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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주
강성봉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평점 :

<카지노 베이비>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강성봉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 <파사주>가 출간되었다. 2022년에 <카지노 베이비>를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이번 소설 서평단에 신청했다. <파사주>는 첫 작품에 비해 읽기 쉽지 않았다. 제목의 의미도 그렇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단번에 간파해내기 어려웠다. 박해진 문학 평론가의 발문과 작가의 말을 읽어보고 내가 북노트 해놓은 부분으로 다시 돌아가 보았다.
‘하나의말씀’이라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 운영하는 보육원 벽돌집 출신의 유림과 해수가 길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하여 그들이 세상에서 겪는 불합리한 대우와 어떻게든 견뎌내 보려는 둘의 태도, 그 사이사이에 벽돌집의 비리와 아버지 선생님이라 불리는 자의 비리와 추악함이 그려진다. 열일곱에 벽돌집을 탈출한 둘의 상황은 자립청소년의 그것과 유사해보이고, 벽돌집은 형제복지원에 다름 아닌 것 같고, 아버지 선생님은 사이비교주 정명석이 오버랩 되었다. 특히 벽돌집 아이들의 얼굴이 비슷비슷 닮아있다는 서술에 이르러서는 오싹해지더니 개공장의 뜬창이 떠올랐다.
작가가 의도하는 바와 독자가 가닿은 지점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며,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은 독자의 해석과 감상이 매우 제각각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제목으로 정한 파사주의 의미와 해석에 대한 설명이 필요했고 박혜진 평론가의 발문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파사주는 한자로 사주를 깨트린다는 뜻으로, 나의 궤적과 타인의 궤적이 섞여들며 구축되는 삶의 유동성과 복잡성, 이른바 관계성을 함의한다. 인간의 삶이란 타인들과의 연결, 즉 통로(파사주)를 통해 무한히 변화하는 가능성이란 뜻도 내포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소설이 보육원에서 나온 두 아이의 여로를 통해 세상을 비판하는 것으로 읽었다. 보육원이나 사이비 종교 단체가 일삼는 착취가 특정 대상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고. 유림과 해수가 사회에 나와 겪는 일들은 어른들의 부조리한 행동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아이들이나 약자에게 어떻게 대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유림과 해수가 당한 일들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다. 과연 착취가 아니고 보호를 하고 있는 것인가? 사랑이 맞긴 한가?
p.251
아무도 보지 못한다. 보지 못하니 그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으니 그들은 그 자리에 앉아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혀 밑에 죄책감을 숨기고, 그 말이 병처럼 번질까 두려운 듯 어떤 문장을 발음하지 않으려 애쓴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처참하게 당하면서도 스스로를 인간이 아니라고 세뇌당하는 위 서술에서 나는 몸서리쳤다. 아버지 선생님의 행동에 신도들이 눈 감고 의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지만 현실로 가져오면 뭐 그리 다른가? 우리가 눈 감고 귀 막으면 잘못은 계속 되풀이 된다는 것으로 읽혔다. 우리는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잘못된 것들이 나와 직접적 상관이 없다며 외면하면 안 된다. 제목 파사주로 이어졌다. 타인과의 관계성을 기억하라고!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