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진화의 세계 -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 발견한 생존의 법칙
이정모 지음 / 다산초당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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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생물학을 좋아해서 이정모선생님의 신간 <극한 진화의 세계>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당첨되었다. 과학서적 읽는 재미를 아주 만끽했다. 책 제목에 딱 맞게도 저자는, 극한 출판계에서 과학자가 문학 글쓰기로 진화했음을 증명해냈다. 과학책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을 수가! 과학책 읽다가 가슴이 말랑말랑, 몽글몽글해지다니! 이런 경험 쉽지 않다. 중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을 수 있으니 다들 읽으면 좋겠다. 초등학생도 교사나 부모가 도와주면 충분히 이해가능하다.


이 책은 지구의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생명체가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를 알려준다. 바다, 극지와 고산, 사막과 건조지대, 열대우림과 섬, 강과 호수, 인간세계, 이렇게 6개의 장에서 다룬 생물의 이름을 주욱 보면 처음 보는 것들이 꽤 많을 것이다. 나는 겨우 초롱아귀와 사막여우, 오리너구리 셋만 아는 이름이었다.


저자는 이 책의 서술을 1인칭주인공 시점으로 잡았다. 모든 생물들이 자신이 어떻게 생존하게 되었는지를 말하고 있다. 분명 정보를 설명하는 내용임에도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듯 혹은 그의 이야기를 옆에서 듣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쉬이 감정이입하게 되어 울컥하기도 숙연해지기도 했다. 과학책의 탈을 쓴 문학 작품이 아닌가 말이다.


사막여우 편은 마치 동화 한편을 읽은 것 같았다. 할머니가 독립을 앞둔 손주에게 옛날이야기 들려주듯 자신들의 생태 특징을 알려준다. 둘의 대화를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사막여우의 귀가 왜 그리 큰지, 발아래가 털신 같은 이유는 뭔지, 사막에서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초등 저학년에게도 동화 들려주듯 읽어주면 될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마지막 장면이 한눈에 그려졌다. 할머니를 뒤로 하고 굴밖으로 나선 어린 여우에게 여명이 비치는 것이다. 그리고 홀로 맞은 아침과 저녁, 이어지는 문장들 뒤로 사막을 이기려고 하지마라는 할머니의 조언이 깔리는 듯 했다.


나는 굴 안쪽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 작은 몸은 내 품을 떠나 사막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다. 사막에서는 모든 이별이 다음 생존의 시작이다. 사막은 그렇게 이어진다.

p.198


오리너구리편에서는 인간이 멋대로 자기들을 해석하고 이름 붙였다는 것을 주지시키면서 인간이 진화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진화는 하나의 정답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 아니다.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 속에서 서로 다른 해답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어떤 길은 사라지고 어떤 길은 남는다.

인간이 보는 자연은 이미 가능성이 줄어든 세계다.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일부만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인간은 그 결과를 보고 마치 자연이 처음부터 하나의 길을 선택한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살아남았기 때문에 정답처럼 보일 뿐, 처음부터 정답이었던 것은 아니다. 자연은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들었고 그 가운데 일부가 지금까지 이어졌다.

p.269~270


6장 인간 세계에서는 인간외에 북극곰, 돼지, 개와 고양이의 진화에 대해 다룬다. 1~5장에서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무지와 오만을 이미 확인했음에도 6장에 이르러 북극곰과 돼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기후위기의 급박성을 북극곰은 이렇게 표현했다.

"나는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지금, 버틸 수 없는 시간이 시작되고 있다."


인간과 함께 진화한 돼지에게 우리는 무엇을 책임져야할까? 채식을 말하는 우리에게 돼지는 슬프게 묻는다.

"인간이 우리의 몸과 삶을 만들었다면 죽이는 방식뿐 아니라 살아있는 시간도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집돼지다. 숲에서 나왔지만 숲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인간과 함께 세계를 차지했지만 내게 허락된 세계는 좁다. 나는 잡아먹히기 때문에 종으로 살아남았다. 이것을 성공이라 부른다면, 성공은 아주 슬픈 말이다."


이 책은 진화의 관점에서 다룬 생물학책으로 지구 곳곳에 살고 있는 이름조차 모르던 생물에 대해 알려준다. 그럼 가장 고등생명체로 진화했다고 하는 우리 인간이 다른 생명체와 이 지구에서 공존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앗차차, 저자는 독자가 입꼬리를 올리며 책을 덮길 바란 모양이다. 6장 마지막 베란다에서 대화하는 개와 고양이는 너무 귀여웠다.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극한이 꼭 먼 곳에만 있는 건 아니야. 인간과 함게 산다는 것도 하나의 극한 조건이지. 사랑받는다는 것, 길들여진다는 것, 의존한다는 것, 이름을 가진다는 것, 병원 기록이 있다는 것, 사진첩에 남는다는 것. 이것도 진화의 한 장면이야.

이 책의 앞쪽에 나온 생명들은 뜨거운 사막, 깊은 바다, 얼음, 독, 어둠, 굶주림을 견뎠어. 우리는 인간을 견뎠고 인간은 우리를 견뎠지. 그러다 서로에게 길들었어. 극한 진화의 마지막 장면이 거창한 화산이나 심해가 아니라 베란다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거야. 생명은 가장 낯선 곳에도 진화하지만 가장 익숙한 곳에서도 진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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