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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2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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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의 소설 <직지>의 표지에는 '아모르 마네트'라는 문구가 부제처럼 쓰여 있다. 이것의 전체 문장은 라틴어로 '템푸스 푸지트 아모르 마네트'이며 한글로는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이다. <직지>2권의 리뷰를 쓰며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유는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지 않고 싶어서이다. 1권 리뷰에서도 스포일러를 줄이려고 살인사건에 더 비중을 두고 썼다. 이런 추리적 요소가 들어있는 책의 리뷰를 쓰면서 범인을 밝히거나 스포일러가 되는 줄거리를 쓰는 것은 책을 직접 읽어보고픈 흥미를 떨어뜨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너의 글 실력이 부족해서겠지!"라고 해도 할 말은 없다. 본격적으로 리뷰를 쓰고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한 게 직년 1월부터인데, 그러고보니 추리소설 리뷰는 딱 한 번 써봤다. 실력부족이라고 해도 할말이 없는 형편이다.
다시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로 돌아가보자면, 이 문장이 내겐 중의적으로 읽혔다. 카레나와 쿠자누스의 사랑, 그리고 인류애!! 그 인류애란 카레나(은수)에게는 세종의 애민사상이라 할 수 있고, 쿠자누스로서는 일종의 카피레프트 정신이라 하겠다. 그 둘의 노력으로 인쇄술이 구텐베르크에게까지 이어졌으므로. 물론 이 소설 제목이 '직지'이고 주인공도 직지일 수 있겠으나, 나는 카레나와 쿠자누스가 주인공이라 생각된다. 소설의 마지막 문장도 '세월은 흘러도 사랑은 남는다'로 끝나니까. 그들의 노력을 작가 역시 인정했다고 보여진다. 왜냐하면 이루어지지 못한 그들의 사랑이 인쇄술이라는 혁명적 사건으로 이어졌고 오늘날까지 유효하다고 여기기에 그 문장을 강조했다고 본다.
1권에서 사회부기자 기연이 퍼즐같은 정보를 토대로 추리끝에 찾아낸 이름이 카레나와 쿠자누스였다. 2권에서 본격적으로 살해를 주도한 단체를 찾아나서는 내용일 줄 알았는데 배경이 조선시대로 바뀐다. 세종과 주자사(활자 만드는 사람) 양승락의 딸 은수가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갑인자보다 더 아름다운 활자를 만들 줄 아는 은수가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를 반역이라고 다그치러 온 명나라 환관때문에 고초를 겪는다. 은수라는 조선의 여인이 어떻게 바티칸까지 가게 되었고 인쇄술을 전파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이 2권의 주 내용이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직지와 구텐베르크 인쇄술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그 둘에 대해 뉴스로 확인할 수 있는 최신 정보들이 서술된다. 급마무리 라거나 뉴스브리핑 한다며 허무해하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렇게 역사와 사실이 명확한 소재로 팩트를 가미하여 소설화시킬 수 있는 작가는 많지 않다. 그 점은 높이 평가해주어야 한다. 카레나와 쿠자누스의 이야기가 픽션이라해도 소설적 재미를 만끽할만한 설정이었다고 본다. 마지막에 기연의 입을 빌어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제대로 잘 전달될 것이다.
"구텐베르크를 인정하고 나면 우리 직지의 진짜 가치가 보일 것입니다. 직지는 인간 지능의 승리입니다. 맹수에게 이빨과 발톱이 무기이듯 인간에게는 지식과 정보가 무기입니다. 그 지식과 정보를 가장 정확하고 깔끔하게 기록하고 전달하는 장치가 바로 금속활자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이런 수단을 만들어낸 우리 민족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또한 이 직지의 정신과 맞닿은 것이 바로 훈민정음입니다. 훈민정음은 이제껏 인류가 만들어낸 어떤 글자보다도 우수하다고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직자와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기 이전에 인간 지능의 금자탑입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직지와 한글은 그 존재 자체가 소수의 독점으로부터 지식을 해방시켜온 인류가 손잡고 동행하자는 지식혁명입니다. 이기심에서 벗어나 이타심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위대한 메시지가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독자중에 심각한 비약이라 여길만한 아래와 같은 대사가 나오기는 한다.
“직지와 한글과 반도체는 인류 지식혁명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3대 걸작입니다.”
그러나 전 미국 부통령 엘 고어도 이런 말을 남겼다니 그리 뜨악하게 반응할 것까지는 없을 듯 하다.
“한국은 금속활자 발명과 디지털 기술로 인류에게 큰 선물을 줬다.”
우리나라나 유럽에서나 민중이 글을 알고 책을 읽게 되어 기득권들이 누리는 고급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것을 지극히 꺼렸다. 그러한 체제를 무너뜨리고 지식의 보편화를 만들수 있게 된 인쇄술의 위대함을 우리는 간과하며 살고 있다. 이제는 너무나 손쉽게 내 손안에서 어마어마한 정보들을 접하고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에 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기기 하나로 몇가지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스티브잡스의 위대성은 강조하고 감사하면서 그것을 아주 편하게 누릴 수 있는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그보다 덜한 감정을 가지고 사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 기기에 중요한 부품인 반도체 기술도 우리가 세계 1위인데 말이다.
요즘 우리의 반도체 산업에 위해를 가하려는 일본의 경제제재를 보니 우리나라의 이러한 우수성에 흠집을 내고픈 그들의 욕망도 일정부분 작동한 것이 아닐까 혼자만의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물론 아베의 어깃장은 다른 의도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보니 문득 그쪽으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소설은 독자의 배경지식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있지만, 어떤 시기에 읽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의 감상이 나올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의 위대성을 폄하하며 살고 있는게 아닐까? 이젠 우리를 자랑스러워해도 된다. 이 책을 읽고 우리안에 숨겨둔 긍지와 자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