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
이랑 지음 / 이야기장수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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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었는데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다. 간만에 꽤 난처하다.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는 서평단 자격으로 받은 책이라서 패스는 안 된다. 대개 전문서가 리뷰 쓰기 힘들었다. 내용 이해가 잘 안 되면 내 입말로 풀어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책은 에세이다. 제목에 훅 이끌려서 신청했고 에세이니까 쉽게 쓸 줄 알았다.


이 책을 쓴 이랑이라는 사람을 몰랐다. 읽어보니 거의 종합예술가다. 음반을 냈고 전시도 했으며 공연도 하고 영화, 드라마 연출도 한다. 책에는 그런 이력에 대한 것은 자세히 나오지 않았고 행간에서 드문드문 드러났다. 내용은 대부분 상실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읽기 쉽지 않았다. 언니를, 친했던 친구들을, 그리고 20년이나 함께 했던 고양이 준이치를 떠나보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작가가 겪은 상실의 고통 중에 가장 공감되었던 건 역시 고양이였다. 나는 가까운(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경험은 없지만, 재작년 겨울에 고양이 루키가 무지개 다리 건넜을 때 많이 힘들었다. 작가는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는 고통을 여러 번 겪었다읽는 동안 괴로웠고, 이것이 리뷰를 쓰기 힘든 지점이었다. 내밀한 타인의 감정을 읽다보면 어떤 포인트에서 꼭 공감해 주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다. 작가가 겪은 아픔과 유사한 경험이 없을 때 그 거리감은 글에서 어색하게 드러나게 된다. 가식적이거나 과하거나.


책의 후반부에 이르러 작가의 고통보다는 몸부림을 보았다. 그것은 작가가 힘들다는 표현이라기보다 자신을 알아가는 몸짓이었다. 자신을 알고 타인도 알아가려고 하는 일련의 행동들이 여러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어릴 때부터 집착적으로 일기를 써왔고, 자신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길 좋아했고, 사람들이 그것을 보며 좋아하는 것을 즐겼다.


p.189


다른 사람들과 반복해서 몸 얘기를 나누다보면 사람들이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감정을 해소/분출하며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살아가기 위해서 땅에 발을 붙이고, 정신과 몸을 붙여내고야 만다. 반면에 나는 너무 오랫동안 머리만으로 산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몸을 놓고 살았다. 감정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끼는 방법이 대체 뭔지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겪는 공황은 머리의 파업일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끼니 몸 전체를 셧다운시켜서 몸도 머리도 멈추게 해버리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죽음을 여러 번 만났던 작가는 몸에 이상(암과 공황 증상, 실명 위기)이 왔을 때 저 역시 죽음에 가까워지는 거라고 여기기도 했다. 결국 작가는 몸과 정신이 따로 일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떠난 이들의 기억이 자신의 몸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고 자각하고 나니 자신의 몸을 잘 돌보기로 했고 움직였다. 작가는 무엇에든 성실하다. 그리고 진심으로 행동한다.


p. 205

나는 자신의 약함을 아는 인간을 좋아한다. 약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방법을 탐구하는 인간이 좋다. 살아나가는 두려움을 아는 인간이 좋다. 살아갈 방법을 무언가에 의탁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스로 생각하려는 인간이 좋다. 자신의 방법을 전하기 위해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좋다. 더 탁월한 방법으로 말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 좋다. 말과 글이 좋다. 말과 글을 좋아하는 인간이 좋다. 겪지 않은 이야기로 끝없이 상상하는 인간이 좋다.


나도 말과 글을 좋아하지만 요사이 인풋만 하고 아웃풋을 많이 하지 않으니 점점 표현하는 능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작가처럼 여러 장르로 표현하는 능력도 없으니 읽거나 보기만 한다. 책을 다 읽고 작가의 영상이 궁금해서 찾아봤다. 나처럼 글로 이랑을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책을 읽은 후 영상을 보길 추천한다. 글을 통해서 어슴푸레 그려지던 작가의 작품이 화면으로 재생되면 쨍한 빛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는 뮤직비디오 늑대가 나타났다와 메이킹 영상을 보는 내내 웃음이 나왔고 감탄했다. 준이치에 대한 사랑을 베이스로 인간 세상에 대한 풍자까지 깨알같이 다루었다.


작가의 자유로운 예술성이 책안에서 뭉클뭉클 끓어넘친다. 내 깜냥으로 그것을 다 표현하지 못해 미안하고 책을 제공해준 출판사에도 그렇다. 그러니 책 칭찬을 더 하고 싶다. 이랑 작가의 글을 편집한 편집자님들 수고하셨고, 마케팅팀에게 감사하다.(, 이 무슨 시상식 인사 같은...) , 만듦새도 언급해야 한다. 양장본 좋아하고 만듦새에 신경 쓰는 독자들은 만족할 것이다. 겉표지와 속표지의 강렬한 사진에 놀란 후 책머리와 책배, 책밑 까지 고급진 은빛이 입힌 걸 보면 소장욕 불끈! 할 것이다. 책 제목이 왜 <엄마와 딸들의 미친년의 역사>인지 궁금하다면 꼭 사서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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