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남로의 잔 다르크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37
박경희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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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희 작가의 신작 <금남로의 잔 다르크>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탈북 청소년이나 역사 속 인물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왔는데 이번에는 역사 속 여성 다섯 명을 단편에 담았다. 이 단편집에서 작가는 일제 강점기부터 1970년대까지 근현대사 속 여성들을 조망한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대부분 왕조 이야기이거나 남성 이야기다. 세상의 반은 여성임에도 역사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여성은 지극히 적다. 그러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현장에 여성이 없었을 리가. 생생한 역사 속 장면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목소리와 활약에 심장이 뜨거워졌다. 그들의 발자취를 좇다보면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첫 작품은 <사진 신부의 꿈>이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너무나 공부가 하고 싶었던 금례는 미국에 가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하와이행을 선택한다. 신랑될 남자의 사진만 보고 감행한 무모한 결정은 그녀 앞에 파란만장한 삶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통영의 꽃, 국희>는 경남 통영기생조합 소속이었던 기생 국희가 3·1 만세 운동에 참여한 이야기다. 3·1운동을 다룰 때 여성은 유관순이다. 물론 만세운동에 참여한 일반인들도 있었지만 기생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한 활동에 참여한 깨알 같은 소수가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책으로 알게 되어 반갑고 작가에게 고맙다.


<암탉이 울어야>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변호사 이태영의 이야기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세가 기울어 꿈이었던 변호사는 요원해질 뻔 했다. 법과 관련 없는 학과에 진학했지만 결혼 후 남편의 지지에 힘입어 자신의 꿈을 이룬다. 이태영 변호사는 사회적 차별에 맞섰고 죽을 때까지 남녀차별을 없애기 위한 활동을 했다.


<금남로의 잔 다르크>라는 제목을 보고 5.18 광주 이야기일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보다 20 년 전 이야기였다. 19603.15 부정 선거를 목도한 광주의 여학생 진숙은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른들과 선생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경희 언니를 위시한 여학생들은 금남로에서 떨쳐 일어났다.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며 목련꽃잎처럼 산화한 1960년 광주의 여학생들의 이야기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마지막 <들꽃들의 함성>YH무역 농성사건 현장으로 데려간다. 일제강점기 우리나라에 공장이 생기면서부터 오늘날까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흘린 피와 땀은 숱하다. 강주룡부터 전태일, 김진숙은 물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노동자들까지. 그들이 요구한 것은 당연한 권리였으나 그것이 이루어지는 길을 길고도 험난했다. 이름 없는 들꽃 같은 수많은 경숙이들이 산업역군이라는 이름으로 착취당하여 이룬 것이 일명 '수출 금자탑'이었다.


이 책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주류로 다루어지지 않는 인물들, 여성 이야기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부모나 교사가 함께 읽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각 단편이 길지 않아 학생들이 읽기에 부담없지만 행간에 숨은 이야기를 꺼내면 풍부한 역사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각각의 인물에 대해 더 알아보는 활동을 해보기를 추천한다. 그 인물을 자세히 다룬 책을 읽고 만약 나라면 어땠을지 이야기해보거나 그 시대에 해당하는 역사책을 읽고 현장에 가보는 것도 좋다.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의미있지만, 추가 활동으로 가지를 뻗어나가면 어떨까. 한 권의 책 씨앗이 가지를 뻗으면 독자만의 열매를 맺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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