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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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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을 때, 나는 기대를 하게 된다. 뭔가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길~ 뒤통수 텅 할만큼의 대반전이 있길~~ 소설이니까! 에세이를 읽을 땐, 아무 기대가 없다. 어차피 일상인데 뭐 특별하랴? 여기며 읽는다. 신소영 작가의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를 손에 쥐었을 때도 그랬다. 에필로그까지 다 읽은 후엔 달랐다. 기분좋음이, 흠... 뭐라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기분좋다는 말 외엔! 좋았다는 뜻이다!! 아, 리뷰에 쓰고 싶은 말이 많아서 뭘 쓸까? 고민한게 그 증거다. 책을 읽은 후, '리뷰에 뭐라 쓰지?'라는 생각이 들면 그 책은 별로인거다. 내 기준엔 그렇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 여성, 싱글, 불안정한 직업. 작가의 현 상황을 나타내는 단어다. 뭔가 부정적이고 불안한 느낌이 든다. 작가도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 글 '항상 행복할 필요는없다'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p.284~285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명함도 돈도 남편도 뚜렷한 미래도 없지만 이만하면 괜찮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다. 이제 내 마음도 무엇을 이루기 위한 'doing '보다 여유 있고 배려하는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 becoming'에 더 무게가 실린다.
그러니 우리는 자아실현을 하며 아무 부족함이 없는 싱글 여성이 될 필요는 없다. 그렇게 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나는 외로움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격려한다. 긍정적인 것들로만 가득해야 행복한 것이고 그것이 내 인생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생각도 버렸다. 그러자 전보다 평화와 만족감이 더 자주 나를 찾아온다.
물론 지금도 외로움이나 슬픔, 막막함에 무너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속으로 되뇐다. 그것들은 내가 싱글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살아 있기 때문에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그저 살아있기에 느끼는 당연한 감정"이란 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기혼이라 쬐끔 더 안정적이라는 차이 외에 작가가 느끼는 저 감정, 책속에 풀어낸 상황들에 너무나 공감했다.
작가가 절친 두 명과 명절에 만나서 지낸 에피소드를 읽다보니 나도 비슷한 친구들이 생각난다. 사회에서 만났기에 동갑은 아니지만 관심사와 직업이 비슷해 10년 넘게 만남을 유지해오고 있다. 나는 기혼녀, 한 명은 비혼녀, 다른 한 명은 딸 하나 있는 돌싱녀. 조합도 작가 친구들과 거의 같다. 우리는 명절에 만나본 적은 없다. 나 때문에 그럴 엄두는 내본적이 없다. 기혼녀는 명절에 시댁에 매여야 하고 다른 두 여성은 시간이 남아돌아도 집에서 뒹굴거리고... 내가 시댁과 남편에게, 명절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겠다며 당당하게 커밍아웃할 수 있을 때가 언제일지 모르겠다. 지르고보면 별거 아닐텐데 그러지 못하니 나도 차암 답답한 인사다.
비혼녀인 친구에게 나도 이렇게 말했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봐야 어른이 되지!"
나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박근혜도 마찬가지라고 단정했다.(물론 그것 때문이 아니라 많이 모자라서 최순실의 꼭두각시가 됐다는게 판명났지만서도)
'아이를 낳아야만 어른이 된다?'는 꼭지를 읽으며 뜨끔했다.
"나와 다른 편에 서 있는사람을 나의 기준에서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연습을 해야 진짜 성숙해질 수 있다 "는 부분을 읽으며 결혼하고 애낳아도 저런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 것이 진짜 어른이라는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정해둔 가치판단의 기준이 가장 옳은거라 여기며 그동안 얼마나 숱하게 사람들을 재단했던가? 심히 부끄럽다.
작가는 마흔이 넘어 방송작가의 꿈을 잠시 이루었다가 몇 년도 안 돼 짤리고 만다.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다른 곳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말이 좋아 방송작가지 언제 잘릴지 모를 비정규직에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야하는 직업일줄 정말 몰랐다. 몸이 망가질 게 뻔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작가도 일과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니 다행이지만 말이다. 작년에 나는 배리어프리 화면해설작가 양성프로그램 수업을 들을때만 해도 희망에 부풀었다.
'나도 작가가 되는구나!'
그 희망이 현실을 너무나 모르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기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 연유를 여기서 지난하게 밝힐 필요는 없겠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어떤 쪽으로든 "작가"라 이름붙여진 직업은, 미화된 비현실성을 내재하고 있음을 말하고자 언급한 것이다.
'비혼일기'를 연재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이대로 행복하게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작가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그녀와 나는 아주 많은 공통점이 있으므로! 이 글에서 일일이 대조하지는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좋았다. 앞으로도 글쓰며, 길에서 만나는 이들과 길고양이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며, 친구들과 명절에 만나 신나게 수다떨길 바란다. 아, 엄마랑 오빠랑 패키지여행도 가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