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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든 아이 ㅣ 곰곰그림책
안나 회그룬드 지음, 최선경 옮김 / 곰곰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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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든 아이>는 아이가 거인을 무찌르고 아빠를 구해내는 이야기다. 겨우 작은 칼과 거울을 들고서. 것도 남자가 아니라 여자아이가! 스웨덴의 작가 ‘안나 회글룬드’는 내 안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어린이 독자들에게 두려워 할 것 없다고, 밖으로 나가라고, 나가서 부딪쳐 보라고 말한다. 아이는 아빠를 구하러 길을 나섰다가 캄캄한 밤중에 불빛이 반짝이는 할머니 집에 들어가 하룻밤 머문다. 다음 날 할머니에게서 받은 우산으로 거인의 공격을 막아낸 뒤 거울로 거인을 돌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자 돌로 변한 아빠와 사람들이 살아났다. 아이는 아빠와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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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글자가 그리 많지 않다. 그림은 흔히 보는 귀여운 느낌과 달리 조금 어둡다. 여자아이라고 해서 마냥 예쁘게만 그리지 않았다. 자주 등장하는 파랑새가 있다. 여자아이를 직접적으로 돕거나 의미있는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아이 주위에 있다. 역자 최선경씨는 파랑새를 두 가지 관점으로 보고 있다. 아이를 걱정하는 아빠의 분신이거나 아이 자신이거나. 독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다.
아빠가 세상의 전부라 여기는 딸이 이 책을 읽는다면 파랑새는 늘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아빠 같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아빠는 딸에게 첫사랑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그랬다. 크면 아빠랑 결혼할거라고 다짐을 했다.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한 번씩 말씀하신다. 퇴근해 들어오는 아빠 품으로 쏘옥 뛰어 들어와 얼굴에 마구마구 뽀뽀를 해댔다고. 그러던 때가 엊그제 같다고... 나는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당신이 나의 이상형이었다는 건 분명하다. 4학년 때인가 아버지께서 1년 정도 집을 비운 적이 있었다. 원양어선을 타고 나가셨을 때 많이 그리워했던 기억은 난다. 그 당시, 아빠가 안 계셔도 우리랑 늘 함께 하고 있다는 주문 같은 자위는 아버지의 부재를 견디기에 역부족이었다.
어른의 입장으로 이 책을 읽으니 파랑새는 여자아이의 자아라는 생각이 든다. 이 집에는 엄마가 없다. 엄마도 없는데 아빠는 아이를 혼자 두고 떠났다. 그러니까 걱정스런 마음에 파랑새로 아이 곁을 지키는 거라는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 아이는 그저 기다리기보다 아빠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할머니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자신이 가진 거울을 이용해 거인을 돌로 만들어 버렸다. 거인의 눈을 보면 돌로 변한다는 것을 역이용했다. 지혜롭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하도록 곁에서 맴돌며 지켜주던 파랑새는 아이 자신이다.
어릴 때는 부모가 날 사랑하고 지켜주고 이해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안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뿐이라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고 있다. 잘 모르겠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건 동의를 구하고 싶거나 변명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도 안다. 그림 속 파랑새는 언제나 아이 가까이에 있지만 아무런 대사가 없다. 텍스트 속에서 언급도 되지 않는다. 어린이 독자 중에 파랑새를 아이 자신이라 생각하는 독자라면 파랑새의 대사를 직접 써보도록 해보자. 아이를 격려하고 용기 내어 행동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파랑새의 대사를 쓰면서 자신 안에 있는 파랑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를 100% 믿어주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도!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