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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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를 임플란트하는 시대가 오면 기계의 부속품을 교체하듯 새장기로 바꿔 오래오래 살고 싶을까? 오래 살면 무얼 할 것인가? 많은 일들을 AI가 대체하고 인간이 돈벌이로 할 만한 일이 없는 시대에 오래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취미로만 살면 과연 즐겁기만 할까?

서윤빈 작가의 신간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의 소재가 특이해서 샘플북 서평단으로 신청했다. 소설의 배경은 장기 임플란트가 일상화된 미래이다. 책을 받기 전부터 이런 저런 생각들이 일어났다 스러지곤 했다.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지금도 인공관절이나 치아는 교체하는 시대인데 장기를 갈아 끼우는 게 일반적인 시대가 되면 돈 없는 사람은 또 힘들겠다. 더 흉흉한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생각들...

나는 오래 살고 싶지 않다. 늙음이 공포로 다가오는 이유는 죽음보다는 질병 때문이다. 질병은 고통을 수반한다. 고통스럽기보다는 죽는 게 낫다. 인간적이지 못한 삶을 연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내 죽음을 내 뜻대로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있다고 하지만 생과 사를 제 의지대로 할 수가 없는데 어불성설 아닌가.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기에 생의 마감은 원하는대로 하고 싶다.

샘플북에 실린 작가 인터뷰를 통해 주요 등장인물과 줄거리 일부를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인공 육체로 이주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이주하겠다면서 통증과 감정이 제어되는 몸으로 살고 싶다고 했다. 안 아프게 죽을 수 있으니까 적절한 죽음의 시기를 정해 웰다잉 할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작가의 생각이 책에 반영된 모양이다. 주인공 유온은 장기 구독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죽음이 예정된 사람들을 유혹해 그들의 돈으로 살아간다. 서하는 남은 재산을 유온에게 남기고 그의 품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인은 임플란트 구독 기간 만료로 인한 심정지였다. 본문 엿보기에 소개된 내용이 도입부인지 마지막인지는 모르겠으나 서하와 유온의 서사가 더 있는지 궁금했다. 인터뷰에서 작가는 유온이 성아와 필요이상으로, 혹은 진심으로 가까워진다고 말했는데 둘의 스토리도 읽어보고 싶다.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SF라고 소개되는데 작가는 로맨스 소설이라고 했다. 전기공학을 전공한 작가가 사랑이야기와 기술적 상상력을 버무린 것 같다. 샘플북에 소개된 본문은 임플란트 장기 구독에 해당하는 기술들을 잘 설명뒤 한 여성이 자신의 삶을 중지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서하는 마지막을 지켜준 유온에게 남은 재산을 주었다. 사랑의 감정을 이용해 이런 식으로 살아가는 유온에게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작가가 언급한 '마중 나가는 걸 잘하는 사람'에서 눈길이 멈췄다. 허림 시인의 시 "마중"을 만났던 때가 떠올랐다.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아름답게 표현된 시인데 내가 시를 접했을 당시 많이 외로워서 그랬을까. 꽃으로 서있겠다고, 얼굴 마주하고 앉아 가만가만 사랑을 들려주겠다는 싯구에 그만 눈물이 핑 돌았더랬다. '꽃을 들고' 서있는 게 아니라 '꽃으로' 서있겠다는 것은 사랑하는 이를 향한 극치의 마음이 아닐까. 그렇게 마중나가 서있다 두 손 꼭 잡고 거니는 저녁은 요즘처럼 벚꽃 흩날리는 길이리라.

마중이라는 키워드로 생각이 옮아가니 유온이 성아를 어떻게 마중했을지 궁금해진다. 그 마중이 성아와의 영원한 저녁이 된걸까? 아, 그 전에 유온은 성하에게 어떻게 물들었는지도 궁금하다. 본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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