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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하루는 36시간입니다 - 치매 돌봄 사전
낸시 L. 메이스.피터 V. 라빈스 지음, 정미정 옮김 / 라라 / 2025년 8월
평점 :
치매 돌봄 사전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우리 가족의 하루는 36시간입니다>는 1981년에 미국에서 출간된 책이다. 45년 전에 나온 이 책이 미국에서는 재쇄를 거듭해왔고 우리나라에는 올해에 첫 출간이라는 것은, 치매는 정복되지 못한 질병이며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책이라는 뜻이다. 열여덟 장에 걸쳐 치매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이 책은 치매 바이블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린다.
처음 책을 받고 벽돌보다 두꺼워서 깜짝 놀랐다. 무려 731쪽! 내가 보유하고 있던 벽돌책 세계를 이 책이 평정해버렸다. 또한 이 책의 나이가 많아서 또 놀랐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서 치매 돌봄 사전의 역할을 해왔으니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다. 각 사례들을 보니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의 하루는 36시간이라는 제목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두께만큼 내용이 알차다. 의학 정보뿐 아니라 구체적 사례가 있어서 독자의 상황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치매는 환자보다 가족이 힘든 질병이므로 돌보는 이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자세히 나와 있어서 유용하다. 정신적으로 힘들 때 그에 대한 대처는 물론 보호자가 스스로 돌볼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외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과 재정 관련 법적 문제까지 짚어준다.
나는 친정엄마 때문에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좋게 당첨되었다. 친정엄마는 몇 년 전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최근에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이상 행동을 보여서 몹시 걱정이 되었다. 2주 전에 병원에서 자세한 검사를 했는데 치매는 아니고 경도인지장애라고 했다. 다행이긴 하지만 책에서 ‘경도인지장애’편을 보면 향후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며 실제로 5~12%의 환자가 치매로 발전한다고 나와 있다.
엄마는 최근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제 있었던 일을 전혀 기억 못했다. 넘어져서 허리를 다친 큰일이었는데도 말이다. 사실 결과를 듣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좀 의아했다. 지난 달에 입원한 엄마를 간호하며 지켜본 제증상들 중 이 책에서 부합되는 부분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단 욕을 먹기 딱 좋은 멘트를 했지만 엄마를 위해 이 책을 가까이 두고 수시로 읽어볼 참이다.
16장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고 늦추는 방법은 누구나에게 도움이 될 내용이라서 정리해보았다.
- 뇌가 정상적으로 노화한 사람은 단서를 이용해 정보를 기억해 낸다. 치매 환자는 그렇지 못하다.
- 치매에 걸린 사람들은 걸리지 않은 사람들보다 최근 5~10년 동안 신체활동이 적었다는 연구 결과는 많지만 운동이 치매 예방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과체중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요인이므로 규칙적인 운동은 필요하다.
- 정신적으로 활동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치매 예방이 직접적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때문이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새로운 뇌 세포를 생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므로 정신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이에 해당하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지만)
-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발병을 늦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 결과로 밝혀졌다. 단 새로운 식단으로 바꾸었을 때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며칠이나 몇 주 만에 그만둔다면 효과가 없다는 건 자명하다.
- 뇌진탕을 반복적으로 겪으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 현재로서는 고혈압을 치료하는 방법이 유일하게 증명된 치매 예방법이다.
요즘에는 치매 환자를 집에서 돌보기보다 요양시설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하더라도 앞서 소개한바와 같이 이 책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가족 중에 치매환자가 있거나 부모님 연세가 많다면(치매가 아니더라도) 챙겨두길 추천한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