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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삽시다 쫌! ㅣ 인생그림책 17
하수정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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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대상을 혐오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걸까? 자신보다 조금만 약해보이면 주저 없이 공격한다. 별 이유도 없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혐오한다. 그 대상은 인간이기도 하고, 말 못하는 동물일 수도 있다. 왜 그래야 하나? 스트레스를 푸는 건가? 그럼 기분이 좋아지나?
그림책 <같이 삽시다 쫌!>의 주인공은 도심 속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비둘기다. 첫 장면은 할아버지가 비둘기들에게 쌀을 뿌려주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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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다음부터 10페이지에 걸쳐 비둘기가 인간들에게 욕먹고, 폭력당하고, 포획당하는, 그림이 이어진다. 혐오와 멸시를 당한 비둘기들은 건물 뒤 에어컨 실외기가 빽빽한 벽에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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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버스정류장 앞에 붙은 플랜카드엔 이렇게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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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가 유해야생동물이란다. 지독히도 인간중심적 발상이다. 평화의 상징으로 쓰겠다며 88올림픽 때 들여와 활용한 후 방치한 결과로 비둘기 개체수가 늘어나니 자연히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혐오를 부추겼다. 그러면서 먹이를 주지 말란다.
다시, 처음에 등장했던 할아버지가 나온다. 비둘기들을 데리고 가서 마지막 밥을 먹인다. 할어버지가 사라진 그 다음 장부터 10페이지 동안 비둘기들의 몸이 점점 비대해지더니 이윽고 사라진다. 다시 버스정류장, 비둘기가 진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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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 사이에서 비둘기 인간들이 태어난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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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 장면 정말 놀랍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어느 방향에서 봐도 코믹한 비둘기 인간들이 흐물거린다. 비둘기 인간들의 그림자도 흐느적거린다. 조명의 각도와 책의 방향에 따라 그림자의 크기와 숫자가 달라 보인다. 이런 극적 효과를 예상했겠지? 얼마나 시뮬레이션 한 후 나온 결과물인지 궁금하다.
이제 혐오의 대상이 바뀐다.
야생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란다.
야생고양이와 비둘기인간들은 이번에도 건물 뒤에 있다. 어두운 건물 벽에 스며들 것만 같다. 이렇게 끝나는 걸까? 삭막하게?
아니었다. 비둘기 인간들은 요양원에 들어간 할아버지를 찾아간다. 할아버지와 함께 춤을 추고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난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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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인간들과 비둘기 인간, 비둘기, 고양이까지 모두 나와 한바탕 춤을 춘다.
같이 삽시다. 구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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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왜? 판타지 아니라 진짜 이러면 안 되나? 혐오하기만 해야 하나?
세상엔 혐오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길고양이들 밥 챙겨주는 사람, 타자를 혐오하는 사람의 손도 잡아 주는 사람, 당당하게 나서서 말하는 사람 등등.
"같이 삽시다 쫌!"
천 년 만 년 살 것도 아닌데 둥글둥글, 하하호호, 쫌 같이 살아갑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