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 별을 떠날 때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독한 현실을 살았던 남자가 있다. 누군들 사는게 안 힘드냐며 타박하는 이도 있겠으나 현실속의 지독함이란 당사자에게는 큰 법이다. 예컨대 화물선에서 두어달 이상씩을 항해하는 이들의 일상을 며칠 겪어보고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맨날 멋진 구경 하면서 그냥 타고 있으면 되는 거였네. 이제 고생한다는 말 하지마."
또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한다.
"배 타는 게 지루할 거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정말 몰랐어. 이런 시간들을 그동안 어떻게 견뎠어?"
전자는 아내를 배에 태워본 주인공의 동료들의 증언이고,  후자는 주인공 아내가 남편의 배에 처음 타보고 한 말이었다. 그는 돈을 많이 벌려고 선장이 되었고 아내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몇 달에 한 번씩 만나는 아내와 애틋함까지는 아니어도 그리움 비슷한 감정은 있었으며 평범하다고 생각한 아내에게 저런 말을 듣고는 몹시 낯설다 느꼈다. 그리고 딸의 결혼식 자리에서 아내가 너무나 예뻐보여 낯설다못해 당혹스러움까지 느낀다.

p.106 멀어진 사람은 근사해진다. 낯선 느낌 때문에라도. 그러니까 비로소 아내가 아닌 한 여인을 발견한 듯했던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알고 있는 것과는 정말 다르구나 하는 생각마저 새삼 들었다. 익숙한 존재속에 숨어있는 신비한 공간을 발견했다는 자각이랄까.

사실 이 부분을 읽고,
'음, 이것이 전조인가? 올 것이 오겠구나.'하며 지극히 진부하고 통속적인 상상을 했다.
'늘 같은 표정, 수수한 옷차림의 가구같던 아내를 재발견한 남편이 느끼는 이 이질적 감정이 뭐겠어. 당연한 수순을 밟겠군...'

작가를 잘못 봐도 단단히 잘못 봤다. 한창훈이라는 소설가와는 이 책으로 첫 만남이었다. 그래서 그의 글이 어느 정도인지 전혀 가늠해보지 못한 상태로 읽다가 어설픈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고, 눈물이 차올랐다.

딸 결혼시키고 은퇴후 아내와의 생활을 꿈꿨으나 아내는 난소암으로 죽는다. 아내와 남편이라는 역할에만 충실했던 그들은 아내의 병실에서 처음으로 진심을 나누는 대화를 하게 된다. 둘의 결혼생활은 경제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을지 몰라도 각자의 역할을 다하느라 마음이 얼마나 고됐는지는 서로가 몰랐다. 아내는 매일매일 퇴근시간이면 붐비는 주차장을 보며, 옆집 남편들이 퇴근하는 소리를 들으며, 외로웠다. 남편은 영원히 닿지 못할 곳을 평생 가야하는 절망감으로 수평선을 보며 선상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그 고백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침대위 모니터에 수평선을 긋고 떠나버린다.

이 소설의 한 축은 주인공의 이야기이고 한 축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의 이야기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현실의 이야기 같고 어린왕자를 만나는 이야기는 동화같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80년 후 지구에 다시 돌아와 주인공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이 반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원작의 어린왕자를 이 소설에 잘 살렸다는 출판사의 리뷰나 바닷가를 일만번 걷다가 문득 다가온 그 '무엇'으로 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말 모두 인정한다.

허나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이미 작가의 것이 아니란 말처럼 나는, 동화같은 어린왕자 이야기보다 주인공의 현실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었다. 어린왕자 덕분에 바닷속 체험을 할 때 자신의 생에 주요 사건들이 하나씩 펼쳐졌고 아내와의 시간들 그중에서 자신도 몰랐던 이야기들이 영화처럼 보여진다. 생텍쥐페리가 말하던 어린왕자를 현대에 되살린 점도 중요하겠지만 어린왕자를 만난 주인공이 자신이 살아온 시간들을 정리해본 것에 더 의미가 있는 듯 하다. 자신이 아내를 사랑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으니까...

수순대로 어린왕자는 자기 별로 떠나고 혼자 남은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이별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다에 떠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오랜 시간 배 위에서 지낸 그가 할 수 있는 일이었으리라. 그리고 수평선을 향해 배를 타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일을 반복한다. 바다 위에 늘 있을 땐 절망이었던 수평선, 수평선을 그으며 떠나버린 아내. 이젠 그 수평선을 만나러 배를 타고 나가는 그는 아마도 매일 아내를 만나고 돌아오는 게 아닐까.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려고...

현실이 괴로울때 우리는 동화같은 세상을 꿈꾼다. 그곳에서는 고통도 없고 자신의 남루함도 씻겨질 것만 같으니까. 순수함을 찾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이런저런 경험도 해보았으며 책을 읽으며 내가 겪지 못한 타인의 독특한 삶도 내것인양 느끼게 되다보니 이젠 동화같은 환타지가 그리 와닿질 않는다. 주인공이 짧은 순간 아내와 교감한 장면에서 가슴 찌르르했던 것은 부러워서인가, 내가 늙어서인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번외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 박지리 작가는 2010년 <합★체>로 사계절문학상 대상을 받고 등단했다. 그후로 줄곧 사계절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세븐틴,세븐틴> <맨홀> <양춘단 대학 탐방기> <다윈영의 악의 기원> <3차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그리고 이번 <번외>까지 7편을 6여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써냈다. 안타깝게도 이제 우리는 그의 작품을 더이상 읽을 수가 없다. 그는 2016년 9월에 유명을 달리했으니까.

마지막으로 출간된 작품 <번외>를 읽었다. 책표지에 장편소설이라고 쓰여있지만 159쪽에 불과하다. 작가가 장편소설로 쓰다가 마무리 짓지 못하고 사망했는데 출판사에서 정리하며 작가의 의도대로 '장편소설'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둔 것일까? 궁금하지만 확인해보지는 못했다. 짧은 분량인데 장편소설이라고 한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동명고라는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생존자이다. 사고 1주년 추도식후 하룻동안에 일어난 주인공의 일상이 줄거리다. 주인공은 제목처럼 1년 동안 '번외'의 삶을 살았다. 누구나 알아봐주고 뭘해도 열외로 취급하고, 있으나 없는듯 혹은 특별취급을 받았으니, 당사자는 자신이 번외라고 여겼다.

그는 계속 궁금해 한다. 있으나 마나 한 인생도 살 가치가 있는건지? 똥 치는 문제 때문에 염소이길 바라는 할아버지를 보며 '고귀한 인간'이란 대체 무엇인지? 정말 자신은 죽은 이들을 대신해 덤으로 사는 것인지? 못생긴 벌레가 너무나 살고 싶어하는게 몸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기절했을 때 누군가 구조해 준다면 보게 될 자신의 신분증에 써놓은 당부글을 보며 '되게 살고 싶어한다니까'라며 자조한다.

청소년기에 누구나 할법한 실존에 대한 질문과 유사해 보이지만 그의 고뇌는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사건(우리나라에서 총기 사건)의 생존자라서 결이 다르다. 범인의 살인 의도는 전혀 서술되지 않고, 주인공은 형식적인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정보밖에 없기에 1년간 그가 겪은 고통이 어떠할지 독자는 감히 가늠할 수가 없다.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며 친구는 죽고 구조되어 살아난 아이들의 고통과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짐작 정도를 할 수있을 뿐이다. 허나 이 소설은 그 사건전에 쓰여진 것이라 하니 인간실존을 다룰 소재로 이런 사건을 생각해 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맨홀> 마지막에서도 그랬듯 주인공은 굴러가던 공을 따라가다 길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있게 된다. 두 주인공 모두 갈 길을 잃어버린 청소년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이 책의 마지막, 신기루 같은 모래가 아른거리는 길위에 선 주인공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까? 차도 한복판에서 배구공이 유혹하고 있다. "이리 오라"고... 독자에 따라 다른 결말을 그릴듯 하다. 충격적 사건이 있은 후 1년이 지나도록 괴로워하던 소년이 취할 행동은 공을 따라 차도로 들어설 수도 있고 공을 포기하고 돌아설 수도 있다.
나는 상상해본다. 그 배구공이 오라며 유혹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첫 책 <합★체>에서 아버지가 말하던 그 탄성있는 공이라면 어떨까? 통통 튀어올라 주인공의 품으로 쏙 안기면 좋겠다. 그 공을 안고 운동장으로 다시 돌아가길 바란다. 돌아간 그 곳에서는 사람들이 그를 번외자로 취급하지 말아주길...

어차피 인생은 혼자이고 괴로운 것이라 하지만 엄청난 사건을 겪은 열여덟 소년에게는 좀 너그러우면 안되나. 아무에게도 진심을, 그 절절한 고통을, 말하지 못했다. 가족에게조차.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말을 쉽게 하지만 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들어주는 것일뿐... 공중전화에 대고 낯선 이에게 자신의 고통을 얘기하면서 조금은 풀렸길 바라본다. 그리고 살아있어주길 바란다. 주인공에게 바라는 이 마음이 이젠 이곳에 없는 작가를 그리워하는 심정으로 옮아가는 느낌이다. 부질없지만...

작가의 마지막 질문인 듯 하다. 주인공도 삶에 묻는다.
"산다는 건 무엇인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 내 뜻대로 인생을 이끄는 선택의 심리학
쉬나 아이엔가 지음, 오혜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후회하는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인도출신의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이자 선택분야에서는 최고 전문가라고 불리는 쉬나 아이엔가의 책이다. 작가는 인도계 이민자 부모님 밑에서 유년기에는 시크교도의 삶을 따랐다. 14세때 부친이 급사했고 고등학교 입학 즈음에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빛 이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질 법한 상황에서 작가는 모태종교에 따라 사는 익숙한 관점을 거부하고 선택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것을 택했다. 그 선택은 그녀를 희망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7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작가는 경제학, 생물학, 철학, 문화연구, 공공정책, 의학 등 다양한 시각에서의 선택을 살펴보고 우리 삶에 선택이 미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다루고 있다.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생각이 언제나 같을 수는 없으므로, 독자들은 내 의견과 결론에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관계없이 이런 질문들을 탐색하는 과정 자체가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부터 인생을 바꾸는 것까지 모든 선택은 삶에서 떼어낼 수 없는 부분이다.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든 선택은 삶과 분리될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자신과 자신의 삶,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어떻게 시작되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전체 내용에서 빈번하게 나오기는 하지만, 전반부에서는 주로 개인이 선택을 할 때 인종과 문화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작가가 직접 한 실험부터 고전적이고 유명한 실험 사례들로 논증하고 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아시아계(주로 일본, 작가가 일본에서 유학/인도계)는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앵글로계는 개인의 취향이 좌우한다. 개인의 이러한 선택 성향은 처음에는 가족과 문화를 통해 학습되고 살아가는 동안 제2의 천성으로 자리 잡게 된다. 후반부에서는 선택 시의 환경이나 선택지를 공급하는 이에 따라 개인의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선택의 결과에 어떤 심리를 가지게 되는지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다.

 

 

본 리뷰에서는 그것들을 일일이 정리하기보다는 인상깊게 읽었던 것만 남기고자 한다. 재미있었던 것과 딜레마 상황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5장의 챕터 코카콜라는 자유의 맛이 난다.’이다. 많은 사람들이 탄산음료를 선택함에 있어 코카콜라가 더 맛있다고 여기는 것이 코카콜라의 상술에 세뇌당한 것이라는 것이다. 2004년 휴스턴에서 실시되었던 단순한 조사이다.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두가지의 상표를 말해주지 않고 마시게 한 후 어떤 것이 더 좋았는지 물었을 때 답변은 반반이었다. 미각테스트에서 상표가 표시 안된 음료를 마셨을 때 펩시가 더 좋았다고 하면서도 평소에는 코카콜라를 산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절반은 마시기 전에 코카콜라 캔 사진을 먼저 보여주고 나머지 절반에는 색깔있는 조명을 보여주며 음료에 관한 표시는 아니라고 했다. 결과는 75%의 사람들이 불빛을 비춰주었을 때보다 코카콜라의 사진을 보여주고 마시게 했을 때 그 맛이 더 좋다고 했다. 사실 코카콜라이외의 콜라는 한번도 주지 않았다. 사람들은 상표의 맛을 보는 것이다. 이것을 증명하는 광고가 있다. 바로 산타클로스로 하는 코카콜라 광고이다. 넓은 벨트를 매고 멋진 검은 부츠를 신은, 키카 크고 뚱뚱하고 늘 행복한 남자의 산타는 코카콜라의 광고 이후로 굳혀진 산타의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 광고 이전 산타의 모습은 다양했었다고 한다. 산타의 옷과 코카콜라 상표의 빨간색은 같은 색깔이다. 코카콜라 회사는 그 색깔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다. 그 뿐아니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축제의 한복판에서 코카콜라가 무료로 제공되었다. 자유와 승리에 환호하던 순간 모두가 들고 마시던 코카콜라는 자유와 미국적 이상들과 연결되면서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던 것이다. 코카콜라는 왜 산타클로스를 광고모델로 썼을까?정도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챕터를 읽으면서 자본과 미디어에 놀아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를 살면서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지각하고 살았지만 말이다. 한편으론 재밌기도 한편으론 내가 하는 선택은 세뇌에 의한 선택이 더 많을 것이란 생각에 입맛이 씁쓸했다.

 

두 번째는 7장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에서 제시된 딜레마 상황이다. 이제 막 출산한 아이가 산소결핍으로 두뇌손상을 입어 식물인간으로 남아있게 될 거란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된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이 아이에게 달린 인공호흡기를 떼면 아이는 사망할 것이라며, 이 모든 사실을 말한 의사는 그 어떤 제안도 하지 않고 부모가 선택하기를 기다린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당신이라면? 아이에게 하는 부모로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선택인 셈이다. 나는 그 어떤 선택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저 이것이 꿈이기만을 기도하며... 위 상황은 미국의 의사의 태도이고 오롯이 선택권은 그 부모에게 있었으며 그들은 인공호흡기를 떼는 것을 선택한다. 그 후. 그들은 몹시 견디기 힘들었다. 자신이 마치 사행집행에 가담한 것 같은 고통을 느꼈고 의료진이 자신을 의도적으로 고문했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한 결정에 심한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유사한 상황에서 프랑스 부부들도 동일한 선택을 했으나 그 후의 삶은 미국인 부부만큼 힘들지 않았다. 그들은 결과가 불가피했다고 믿었으며 후회에 덜 집중했다. 그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프랑스 의사들은 자신들이 먼저 결정을 내린 후 부모와 그 결정을 상의했다.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의 태도가 엄청난 차이를 낳은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정보를 받았으나 선택하지 않았던 사람들(프랑스 부모)이 선택해야 했던 사람들(미국 부모)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덜 표현했다. 자신이 결과를 가져온 주체라는 지각, 아이의 죽음에 직접적 책임이 있는 장본인이라는 지각에 많이 좌우된다.

 

 

우리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만족하기도 후회하기도 한다. 후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선택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작가는 말한다. 모든 선택은 그것이 삶을 바꾸는 중대사든 아니든 간에 우리에게 불안감과 후회를 안겨줄 잠재력을 가진다고. 우리는 절대 선택을 완전히 파악할 수 없으며 바로 거기에 선택의 힘과 신비, 그리고 독특한 아름다움이 숨어있다고 말한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샘터 2018.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년도 이제 한달밖에 남지 않았다. 월간 샘터 12월호를 받아드니 더 실감이 난다. 계절과 따뜻함을 느낄 수있는 표지 그림은 이미경 작가의 작품으로 제목이 <나어릴적에>이다. 신기하게도 겨울은 추운데 저렇게 따뜻함을 주는 그림으로 계절을 표현한다. 어릴 때 어느 집에나 있던 솜이불과 베개가 정겨움을 준다.

이번 12월호에서 만난 인상적인 두 인물은 가수 타이거JK와 롱보더 이주애씨다.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겪은 사기사건 얘기를 들려주었을 때 정말 답답하고 바보같았고 무슨 현자인줄 알았다. '이 달에 만난 사람'에 실린 기사를 보니 역시 그 사건이 나온다. 아주 간략하게 줄여놓았지만 그가 쌩고생한게 너무 축약된게 아닌가 싶었다. 사기쳐서 자신의 돈을 다 빼돌린 그들을 용서하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하는것에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어떻게해서든 그 돈을 찾으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했을테지만 그는 다 털고 묵묵히 노래를 만들었다. 진정 달관의 자세다! 10월에 정식앨범을 냈다는데 잘 되길 바라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여자가 사는 법'에 소개된 이주애씨는 롱보드를 타는 자유인이다. 초등학교 방과후 미술교사로 근무하다가 취미로 시작한 보드타기가 이젠 직업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녀 역시 여러가지 힘든 일을 겪었는데 보드를 타면서 이겨냈다. 모험삼아 시작했는데 연습모습을 찍은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끌어 모델료를 받는 일로까지 연결이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에게 닥친 힘든 상황에 무릎 꿇는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시련을 견뎌냈고 이제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송년호라서 그런지 이 사연들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12월 특집 주제는 '추위를 잊게하는 내 마음 속 난로'이다. 7편의 사연들 모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위로가 자신의 마음속의 난로가 되어 마음의 추위를 물리친다는 사연들이었다. 평소 특집주제가 왠지 뻔한 이야기로 느껴질 때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니었다. 인생의 보릿고개를 넘기며 힘겨워할 때 누군가가 차려준 밥상을 받은 사연은 가슴 뭉클했다. 병마의 고통속을 헤맬때 만난 이웃의 고운마음씨가 특효약이었는지 기력을 회복했다니 다행이다 싶었다.

 

 

'맛있는 트럭'에 소개된 김남은씨는 20대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과감하게 하고있는 용감한 청년이다. 푸드트럭에서 만두를 팔다니 그것도 용기있는 선택이다. 이름도 예쁜 '장미만두'다. 사진을 보니 침이 절로 고였다. 반포에서 하고 있다해서 한 번 가서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오르는데 기사 말미에 보니 가도 먹을 수가 없겠다. 잠시 휴식을 가진다고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이... 쩝, 더 먹고싶어지는~~

12월호는 최근 몇 달 간 읽은 중 가장 알찼던 것 같다. 편집장의 글을 보니 고생해서 출제한 십자말풀이를 풀어주는게 예의일 것 같아 풀었다. 그동안 한번도 안해봤는데 재미있었다. 앞으론 출제자의 성의를 생각해서 꼭꼭 풀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 장애인과 어우러져 살아야 하는 이유 아우름 32
류승연 지음 / 샘터사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들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을 줄 알았을까? 내게 일어날 일이라고 예상한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노화도 찾아오지 않고 창창한 젊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김없이 머리카락도 세고 눈도 침침해지고 질병도 찾아온다. 작가는 말한다. 질병도 장애도 어서오라고 손짓하고 기다리는 이는 아무도 없을거라고. 모두가 장애를 겪는 것은 아닐지라도 노화는 모두에게 찾아오는 것이니 그로 인한 질병은 장애일 수밖에 없다고....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는 샘터사의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인문교양 시리즈' 아우름 서른두번째 책이다. 이 책은 장애, 장애인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가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낳아 키우여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류승연씨는 이 책을 통해 이젠 더이상 구분짓지 말고,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한 폭의 그림으로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자고 말한다.

가까운 주위에 장애인이 없어서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 그들을 보는 시선을 교정해 준다.
발달장애 판정을 받은 10살짜리 아들과 비장애인 쌍둥이 딸 둘을 학교에 보내면서 자신이 느끼고 깨달은 바를 가감없이 서술하고 있다. 일반학교와 특수학교 모두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방식은 없다. 졸업후에도 발달장애인들의 취업은 요원할 뿐이고. 서두에서 밝혔듯 주위에 장애인을 보기 힘들다는 것처럼 회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결국 정부 정책과 우리들의 시선때문이다.
나도 시댁의 조카가 발달장애인인데 서른이 넘도록 집에서 케어하고 있지 취업은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그나마 오후까지는 무슨 기관에 다니고 있어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 건 아닌 모양이다.

작가는 그들과 우리 모두가 그림처럼 자연스럽게 한폭으로 어우러지는 사회를 꿈꾼다. 그러기 위해서 여러가지 방안들을 제시한다. 알고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세상에 노출되어 수많은 반복 경험을 통해 배워야만 발달장애인이 사회를, 사회의 규범을, 사회 속에서의 관계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선 우리들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노력이냐고요? 잠시 시선을 거둬주고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오히려 관심을 보여주는 작은 배려, 사소한 실수는 너그럽게 눈감아주며 세상을 배울 수 있게 응원해주는 작은 여유, 그런 것들이 필요하답니다."

  미디어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다큐속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은 '고난'에 초점이 맞춰 편집되어 우울하고 힘든 이야기만 부각시켜 고정관념과 편견에 확신을 가지게 해준다. 작가는 몇번의 방송국 섭외가 들어와도 거절했다. 하나의 방향으로만 고정된, 의도된 방식으로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더이상 연락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방향이 아닌 경우는, 너무 인간승리의 드라마만 보여준다. 작가는 미디어에 요구한다.

 

 "진정한 사회통합을 위한 올바른 장애 인식 교육이 미디어에서부터 시작되면 좋겠습니다. 장애인을 장애가 있을 뿐인 사람으로 바라볼 수 있게,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가치판단이 들어가지 않게,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3장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는 장애인의 노동권을 경제가 아닌 복지의 개념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효율의 문제만 따지지말고 조금 느리더라도 그들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보조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그들만을 위함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소수자의 문제이며 누구에게나 다가올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10여년간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지 책 내용에는 아마 10퍼센트도 담지 못했을 것이다. 허나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 정제된 언어로 조근조근 우리에게 알려주는 현실과 당부를 잊지않고 실천할 수 있을거라고 본다. 우리는 예비장애인이며 다름을 다르다고 인정해야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동안 말뿐이었지 행동은 또 쉽지 않았다. 이제 헛구호는 그만 외치자! 각자의 붓을 들고 캔버스에 직접 터치를 할 때, 그 하나하나의 붓터치로 한폭의 그림이 완성될 것이므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