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여전 - 육체노동과 글쓰기로 바라본 삶과 세상
양성민 지음 / 돌베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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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32회 전태일 문학상 르포 부문 수상자 양성민씨가 <인생여전>이라는 책을 냈다. ‘육체노동과 글쓰기로 바라본 삶과 세상이라는 부제대로 저자의 노동과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글 안에는 우리 사회가 있고 우리의 시선도 있다. 그의 글은 당연한 듯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우리 시선의 방향을 움직이게 한다. 저자가 경험한 조선, 건설, 제조 등 여러 형태의 노동 현장을 독자가 간접 체험해 보게 하면서도 노동이란 신성한 것이다!’라는 교훈적인 말은 하지 않는다.


p.103

실지로 우리 사회엔 낮은 평가를 받는 노동이 있다. 그런데 대개의 경우 그 평가는 무척이나 부당한 논리를 근거로 한다. 차분히 따져보면 그렇게 무시당할 만한 노동 따윈 웬만해선 없다. 어느 이빨 하나라도 빠지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것이 촘촘한 현대사회의 시스템 아닌가. 핵심 노동과 주변부 노동이라는 이분법은 사장님들이 월급을 아끼기 위해 그냥 즐겨 쓰는 말일 뿐. 2등 노동자는 없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잘나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내 하루가 무탈할 수 있었던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제 할 일을 묵묵히 해 내는 수많은 들이 있다는 것을 간과하는 이유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다른 사람들의 손길과 함께 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새삼 확인하게 될 것이다.


p.61

인간은 타인의 노동으로 생을 얻고, 타인의 노동으로 살아가다가, 타인의 노동으로 생을 마친다. 소중한 이를 소중하게 세상에 소개하는 순간부터 소중하게 떠나보내는 것까지 타인의 노동을 통해서다. 그렇지 않나? 타인의 노동을 그리고 나의 노동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겨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을 소중하게 여길 때 사람의 인생 또한 소중하게 다루어지게 될 것이므로.


우리는 수능 시험을 위해 국영수는 열심히 배우지만 사회에 나가 꼭 필요한 노동 교육은 받지 못했다. 누구나 노동자가 될 터인데 노동자의 권리도 모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법도 모른다. 3부 떼인 돈 받아내기 는 저자가 현장에서 겪었던 어이없는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사례담이다. 법 조항에 근거하여 조근조근 할 말 다 한다. 관행대로, 높은 사람 힘을 빌려 처리하던(실을 별 해결되지도 않지만)것들을 양성민씨는 따박따박 클리어한다.


노동자의 권리에 의거해 집회 신고를 했고, 외국인 노동자의 과잉 근로의 폐해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산재사고 사망자의 숫자가 줄었어도 비계 사고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것을 짚어낸다. 이 책이 품고 있는 온기는 저자가 사람과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승태의 <고기로 태어나서> 보다는 읽기 수월했다. 한승태씨의 책은 숨쉬기 힘들어 읽다가 멈춘 적이 여러 번이었다.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양계장 냄새와 열기가 종이를 뚫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오늘도 일과를 마치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당신! 나 하나는 사회를 바꿀 힘이 없을지라도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무얼 할 수 있을지 궁리해보면 어떨까...

 

길고양이도 세상을 뜨고


간밤에 별똥별이 지더니

그건 흉성이었던가

이웃 조선소에서 화재가 났다

하청 회사에 다니던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고

연기를 마신 일곱 명이 병원에 실려 갔다


사측의 보도자료를 읊어대는 언론은

불이 나자마자

불은 한 시간 만에 진화되었다며

놀란 군중의 불안을 진화시키는데 바빴고


사망한 노동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무엇을 하던 사람이고

어떻게 죽어갔는지

가족은 몇이고

얼마의 일당을 벌려고

위험한 조선소에서 이리 일하게 되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리려고도 하지 않았다


한 자루 초라도 들고

죽은 여성 노동자를 추모하러 나서야 할 텐데

언제나 그렇듯 생각뿐이고

몸은 따르지 않는다

아무도 행동하지 않으면 누군가 나서길 기다리고

누군가 나서면 굳이 나 따위가 필요하겠냐며


악마는 없고 합리화하는 인간이 있을 뿐이라고


간밤의 별똥별은 여러 개였나

오늘따라 퇴근길엔 길고양이마저 숨을 놓았고

땅에 묻어줄 용기도 의지도 없이

그저 혀만 끌끌 차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러고 보니 여긴 내 집도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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