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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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이었던 친구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주인공보다 더 궁금했다. 성질 급한 독자인 나는 알고 싶었다. 친구가 죽은 이유를. 책장을 휙휙 넘겼다. 집에 들어가기 싫어하고 뭔가 압박을 받고 있는 것 같은 힌트가 있었지만, 작가는 정확한 사인을 알려줄 의도가 없는 것 같았다. 대신 2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참에 앉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는 아진을 지켜보게 했다.


그동안 동화나 청소년 소설 주인공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고 성장하는 스토리는 있었지만, 은이결 작가의 <2.5층 너머로>의 주인공에게는 죽음이 두 번이나 닥친다. 아진은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아빠와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한 상태이고 고모가 동생과 아진을 돌봐주고 있다. 세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는데 작년에 세나가 죽었고 일 년 간 계속 힘들었다. 죄책감 때문이었다. 세나가 조금만 더 같이 있자고 한 부탁을 들어주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기 때문이다.


아진은 자신이 만든 공간 2.5층에서 너와 이야기 나눈다. 너는 세나일 수도 엄마일 수도 어쩌면 아진 자신일 수도 있다. 그곳은 아진의 일기장이었으며 편지지였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빠에겐 이상행동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상담을 받기에 이르지만 아진은 상담보다 훨씬 농밀한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으므로 상담선생님 질문에 답변은 이미 자신 있다. 아진은 2.5층에서 다른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 엄마를 충분히 애도하고 세나에 대한 죄책감을 내려놓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애도의 시간이 필요한 청소년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 뒤에 자신만 살아있다는 사실을 견디기 힘들 수 있다. 그럴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다면 비록 소설이지만 타인의 삶을 보면 힘이 날지도 모른다.


p.199

내가 어둠에 묻히지 않은 것은 사방에서 실뿌리처럼 가느다랗게 뻗어 오는 무수한 빛줄기 덕분이었다. 그들은 기꺼이 내 등에 붙은 따개비를 떼어 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빛을 향해 길을 잡는 것은 오직 나의 몫이었다. 내가 지켜야 할 것 또한 그 빛들이었다.


아진은 해미 언니의 상처를 알아보고 얼떨결이었지만 그녀의 탈출을 도왔다. 그 과정에서 동물병원 선생님과 고모 현주씨의 면모도 알게 된다. 아진이 깨달은 빛줄기가 이 어른들이었고 아진이 지켜내야 할 빛은 친구들이다. 세나의 소식을 전해주었던 진규가 계속 아진 곁을 지켜주지 않았다면 1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츤데레에 볼매남이었다. 진규 캐릭터가 없었다면 이 소설은 훨씬 밋밋했을 거란 생각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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