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을 좋아해서 이정모선생님의 신간 <극한 진화의 세계>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당첨되었다. 과학서적 읽는 재미를 아주 만끽했다. 책 제목에 딱 맞게도 저자는, 극한 출판계에서 과학자가 문학 글쓰기로 진화했음을 증명해냈다. 과학책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가! 과학책 읽다가 가슴이 말랑말랑, 몽글몽글해지다니! 이런 경험 쉽지 않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으니 다들 읽으면 좋겠다. 초등학생도 교사나 부모가 도와주면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이 책은 지구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알려준다. 바다, 극지와 고산, 사막과 건조지대, 열대우림과 섬, 강과 호수, 인간세계, 이렇게 6개의 장에서 다룬 생물의 이름을 주욱 보면 처음 보는 것들이 꽤 많을 것이다. 나는 겨우 초롱아귀와 사막여우, 오리너구리 셋만 아는 이름이었다.
저자는 이 책의 서술을 1인칭주인공 시점으로 잡았다. 모든 생물들이 자신이 어떻게 생존하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분명 정보를 설명하는 내용임에도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듯 혹은 그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쉬이 감정이입하게 되어 울컥하기도 숙연해지기도 했다. 과학책의 탈을 쓴 문학 작품이 아닌가 말이다.
사막여우 편은 마치 동화 한편을 읽은 것 같았다. 할머니가 독립을 앞둔 손주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자신들의 생태 특징을 알려준다. 둘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사막여우의 귀가 왜 그리 큰지, 발아래가 털신 같은 이유는 뭔지, 사막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초등 저학년에게도 동화 들려주듯 읽어주면 될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마지막 장면이 한눈에 그려졌다. 할머니를 뒤로 하고 굴밖으로 나선 어린 여우에게 여명이 비치는 것이다. 그리고 홀로 맞은 아침과 저녁, 이어지는 문장들 뒤로 사막을 이기려고 하지마라는 할머니의 조언이 깔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