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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장석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3월
평점 :
내가 생각하는 장석주 작가~~하면 글의 종류 가리지 않고 쓰는 다작에다 명문장 메이커이다. 이번 신작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에도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명문들이 우수수 쏟아져 읽다가 앞으로 돌아가 보고, 다시 돌아와서는 '이 문장을 한 번 써볼까, 아니 이걸 써볼까?'하며 독자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감나무 가지에 붉은머리오목눈이가 날아와 우는 늦가을 저녁, 고요가 산에서 내려온 키 큰 짐승처럼 부엌 안쪽을 우두커니 들여다보곤 했지요. 그 시절 내 몫의 사랑을 탕진한 나는 머리를 산발한 채 흑염소처럼 울부짖으며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어요.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벌겋게 발열되었지요. 그러나 그리움이 독으로 변해 내 안쪽을 까맣게 태울 때조차 나는 애써 태연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