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전지나 그림 / 시공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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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5년에 출간되었던 황선미 작가의 <기다리는 집>이 이번에 재출간되었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어릴 때 집의 기억을 떠올리며 가족을 생각한다. 집이 아름답다면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특별하기 때문이라고, 그 특별함이란 좋은 일만은 아닐 거라고 했다.


여행에서 돌아와, 혹은 일에 지친 몸으로 집에 들어와 누우면 역시 내 집이 제일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작가의 말처럼 뭐니뭐니해도 집엔 가족이 있으니 좋다. 이런 가족과 집에 대한 동화가 <기다리는 집>에서 펼쳐진다.

 


거의 폐가가 되었지만 감나무는 살아 계속 열매를 맺고 있는 집, 버드내 길 50-7번지. 쓰레기는 쌓여가고, 동네 아이들이 몰래 들락거리며 나쁜 짓을 하니 동네 사람들은 감나무집이 영 못마땅하다. 어느 날 이 집에서 여자 아이와 어린 여동생이 방치되어 있다 발견되어 경찰에 인계된 후, 수상한 남자가 들어와 혼자 집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동네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의 행동을 지켜보는데...


그 남자는 누구일지, 왜 인부를 부르지 않고 혼자서 수리를 하고 있는 건지,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 하듯 독자도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던 중에 감나무집에 불이 나서 공사하던 남자가 다쳐 병원에 실려가게 된다. 불을 낸 건 놀이터에서 놀던 남자아이였는데 그 아이는 왜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또 의문스럽기 그지없다. 이렇게 이 책은 오랫동안 비어있던 감나무집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다가 이 집의 사연이 밝혀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이는 이 동네에 오래 살았던 방앗간집 영감이었다. 병원에 간 사내 대신 감나무집의 공사가 잘 되고 있는지 신경 쓰고 다시 사람이, 아니 주인이 돌아와 살 수 있는 집이 되도록 지켜본다. 주인이 돌아와 다시 살 수 있도록 온 동네 사람들이 손을 도왔다. 그 주인은 바로 수상한 남자이자 감나무 집 아들인 명길이었고, 불을 지른 아이는 명길의 아들 재성이었다.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던 재성은 악다구니를 썼다.

이까짓 집이면 다예요? 식구도 없는 집이 무슨 집이야!”

집 공사를 마무리하고 떠나려했던 명길이 문을 열고 나가자 재성은 외친다.

가지 마요. 여기 있어요, 나랑. 집에는 아버지가 있어야 되잖아.”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방앗간집 영감은 떠나려던 명길을 붙잡고 가만가만 등을 토닥여 주었다. 어리지만 재성이 하는 말이 다 맞으니까...




집집마다 사연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 사랑하고 둘러 앉아 밥을 같이 먹어도 갈등은 있게 마련이다. 가족구성원 중 누군가는 떠나기도 하지만 돌아올 곳이 집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은 사람은 기다린다. 혹여 남은 가족이 없다해도 이 동화처럼 집이 기다리고 있다면 사람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다. 어쩌면 마당을 지키고 있던 감나무가 또 다른 가족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집과 감나무가 명길과 재성 부자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살아있는 존재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자신들을 감나무집 앞에 두고 간 엄마를 기다리는 자매가 이 집 앞에 와서 쉼터의 전화번호를 붙이고 갔다. 그 아이들이 기다리는 엄마가 부디 돌아오기를 감나무도 바라고 있을 것만 같다. 이렇게 감나무 집은 이 동네의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존재이다. 명길과 재성의 사연이 너무 짧게 다루어진 건 아쉽지만 제목이 <기다리는 집>이므로 이 책의 주인공은 감나무집인 것 같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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