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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소년 야구단 ㅣ 숨 쉬는 역사 16
정명섭 지음, 불키드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5년 9월
평점 :

2013년 직지소설 문학상을 받은 후로 소설 뿐 아니라 동화까지 다작하고 있는 정명섭 작가의<1987 소년 야구단>이 출간되었다. 작가는 역사에 관심이 많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청어람 주니어의 ‘숨쉬는 역사’시리즈의 방향과도 딱 맞아떨어진다.
1982년 한국에 프로야구가 출범했고 1987년에는 민주항쟁이 있었고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이 개최되었다. 그 시절에 십대였다면 지금은 오십대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상욱이는 1987년에 열두 살이었으니 지금 딱 오십이 되었겠다. 만약 상욱이와 연령대가 비슷한 독자가 삼십대에 아이를 낳았다면 십대가 된 자녀와 이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야구단 활동을 했다면 야구를 주제로 이야기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이가 야구를 좋아해야겠지만.


동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를 살았던 독자라면 크게 공감하며 읽을 책이기 때문에 독자를 동화의 주인공에 대입해서 글을 시작해보았다. 역사적 배경과 야구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어려울 수 있으므로 5~6학년 이상이 읽으면 좋겠다. 책에 야구 룰이나 시대 상황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게 나와 있기는 하지만 부모와 함께 읽으면서 이야기 나누면 재미있는 독서활동이 될 것이다. 책을 같이 읽기는 했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청어람 주니어 블로그에서 제공하는 독후활동지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동화의 시작은 주인공 가족의 이사다. 상욱이는 대전에서 서울로 전학을 갔다. 어색한 분위기는 야구를 같이 하면서 금방 해소되었다. 그런데 야구 배트가 없어서 개봉동 공포의 외인구단의 형들과 억지스런 경기를 해야 했다. 한편 구로공단에서 공장을 하는 아버지는 대학생들이 데모만 한다며 한탄을 하며 상욱에게 절대 데모는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상욱이네가 이사한 집의 지하방에 옥란 누나가 세를 들었는데 누나의 정체가 알쏭달쏭하다.
이 동화는 아이의 시각으로 1987년 민주항쟁의 분위기와 시대상을 보여준다. 시국을 걱정하는 어른들이 있고, 자유와 권리를 위해 금서를 읽고 투쟁하는 누나가 있고, 매캐한 최루탄 가스를 맡으면서 야구를 하러 신나게 뛰어다니는 소년들이 있었다. 이현세의 만화 주인공처럼 되고 싶었던 아이들은 야구를 하면서 규칙을 지키는 것과 정정당당함을 배워나간다.
상욱이는 옥란 누나가 청보를 응원한다고 해서 놀랐다. 삼미 슈퍼스타즈도 그랬지만 청보 핀토스도 꼴찌를 도맡아 하는 팀이었는데 그런 팀을 응원한다는 게 상욱이는 이상할 뿐이었다. 하지만 옥란 누나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창피하긴, 세상에는 승자도 있고. 패자도 있어. 패했다고 좌절하고 슬퍼할 이유는 없어. 내일 다시 도전해서 이기면 되니까.”
지기만 하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듯 아무리 억압받아도 민주주의를 이루어내기 위해 항쟁하는 시민들이 있었다. 패배 앞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마음이었다. 80년대 정서와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이 동화에는 도전하는 시대정신도 녹아들어있다.
동화지만 어른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소재들이 많아서 어른들끼리 읽고 옛이야기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최동원과 선동렬의 경기,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과 만화 잡지 <보물섬>, 만화영화 ‘요술공주 밍키’의 주제곡 등등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나 야구에 관심이 없는 어린이 독자라면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동화가 주는 보편적인 정서와 이 책이 전하는 주제의식을 생각한다면 부모와 자녀가 같이 읽고 이야기 나눠보길 권한다. 책으로 부모의 어린시절에 대해 알게 되는 건 즐거운 덤이 될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