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이라는 감각 꿈꾸는돌 46
김서나경 지음 / 돌베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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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기본 감각은 다섯 개인데 여자에게는 육감이 있다고들 한다. 이제 청소년에게 우정이라는 감각이 있다고 말해야한다. 김서나경 작가의 소설집 <우정이라는 감각>을 읽고 나면 동의할 것이다. 우리도 세상 제일 중요한 게 우정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다. 나이 들면서 친구나 우정 보다 더 시급한 일들이 생기면서 서서히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지만 그렇다고 우정이 사라진 건 아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무람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옅어진 우정이라는 감각이 되살아남을 느낀다. 나는 우정에 감각이라는 말을 붙여본 적이 없는데 이 책을 읽은 후 쓰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우정을 감각의 하나로 명명한 작가의 글 솜씨를 확인하고 싶다면 <우정이라는 감각>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소설집에 실린 7편의 단편을 읽으면서 요즘 청소년의 일상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작가는 사랑하는 마음이 청소년기에 더 센 힘을 발휘하여 날마다 다채롭게 성장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걸 감각하는 것으로 용기를 낼 수 있다고 했는데 우정은 연결의 감각이 맞는 것 같다. 친구, 사랑, 우정, 공감, 이 단어들은 모두 연결 없이는 연상되지 않으니 말이다.


청소년 소설은 엄마의 입장에서 읽게 되어 자꾸 주인공의 등을 어루만져 주고 싶어진다. “자꾸만 보이는 아이의 주인공 이서가 지호의 수다를 들으며 안도하는 걸 보며 더욱 그랬다. 기립성 저혈압 때문에 수시로 쓰러지는 할머니를 돌봐야하는 이서는 일상이 불안하다. 친밀함을 과하게 표현하고 막무가내 말잔치를 벌이는 친구 곁에서 비로소 편안함을 느낀다.


환경 때문에 일찍 철든 아이는 어른의 고민을 이르게 한다. 세상 고민 없이 미래를 꿈꿀 나이에 이서는 삶의 무게에 눌려있었다. 어릴 적 내 모습이 겹쳐 보인 주인공이었다. 그래도 마지막에 할머니가 고양이를 보며 얘처럼 우리 이서도 이렇게 마음을 써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온누리가 이서에게 전해주었다. 할머니를 돌보는 부담감과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사이에서 힘들어하는 이서 곁에 지호와 온누리, 고양이 진나비가 있어 다행이었다.


창비어린이 신인 문학상 당선작인 십자가는 어른을 반성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종교인과 부모라는 탈을 쓴 어른이 아이에게 행하는 가해를 보며 부끄러웠다. “자꾸만 보이는 아이의 이서가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편안해졌듯 십자가의 보람이는 룸메이트 은조가 있었다.


p.89

나는 한은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듣고 싶은 말도 많았다. 한은조는 내가 말할 때 조용히, 끝까지 들어 주었고 나는 그 애의 말을 들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곤 했다. 그 애가 웃으며 말할 때도 그랬다. 그것이 많이 울고 난 뒤에나 지을 수 있는 웃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이 서로에게 귀기울여주는 시간을 가지면서 보람이는 용기를 얻었다. 모순적이고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과 말을 일삼는 아빠에게 맞설 수 있게 된 것이다. 평생 벗어나지 못할 가스라이팅 속에 살 뻔 했던 보람이는 제 손으로 갇혀있던 화장실 문을 열고 나왔다.


청소년 소설은 청소년과 어른 모두에게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 같다. 학부모나 교사가 지도를 위해 잡은 책이지만 등장인물을 보며 제가 얼마나 낯부끄러운 짓을 했는지 확인하게 해준다. 청소년은 자신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등장인물을 통해 위로를 받고, 친구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궤도를 벗어나면의 영음은 교통사고 때문에 평범했던 자신의 꿈에서 궤도이탈했다. 절친 정연의 도움이 고맙지만 부담스럽다. 엄마가 자신의 간호를 정연에게 부탁하는 것도 싫다. 영음이 뭐라 해도 정연은 꿋꿋하게 곁을 지켰다. 영음의 다리가 다 낫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트랙을 질주한다.


p.166

나는 의자를 짚으며 바로 섰다. 곧이어 새 운동화를 신은 정연이도 일어섰다. 우리는 신발장 거울로 서로를 보았다. 정연의 머리는 턱선을 훌쩍 넘을 만큼 길었다. 보았지만 보이지 않았던 모습. 정연의 머리카락이 이렇게 자라는 동안, 또 우리의 무엇이 자랐을까. 아직은 이것밖에 보이지 않아도 지금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이제 안다.


궤도를 벗어나면 죽을 것 같고 다른 길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삶은 이어진다. 영음은 그것을 알게 되었고 다시 뛸 수 있을 것이다. 정연이 지켜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정은 우리를 살게 한다.

 


**위 리뷰는 출핀시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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