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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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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지’에 대해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알고 있는 한국인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따져보니 그 안다는 것이 이름에 불과했다. ‘직지심경’이라 잘못 불리어져 ‘직지’를 불경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불경이 아니며, ‘직지’의 정식 명칭은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이고 “직지심체요절” 더 줄여 ‘직지’라 부른다는 것 정도. 아, 쿠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80여년 앞선 것이라는 것까지만.
김진명 작가의 신작소설, <직지>에서는 우리나라 ‘직지’에 영향을 받아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앗, 이런 상상력이라니? 추리소설 작가답게 그 둘의 연관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갔을지 몹시 기대하며 <직지>1권을 펼쳤다.
처음부터 살인사건 현장이다. 사회부기자인 주인공 기연이 도착한 곳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인데, 그 살해 기법이 아주 잔인하고 기이했다. 귓불 아래 목부분에 네 개의 구멍이 나있는데 사람의 입술자국이 있는 것이다. 그 구멍이 사람의 송곳니 자국으로 유추되는데 그곳으로 피를 흡착해 빨아낸 것으로 보였다. 뱀파이어라 하기엔 다른 이빨 자국 없이 네 개의 구멍 뿐이라는 것이 이상한데다 사망 후에 피를 빨았다는 것이다. 직접적 사망요인은 가슴쪽에 찔린 상처인데 사용된 흉기가 창으로 보인다는 것. 그럼 피살자는 누구인가? 서울대학교의 전직 교수 ‘전형우’였다. 이 끔찍한 살인사건을 탐정처럼 파헤치는 이가 기자 기연이다.
기연은 유사한 살해 방식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살인의 역사>라는 책을 쓴 저자 ‘이안 펨블턴’이라는 작가에게 자문을 구한다. 그에게서 ‘이 살해 방식은 매우 클래식하며 개인이 저질렀다기보다는 전통과 의식이 오랜 과거로부터 지속되어온 비밀 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메일을 받게 된다. 그렇다면 전교수를 살해한 집단이 누구인지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기엔 이 사건을 경찰이 해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본인이 적극 파헤치기에 이른다. 물론 특종 욕심도 있었다.
여기서 잠깐! ‘직지’에 대한 기본 상식 공부! 책에서 김진명 작가가 아주 친절하게 알려준 내용을 바탕으로~~
‘직지심체요절’이 ‘직지심경’으로 불리게 된 연유는 1967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박병선박사에 의해 발굴되었는데 3년 간의 연구를 통해 현존하는 최고의 금속활자본임이 확인되었다. 이름이 너무 길어 어떻게 알릴까 고심하다가 프랑스인들이 잘못붙인 이름 그대로 ‘직지심경’으로 알려졌다. 백운화상 사후 청주 흥덕사에서 1377년에 상‧하 두권으로 인쇄되었으나 현존하는 것은 프랑스에 남아있는 하권뿐이다.
여기서 문제는, 직지가 세계 최초라는 것 외에 어떤 의미도 없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지식혁명의 주인공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위 내용은 책 속의 인물, 서원대학교 김정진 교수가 기연에게 하는 말이다. 서원대 김정진 교수는 실제 인물이며 김진명 작가가 김교수의 삼고초려 끝에 이 소설 <직지>를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원대학교 문화기술사업단은 전 세계인들이 직지를 쉽게 배우고 즐기도록 “직지톡톡”이라는 앱을 개발해 전국 초중고에 수업교재로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무료 배포했다.
‘직지’가 서양의 금속활자 발명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려는 서원대학교의 노력이 소설가와 콜라보되어 탄생한 책이 <직지>인 것이다. 사실 앞부분에 기자가 김교수를 만나 설명을 듣는 장면과 책의 뒷표지 설명을 읽으며 궁금해서 읽다말고 검색을 좀 해보았다. 소설은 소설로 읽으면 될 일이지만, 이러한 팩션의 경우 역사적 사실을 확인해보아야 직성이 풀려서 먼저 찾아본 후 다시 책을 펼치니 더 심취할 수 있었다.
1권의 내용은 살해된 전교수의 범인을 찾기 위해 기자가 정보를 수집하고 추리해 나가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기연이 참관한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직지측)과 독일(구텐베르크측)의 공방이 이 소설을 작가가 왜 쓰려고 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보인다.
“독일은 직지의 씨앗을 인정하고 한국은 독일의 열매를 인정해야 한다.”
전교수가 교황청으로부터 받은 편지와 그 속의 흔적들을 따라 기연과 김교수는 독일로 떠난다. 2권으로 넘어가면 숨은 비밀들이 하나 둘 드러날 것 같다.
처음 뒷표지의 “직지에서 한글, 반도체로 이어지는 지식혁명의 뿌리를 찾아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히는 경이로운 소설“ 이라는 홍보문구가 과장됐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서원대의 주장과 소설가의 상상력이 우리가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것 같아 2권도 기대가 된다.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