한 남자, 최선을 다해 생명을 연장해 달라고 했지만 가슴뼈가 부서지도록 실시한 CPR 끝에 어머니를 보낸 자식들...

이런 죽음들이 삶에게 말했다고 한다.

그 삶이란?

살아있는 우리 모두를 가리키는 것일 터이다.

저자는 죽음이 하는 말을 살아있는 이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의 어제는 우리의 오늘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오늘은 또 다른 이의 내일에 영향을 미친다. 삶은 그렇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 모두는 이어져 있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에 대한 기억이 다른 이의 삶에 작은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진 빚을 비로소 갚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죽음이 삶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을 이 책에 담아서 당신에게 바친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저자의 당부처럼 본인의 삶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면, 우리는 제목대로 어떤 죽음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은 셈이다. 이 책을 읽은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뭔지 알게 되었고 직접 쓴 사람이 있다면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일으킨 파도라 할 것이다. 나는 몇 년전부터 생각만 했지 직접 쓰지는 못했다. 또 호스피스 자원봉사활동도 생각만 하고 차일피일 미뤘더니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자원봉사교육을 중단시켰다.

그럼 이 책을 읽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렸을 때 김범석 선생을 찾아가는 것? 아닐 것이다! 암처럼 기대여명을 알 수 있는 질병에 걸린다면 차분하게 생을 정리하며 인간적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인위적 치료는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힐 것이다. 이보다 염려스러운 건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그걸 어떻게 대비하나? 본인도 가족도 황망할텐데... 그러니 간소한 삶을 살아야 한다.

이 화두는 내 책장에 책들이 이중으로 꽂히게 될 때부터 계속 생각해왔는데, 그럼에도 점점 책 꽂을 자리가 부족해지기만 하니 실천은커녕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올해엔 책을 덜 사고 서평단 신청도 한 달에 두 권을 마지노 선으로 정했는데, 참으로 버겁다... 심플라이프는 말로는 쉬운데 실천이 힘들다. 금연을 선언했으면 단번에 끊어야지 서서히 줄인다는 여지를 두면 실패확률이 높다더니 딱 그 짝이다. 아예 책을 안 사고 서평단 신청도 안 해야 한다! 그래야 책이 쌓이지 않는다. 그리고 안 입는 옷을 포함 불필요한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앗, 글이 조금 딴 길로 샌 것 같다. 하지만 죽음이 나에게 말해준 것은! 내가 죽음에게 들은 것은! 이것이다!

심플라이프 실천!

그리고 지금 감사하기!!

 

[아래는 인상깊은 내용 발췌]

 

'저는 항암치료 안 받을래요’

삶에서 고난은 불가피하다고 부처는 말했다. 그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암도 마찬가지다. 암에 걸린 뒤에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들은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다. 하나를 피하면 결국 둘, 셋이 되어 돌아오는 것까지도 지독하게 인생을 닮았다. 그러니 고통이나 힘든 일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마땅히 있을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이 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암 진단을 받아도 눈앞에 놓은 상황을 회피하지 않는다. 현실을 직시하고 힘든 항암치료여도 필요하다면 기꺼이 받는다. 치료 과정에서 겪게 될 고통도 감수한다. 그리고 그 지난한 과정을 견뎌내면서 생명 연장과 증상 완화라는 결과를 얻어낸다.

‘10년은 더 살아야 해요’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가”라는 질문을 안고 태어난다. 일종의 숙제라면 숙제이고, 우리는 모두 각자 나름의 숙제를 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 인생의 숙제를 풀든 풀지 않든, 어떻게 풀든 결국 죽는 순간 그 결과는 자신이 안아 드는 것일 테다. 기대여명을 알게 된다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특별한 보너스일지도 모른다. 보통은 자기가 얼마나 더 살지 모르는 채로 살다가 죽기 때문이다.

‘대화가 필요해’

가족이어서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만큼 서로 모르는 존재도 없지 싶다. 타인은 모르는 대상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서로 알기 위해 대화하지만 가족은 날 때부터 가족이었으므로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고 착각한다. 무슨 문제가 생기든 결국에는 괜찮아질 거라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상처주기 십상이다. 언제나 ‘가족이니까’와 ‘가족인데 뭐 어때’ 그 언저리에서 누구보다 가장 모르는 존재가 되기 쉬운 것이 가족인 것만 같다.

‘믿을 수 없는 죽음’

고통스러운 과정을 버티는 환자들을 지켜보다 보면 ‘죽을 용기’라는 말에 동의되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지켜본 바로 용기라는 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아니라 ‘결국 죽을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날들을 버텨내고 살아내겠다’는 의지에 가까운, 살아내는 용기였다.

‘임종의 지연’

어차피 과학의 영역을 벗어난 일이라면 임종이 지연될 때 대답할 수 없는 환자에게 묻고 싶어진다.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발걸음을 때지 못하는지, 알 수만 있다면 알아내서 그 바람을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평탄하지 않았을 삶과 지난한 투병 끝에 떠나는 길만큼은 가능한 한 가볍게 떠날 수 있기를, 의사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바라게 되는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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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을 읽다
서현숙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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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년이라는 말 속에 이런 아릿함이 있었던가?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을 읽다>의 사전 서평단으로 당첨되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소년은 가나다와 다름없이 그저 글자였고, 사람, 남자와 같은 일반 명사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소년’은 특별한 낱말이 되었다. ‘소년’을 발화할 때마다 명치 께가 아릿해지면서 급기야 그 기운이 눈으로 올라왔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꺼내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내 몸의 화학반응에 놀라 책을 덮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제가 이전과 다르게 살 수 있을까요? 그게 제일 겁나요. 여기 들어오기 전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될까봐...”

이 순간, 나의 안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겨를 없이 무너진다. 무너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벽 아니었을까. 그 벽의 한 귀퉁이가 와르르 무너졌다. 무너진 틈으로 이 녀석의 존재가 현실의 무게로 묵직하게 전해져온다. 이 녀석이 나에게 아무 끈도 닿아 있지 않은 타인이 아니게 되었다는 신호다. 

 

 

 

위는 저자가 소년원 학생이 하는 말을 듣고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쓴 내용이다. 흔히 빨간 줄 그어진다는 표현을 저 아이는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년원을 나갔을 때 들어오기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걱정하던 소년은 이제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 선생님에게 묵직한 존재가 된다. 이렇게 아이들의 한마디와 선생님의 생각을 읽는 내게도 그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일지처럼 담담한 기술에 과하지 않은 선생님의 생각이나 느낌을 읽으며 나는 자꾸만 눈앞이 흐려졌다. 왜냐하면 지인의 아들이 작년 11월, 소년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현숙 선생님이 소년원에서 1년간 국어수업을 했던 기록이다. 중졸인증을 받기 위해 소년원에서는 수업을 받고 통과되는 제도가 있다. 선생님은 그곳에서의 수업기록을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 망설이다가 2020년 2월 신문기사의 댓글을 보고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위 기사에는 ‘세금이 아깝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와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저자는 추상적 존재가 아닌, 실제로 만났던 소년들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한다.

1년간의 수업이었지만 같은 학생을 계속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다. 두 달 정도 수업시수를 채우면 나가고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간혹 다른 소년원으로 가는 아이들도 있고, 징벌방에 들어갔다가 2주 만에 오는 아이, 퇴원하는 아이도 있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독후활동을 하는 과정은 여느 독서수업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이들의 수업장면을 읽으며 나는 자꾸 울컥울컥했을까? 책을 읽기 전 나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었다. 선입견을 버리자, 동점심도 버리고 읽자고! 읽어나갈수록 그런 다짐을 했다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지인의 아들 사례가 오버랩되어 난 이미 선입견이란 두꺼운 장막 속에 갇혀있었다. 불과 얼마전 남편과의 대화에서, “소년원을 갔다 온 그 애가 정말 교화가 되어 나올까? 더 나쁜 범죄를 배워오지 않으면 다행일걸.” 이라는 말을 내가! 했다. 그 아이의 가정환경은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고,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단정적으로 말했다. 소년원에 들어갔다는 정보만으로 저런 말을 함부로 내뱉었으니 많이 부끄러웠다.

이 책의 저자는 소년들이 왜 그곳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 알게 된 정보가 있었겠지만 책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소년원에 온 아이들은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소년들이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써먹으며 기뻐하고, 언젠가 해볼 거라고 희망에 부풀기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 후에 인생의 꿈을 정하기도 한다. 한편 책과 관련된 활동은 대부분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책을 읽어준 것도, 책을 선물로 받은 것도, 자신만의 책장을 가지게 된 것도, 독서동아리 활동을 한 것도, 책을 쓴 작가를 직접 만난 것도. 그런데 소년들은 두렵다. 그곳에서의 이력이 나중에 배제의 이유가 될까봐...

열다섯 살 밖에 안됐는데 택배 알바 경험이 있는 아이, 강제전학 당한 후 6개월간 삼시세끼 라면만 먹어서 30kg나 쪘다는 아이, 엄마의 기억이 하나도 없는 아이, 매일 심하게 싸우는 부모님을 피해 가출한 아이, 2년간 지내다가 퇴원하게 되었는데 집에서 아무도 오지 않은 아이.

이 아이들에게 저자는 이런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납고 날 선 마음의 결을 조용히 빗질해서 얌전하게 만드는 사람, 싸우듯이 살다가도 팔다리에 긴장 풀고 몸도 마음도 평평하게 눕게 만드는 그런 사람"

어쩌면 저자가 소년들에게 저런 사람이었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저자의 국어수업에서 소년들은 시를 외우고, 편지를 썼으며, 책에서 감명 깊은 문장을 골라 그 느낌을 말했으니까. 국어수업만 하고 싶다 하고, 현숙쌤이 제일 친절하다고 말했던 소년들은 소년원 밖에서도 그 수업을 기억할 것이다. 처음 경험했던 국어수업이 앞으로의 생에 작더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고 싶다. 저자가 마지막에 했던, ‘소년이 좋은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좋은 삶을 욕망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소년원에서 한 국어수업 내용을 읽고 독자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지인의 아들 때문이었는지 저자의 담담한 서술때문이었는지 자주 울컥했다. 그 아이가 소년원에서 나왔을 때 부모가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아이 아빠는 연락 끊겼던 친엄마와 다시 만난 이후로 일탈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 때문인지 알 순 없다. 그래도 친엄마와 만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 아이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가 부족했는지 모른다. 그들에게 이 말을 못 하겠지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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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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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다잉 준비를 위한 지침서,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것만이라도!! 감사하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고, 용서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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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 -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
케이티 버틀러 지음, 고주미 옮김 / 메가스터디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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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두렵다. 무섭다.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했다는 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므로 얼마나 무서웠는지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죽음은 간접경험일 수밖에 없다. 가족이나 지인의 죽음을 지켜보며 슬퍼하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 수 있다면 준비를 하겠지만, 죽음은 갑자기 닥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죽음은 내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로 생각하고 산다. 그래도 말기암 환자는 시한부를 통보 받으면 생을 정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을 기대여명이라 부르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죽음은 나와 무관한 일로 생각하고 살았다. 몇 년 전 시아주버님이 폐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사실 장례식에만 참여했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지켜보지는 못했다. 항암치료를 위해 입퇴원을 반복했는데 병원에서 돌아가신 걸로 기억한다. 가까운 지인의 사망이지만 치료나 임종에 전혀 관여하지 못했다. 시어머니 연세가 올해로 101세이다.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겠지만 현재는 건강에 큰 이상이 없다. 하지만 혼자 계시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자식들이 집으로 모시려고 해도 절대 평생 살아온 집을 떠날 수 없다며 버티고 계시니 요양병원 같은 곳으로 모시는 건 언감생심이다. 친정 부모님도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이시다. 죽음을 준비해야할 어른들이 있다보니 관련된 책에 부쩍 관심이 생겼다.

 

네이버리뷰어스클럽 카페에서 진행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괜찮은 죽음에 대하여>라는 책의 서평단에 신청해서 책을 받아 읽게 되었다. 저자 케이티 버틀러는 기자출신으로 <죽음을 원할 자유>라는 자서전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의사와 환자의 의사소통과 생애 말기 의료 결정을 조명하는 칼럼니스트이자 강연자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의 경력과 오늘날 의학에서 놓치고 있는 웰다잉 준비법이라는 부제를 보니 믿고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사례는 모두 저자가 직접 취재, 인터뷰한 것이라 더욱 그러하다. 미국 책이라서 우리나라와 현실적인 차이가 있을거라는 우려도 있겠으나 그런 부분은 번역자가 자료를 첨부해 두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책을 고른 독자라면 웰다잉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프롤로그를 자세히 읽고 저자의 의도를 인지한 후 어떻게 읽을지 정하면 된다. 저자의 추천대로 독자가 필요한 부분만 발췌독 해도 되고 책 전체를 다 읽어도 된다. 독자가 죽음을 앞둔 환자든 그런 환자의 가족이든 이 책은 현실적으로 자세한 준비부터 마음을 관리하는 부분까지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유용한 책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마지막 결론부분에 실린 저자의 말을 먼저 인용하며 강조하고 싶다.

 

p.226

나는 이 책을 통해 당신이 아직 시간이 있을 때, 건강상 발생하는 문제들을 잡을 수 있는 도구를 찾을 수 있기를, 그래서 잘 통합된 의료 치료를 받고 당신이 너무 약해졌을 때 과잉 치료를 받지 않도록 당신을 보호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또한 당신이 결코 주눅 들지 말고,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남아 당신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켜 내면서 당신의 삶, 그리고 당신의 죽음을 설계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어디서 죽음을 맞이하든, 용기있는 누군가가 당신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목차를 보며 책의 구성을 살펴보자.

 

 

1장부터 3장까지는 남아있는 생을 잘 보내는 데에, 나머지 4장부터 7장은 죽음을 잘 맞이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각 장을 시작하기 전에 독자들에게 본인의 상황이 해당하는지 체크해 보도록 한다. 1장 좋은 생애 말기를 위해 필요한 것들 에서는 이런 체크리스트가 있다.

 ↑↑아직까지 생을 정리할 시기는 아니고 그저 노화현상 정도로 보인다.

 

인생후반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이 시점에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저자는 이렇게 정리했다.

 

1. 매일 30분간 걷기

폐활량이 좋아져서 뇌에 산소공급량이 많아지면 해마(기억능력 담당기관)의 크기가 확장된다.

2. 식단 점검하기

넉넉한 샐러드 섭취, 붉은 살코기와 설탕, 가공식품 줄이기

3. 가까운 동네 병원 의사 찾기

4. 분별력과 판단력을 갖는 연습 하기

5. 이웃과 가까이 하기

 

 

위의 당부 각각에 저자가 취재, 인터뷰한 사례들이 실려 있고, 각 장을 정리 요약하는 코너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두었다.

 

 

1장 마지막에는 우리나라에서 알아두면 좋은 점이라는 코너가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작성법, 우리나라에는 없는 의료대리인 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 그 외 보험사나 국민건강보험 정보 등이 실려 있다. 이 부분은 없는 장도 있다.

 

지금까지 1장을 구체적으로 정리하면서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았고 나머지 장은 직접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우리는 누구나 죽을 것인데도 다른 것은 준비하고 계획하면서 죽음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다. 자주 언급되는 말이지만 웰다잉의 시작은 웰빙이다. 웰빙이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좋은 음식 먹고 운동하는 것 정도로만 인식되어 있는데,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으려면 잘 사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낼 수 있어야 한다. 저자가 말한다.

 

"당신의 목소리를 찾자. 노화, 죽음 그리고 의료에 대해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얘기할 수 있는 곳이 결코 병원만은 아닐 것이다. 당신의 집 부엌에서, 당신이 사랑하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과 주고받는 말 속에서 최고의 대화가 이뤄질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부디 당신이 더 넓은 곳에서 목소리를 내고, 계속해서 당신의 이야기를 할 것을 나는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 책 전체를 읽으면서 나는 계속 의문이 들었다. 저자는 가능하다면 환자가 가장 편안해 하는 곳, 즉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도록 하자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현실에는 맞지 않다. 물론 저자도 그렇지 못하는 상황들을 예로 들며 요양시설이나 호스피스 병동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조차 집에서, 자신의 방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도 있단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어떤 환자의 경우, 가족들이 임종 전에 병실이 아닌 병원 내 작은 창고를 빌려 그곳을 환자의 집(환자가 사용하는 물건이나 가족사진들을 가져다 놓아)처럼 꾸몄다. 그리고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평화롭게 임종을 맞이했다. 이런 사례들을 읽으며 너무나 이상적이고 이론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저자가 직접 취재한 실 사례들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내 주위 사람들을 보면 부모가 치매에 걸린 경우 거의 다 요양병원으로 보냈으며 비싸고 시설 좋은 곳에 입원시키면 효도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에게 질문할 수밖에 없다. 만약 부모님이 치매에 걸린다면 집에서 간병할 수 있겠는가? 말기 암이나 중증질환인 경우 가정 호스피스를 선택할 수 있을까? 단박에 답이 나오질 않는다. 당장 부모님께, 앞으로 나에게도, 닥칠 일이다. 아무리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노력해도 죽음까지 막을 수는 없다. 교통사고처럼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다가올 죽음에 준비할 수는 있다. 6장에서 저자는 좋은 죽음을 위해 이렇게 하기를 권한다.

 

감사하기!

사랑의 말 전하기!

용서하기!

용서 구하기!

작별 인사하기!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다가가고 있다. 남은 시간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그러하지 못하다. 굳이 죽음을 준비한다는 각오까지는 아니어도 매일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할 수는 있지 않은가. 잘못했으면 사과하자! 그리고 용서해주자! 이렇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이자 좋은 죽음의 준비이니, 좋은 죽음과 좋은 삶은 반의어가 아니라 동의어이다.

 

 

**위 리뷰는 네이버 카페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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