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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노래 - 나무는 말하고 그녀는 듣는다
진재운 지음 / 생각의힘 / 2026년 9월
평점 :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픽션이다. 황사의 진원지인 중국 내몽골 마오우쑤에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룬 인위쩐이라는 여성은 실존 인물이다. 우리나라 여성이 니카라과에 땅을 사서 숲을 가꾸고 있다는 책 소개를 읽으니 떠오른 이야기들이었다. 책 <나무의 노래>는 나무를 심는 어떤 사람의 이야기겠거니 했다. 그 여성의 이력에 호기심이 동한 것도 사실이다.
조선왕가의 후손, 패브릭 디자이너, 생화학자로 에이즈 원인균 규명, 뉴욕 맨해튼에서 극장주이자 공연 기획자, 60대에 암 선고를 받은 후 니카라과로 가서 나무를 심음(축구장 3천 여개의 땅에)
한 사람의 인생 이력이 이렇게 다채롭다고? 그러하다. 웬만한 인생에서는 일어날리 없어 보이는 일들이 거침없이 펼쳐지는데 그녀는 주저앉지 않았다. 평생 직종과 국경을 넘나들며 맞섰다. 이렇게 쓰다 보니 뭔가 역경을 이겨낸 휴먼스토리 같은데 그렇지 않다. 그녀는 자신에게 벌어진 일은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며 그 당시에 할 수 있는 일, 무엇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왔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은 밝히지 않겠다고 했다.
책 제목이 <나무의 노래>인 이유다. 책이 나오기 전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졌는데 그녀는 감독에게 자신의 이름과 이력을 영화에서 앞세우지 말아달라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이기 시작하면 자연이 위축돼요.”
“잠깐 머무는 지구에 왔다가 내가 심은 나무들이 다른 사람한테 그늘을 만들어 주고, 또 의미를 부여하고, 나무는 또 나무대로의 삶을 영위하면 그 이상 더 바랄 게 뭐 있어요.”
글과 사진으로 보면서 영상이 몹시 궁금했다. 그녀의 삶도 영상을 만든 감독도 이미 세계적으로 증명 받은 모양이다. 진재운 감독이 3년간 그녀와 함께 하며 찍은 다큐멘터리는 '2026 뉴욕 페스티벌 TV & 필름 어워즈'에서 금상 2개, 은상 1개, 총 3관왕을 달성했다. 또 국제 방송상인 '2026 프리 이탈리아' TV다큐멘터리 부문 최종 후보 3편에도 올랐다.
책을 제공해준 출판사에 감사하며 그녀의 삶에 무한한 경외감을 표한다. 나 같은 범인(凡人)에게는 그저 다다를 수 없는 경지이며 감히 부러워할 수도 없다. 그녀가 자연을, 이 지구를 대하는 태도는 우리와는 경지가 다르다.
p.162
그녀는 여러 나라의 땅을 직접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니카라과의 황폐한 목장에 도착했다. 뜨거운 들판을 걷다 오래된 큰 나무 한 그루를 만났고, 바로 땅을 계약했다. 꿈에서 누군가 땅을 사라고 말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무 앞에 섰을 때, 그곳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고 했다.

나무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 걱정을 이야기하고 이야기했다. 어떤 우연인지 설명할 수는 없으나 그녀는, 자신의 애절함을 나무가 듣고 나무가 그것을 전파하여 이루어졌다고 믿는다. 그러한 일이 많았기에 귀신이 들린건가 할 정도였다. 과학자였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감독이 보기에는 현실적이었다. 그녀는 하나의 길이 막히면 또 다른 길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 길의 끝에 니카라과가 있었다.
그 먼 곳에서 나무를 심는 이유가 뭘까?그녀는 빚을 갚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자신이 받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놓고 떠나고 싶다고. 자신이 사라진 자리에서 다른 생명이 계속 자라기를 바란다. 그녀는 1987년부터 땅을 구할 때마다 나무를 심었다. 나무를 심는 일은 산소를 만드는 가장 단순한 간접방법이었다. 숲에서 만들어진 산소가 누구의 숨으로 들어가는지는 모른다. 싫어하는 사람에게 못 가게 막을 수도 없다. 산소 앞에서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이다. 산소만을 위해 숲을 만든 건 아니다. 나무를 많이 심어서 숲을 만들면 다른 생명들도 그 시간 안에서 살 수 있다. 산소는 그 관계 속에서 나오는 보이지 않는 선물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인간의 행위가 기후위기를 불렀고 가속화되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대부분 손 놓고 산다. 다른 생명들이 죽어가고 생명을 위협받아도 인간은 내 문제가 아니라 한다. 안 보이는 척 안 들리는 척 하며 눈앞의 이익에만 골몰한다. 그러면서 저지르는 행동의 결과가 재앙으로 돌아오리라는 것 역시 외면하며 산다. 그러나 빚을 갚기 위해 산소를 만들어내겠다고 나무를 심는 사람이 있다. 이 책 <나무의 노래>와 곧 개봉될 영화는 꼭 보자. 경이롭고도 찬란한 그녀의 삶을 추앙하게 될 것이다. 새끼손톱만큼이나마 작은 어떤 행동을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책을 받아 읽고 리뷰를 쓰고는 있지만,
그녀의 삶을 우리가 쓰는 언어로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계속 든다...
부록에는 그녀가 직접 쓴 글과 그림이 수록되어 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