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과 모네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백석 지음, 클로드 모네 그림 / 저녁달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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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과 클로드 모네의 콜라보레이션!

시화집 <백석과 모네>가 저녁달 출판사에서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그림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호불호의 격차 없이 다가선다. 반면 한국 시인임에도 백석은 덜 대중적이다. 그나마 많이 알려져 있다고 할 수 있는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는 윤동주의 서시나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비하면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 북한에서 활동한 시인이라는 이유로 남한에서는 출판이 금지되었다가 해금된 1987년 이후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된 이유도 있다.

 

나도 백석의 시를 접한 때는 2000년대 초반이었고 그의 삶과 시를 더 알고 싶어 책을 여러 권 구매했었다. 다 읽지는 못했지만 늘 같은 페이지의 시집을 펼쳐보곤 했다. ‘통영2’는 첫눈에 반한 난()이라는 여성을 만나려고 통영을 드나들며 썼던 여러 편 중의 하나다. 그는 난을 만나지 못한 채 충렬사 계단에 앉아 시를 썼다는데, 나는 이 시를 소리내어 읽을 때면 시인의 옆에 앉아 한산도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 같다. 짭짤한 바람 맛이 나고 뱃고동 소리가 뿡뿡 내 귀를 울린다. 모네는 내가 좋아하는 화가다. 특히 아르장퇴유에서 지내던 시절, 그곳의 자연과 아내 카미유와 아들의 모습이 담은 그림들을 좋아한다. 이 둘의 작품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책이라니 욕심나지 않을 수 없었다.

 

<백석과 모네>에는 백석의 시 100편과 모네의 그림 125점이 실렸다. 처음은 모네의 인상, 해돋이수련으로 시작하고 출발하는 시는 내가 생각하는 것은이다. 사모하던 여인 난과 절친 신현중의 결혼 소식을 듣고 썼다는 이 시에 배치한 그림은 ‘Peony Garden’이다. 정원가이기도 했던 모네가 직접 가꾼 지베르니 정원의 작약 꽃밭을 클로즈업한 듯한 장면과 백석이 봄밤을 거닐며 생각하던 그녀가 오버랩된다.

 


출판사는 백석의 시에 어울리는 모네의 그림을 신중히 선정하여 두 예술가의 작품이 서로 대화하듯 독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백석의 시를 처음 만나는 사람은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시의 느낌과 그림의 조화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고, 시에 얽힌 사연을 아는 독자라면 시의 감성과 그림이 결이 적절한지 판별하고 싶은 마음에 그 페이지에 오래 머물 것이다. 모네의 그림을 보고 싶어 이 책을 선택했다면 백석의 시를 발견하는 행운이 될 것이고, 백석의 시집이라 생각하고 골랐다면 그림과 함께 감상하며 만족스런 원플러스원이 될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백석 평전>을 읽은 지도 꽤 되었고 최근엔 백석 시집을 열어보지 못했다. 이번 책을 읽으며 (나에게만)새로운 시를 발견했다.

 

우리들은 모두 욕심이 없어 희여졌다

착하디착해서 세괃은 가시 하나 손아귀 하나 없다

너무나 정갈해서 이렇게 파리했다

 

우리들은 가난해도 서럽지 않다

우리들은 외로워할 까닭도 없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

 

흰밥과 가재미와 나는

우리들이 같이 있으면

세상 같은 건 밖에 나도 좋을 것 같다

 

 

반찬 친구에게 전하는 글인 선우사라는 제목이다. 시인은 흰밥에 가재미 뿐인 상을 앞에 두고도 서럽거나 외로울 이유 하나 없다고 썼다. 그리고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다고 했다. 나는 혼밥이 일상인데 밥상 앞에서 별 생각이 없었다. 실은 밥을 먹으면서도 늘상 무언가를 듣거나 읽는다. 반찬을 친구라 여긴 적도 없다. 어떤 대상을, 또는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을 유심히 지켜본 때가 언제였던가... 단촐한 밥상으로 이런 심상을 펼쳐나간 시를 낭송해 보면서 시인의 시심을 따라가 보았다.

 

이 책에서 발견한 모네의 그림은 겨울 풍경이다. 그동안 꽃이 들어간 정원이나 연못 그림만 보았는데 겨울을 소재로 한 그림을 이 책에서 처음 만났다. ‘까치는 소복이 눈 내린 겨울 풍경이다. 햇빛에 반사된 눈의 따스함이 느껴진다.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의 책으로 시와 그림의 감성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이 책을 놓치지 마시길~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컬처블룸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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