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라운드 마음이 자라는 나무 45
설재인 지음 / 푸른숲주니어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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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꿈이 필요해요? 사실 전 그냥 하루하루 상처받지 않고 살고 싶어요. 그것도 엄청 힘들거든요."

   

 

어른들은 말한다. 꿈이 있어야 한다고, 일찌감치 꿈을 정해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도 세워 한발한발 실현해나가야 한다고. 그런 말하는 어른들 자신은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해서 지금의 자리에 도달한건가? 아니오, 라고 답할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런데도 부모나 교사는 주구장창 말한다. 꿈을 가지라고!어른들은 실현하지 못한 것을 아이들에게 하라고 강요한다. 어른이 되어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말은 하지 못한다.

 

작가는 소설 <드림 라운드>에서 다르게 말한다. 미원복싱 김응민 관장의 딸 김온해를 통해서. 김응민 관장은 혼자 딸을 키웠다. 체육관에 딸을 두고 복싱을 했다. 온해가 복싱을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었다. 아침부터 조깅을 하고 복싱을 하고 체육관 청소도 했다. 온해에겐 대학 진학의 꿈이 없다. 그저 복싱이 전부다. ? 평생 해온 게 복싱이고 가장 재미있으니까. 고등학생이 된 온해는 이제 코치로서의 자질도 보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말한다. 온해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아빠가 가스라이팅해서 정작 학생의 본분을 모른 채 복싱을 하고 있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대체 누가 누구를 재단하는가. '보통', '평범'이라는 범주 안에 드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손가락질하고 수군거린다. 온해는 자신의 삶에 별 문제가 없다고 여기며 살아왔는데 사람들의 비난에 놀라 가출을 했다. 가출해 숨은 곳이 같은 건물 교회였다. 거기서 목메 자살한 목사 문정호를 만난다. 그도 복싱매니아였다


둘의 기묘한 동거가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난 부분이다. 대형교회 목사 아버지를 둔 문정호는 자연스레 목회자가 되었다. 군대에서 발견한 자신의 재능과 관심사인 복싱의 자도 꺼내지 못한 채 중년이 되었다. 온해는 그가 얼마나 복싱 덕후인지 알게 되고 목사의 코치가 되었다. , 여기서 이상하다 싶을 것이다. 문정호는 자살했다며? 그럼 시체와 동거를 했다는 거? 그것은 반전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 밝힐 수 없다.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온해의 친구라하기엔 뭣하지만 어쨌든 친구 오윤아도 소개해야 한다. 윤아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은데 부모가 반대한다. 그걸로 성공할 수 없으며 밥벌이도 제대로 못할 거라는, 어른들이 맨날 말하는 그 이유로. 윤아의 부모는 몹시 강압적인데 그 나쁜 영향력을 온해에게도 제대로 펼친다. 온해가 아빠에게 학대당하고 있다는 소문을 낸 장본인이 윤아 부모다. 그들은 별일없이 잘 사는 온해 부녀를 왜 비난했을까? 온해는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사람들의 뒷담을 듣고 깨닫는다.

 

온해는 그렇게 사람들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서서히 그 심리의 뿌리를 알게 되었다. 아마도 배척, 그리고 배척은 공포에서 비롯되었다. 온해를 가장 놀라게 한 건, 사람들이 김온해를 무서워했다는 사실이었다. 보편적인 공부란 걸 하지 않아도 잘 살 아이, 자신이 갈 수 없는 길을 걸어 보고자 하는 아이에 대해 사람들은 용기 있다며 치켜세우는 듯했지만, 막상 뒤에서는 공포 섞인 반감을 무럭무럭 키워 갔다. 그 길이 옳다고 판정된다면 자신의 인생이 부정당하기라도 할 것처럼.

 

p.75 

남들 다 하는 걸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억지로 학원에 다니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공감할 내용이다. 내가 하고 싶어서, 재미있어서 하는 일에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는 뜻이다. 나중에 뭐가 될지 누가 알겠나. 남들 하는 대로 해서 남과 똑같이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삶이 즐거울까?

 

이 책은 아직 꿈을 정하지 못한 아니, 뭘 할 때 자신이 가장 신명나는지를 모르는 이들 모두를 위한 책이다. 이제 백세시대라고들 한다. 학생들의 꿈이 여러 번 바뀌는 게 뭐 그리 문제일까. 수능 잘 쳐서 좋은 대학 가는 게 모두의 꿈이 될 필요는 없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 다 해봐도 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온해와 윤아 뿐 아니라 문정호를 등장시킨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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