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등대지기들
에마 스토넥스 지음, 오숙은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1월
평점 :

1972년 12월, 메이든 록 등대에서 등대지기 세 명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들이 근무하는 등대에서!
것도 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타워 등대에서다.
남겨진 단서는 다음과 같다.
“안에서 잠긴 출입문”
“같은 시각에 멈춘 두 개의 벽시계”
“차려놓은 2인분의 식탁”
“폭풍이 오고 있다고 기록된 기상 일지”
미스터리어스한 내용이 기대되는 소설이었다. 단서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추리소설일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1900년 스코틀랜드 앞바다에 있는 엘런모어 섬에서 등대지기 세 명이 사라졌다. 실화다! 다산북스 서평단에 당첨되어 읽게 된 책 <등대지기들>은 영국 작가 ‘에마 스토넥스’가 그 등대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완전히 새롭게 창작된 작품이다.
작가는 20 여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인물의 심리묘사에 공을 들였다. 1972년 사건이 발생한 시점과 20년 후 인물들의 상황을 그리며, 그 사건을 책으로 쓰려는 작가(작중 인물)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이들(등대지기의 아내들)은 1인칭 시점으로, 그 외의 인물들은 3인칭 시점으로 교차 편집했다.
추리물일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단서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기대했는데 초반부에는 인물의 심리묘사에 치중하여 살짝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로 들어가면서부터 단서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다른 힌트가 나왔다. 사실 이 부분에서 쉽게 예측이 가능했다.처음엔 두 방향으로 예측했다.
어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있었을까?
아니면 치밀한 각본대로 이루어진 살인 사건일까?
중반 이후부터 내가 예상했던 방향대로 흘러가니 반전이라고 하기엔 또 머쓱하다.
세 명의 등대지기(아서, 빌, 빈스)와 두 명의 아내(헬렌, 제니)와 한 명의 여자친구(미쉘)가 주인공이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등대에서 지내는 등대지기의 일은 지루하다면 한없이 지루하다. 아주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서로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고 그 가족도 마찬가지다. 뭍에 있는 가족들도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같은 등대에서 근무한다면 유대관계가 끈끈하다. 등장인물의 관계가 사건의 결정적 힌트라면 힌트인데 더 쓰면 스포일러로 빠질까봐 여기까지 쓴다.
후반부에 밝혀지는 아서와 헬렌의 아들 토미의 사연, 책으로 내기 위해 인터뷰했던 작가의 등장은 궁금했던 부분이 해소되었다. 마지막에는 그날 밤에 일어난 사건의 전모를 친절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앞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했더라도 끝까지 완독하길 권한다. 미스터리소설인데 많이 자극적이지 않아서 밋밋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물의 내면과 행동이 사건과 맞물려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아한 묘사, 문장 조탁은 영어 원서로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 내가 고른 문장들!!
“흡사 고체인 듯,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기는 술잔 속의 얼음조각인 양 어부들의 오두막들 사이에서 짤그랑거린다.”
"머릿 속에 든 것이 무엇이든 그걸 볼 수 있도록 종이에 쓰는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고 나면 그게 전보다는 사소해 보이거든요.“
“별자리가 바뀌었다. 하늘이 떨어졌다. 내가 생각했던 그 남자는 내 친구였다.”
“회중전등의 빛은 바다를 갈랐고, 해안 가까이서는 밝다가 얕은 바다 너머 멀리 밤을 쫓아가면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 같았다.”
“메이든 등대는 변함없이 빛을 비추는 신비로운 동굴 속의 헤드랜턴이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