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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 ㅣ 책이 좋아 3단계
박효미 지음, 임나운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4년 2월
평점 :

박효미 작가의 신간 단편동화집 <일단 치킨 먹고, 사춘기!>를 서평단 자격으로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5편의 단편 동화가 수록되어 있고 주 소재가 연애라서 초등 고학년 이상이 읽기에 적당하다. 아이들이 무슨 연애인가 싶겠지만 어리다 해서 사랑의 감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사춘기에 접어들면 이성에 대한 관심이 더해지는 시기이지 않는가. 각각의 동화는 연애 감정 뿐 아니라 일상의 인간관계를 다루고 있다. 매일매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것이 전부인 것 같아도 가족과 친구사이의 인간관계를 통해 아이들은 성장하는 것이다.
각 동화의 짧은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문자로 갑작스레 이별 통보를 받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체중계의 사랑”, 혼자 연애의 감정에 휩쓸려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랑의 물 분자”, 오래된 남사친이 제 언니에게 사랑고백을 하자 둘의 사이를 막으려고 하는 이야기 “전류 차단의 원칙”, 고등학생 오빠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SNS로 그 오빠를 스토킹 아닌 스토킹하게 되는 “나는 여기 있다”, 전학 와서 단짝이 된 친구가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자 어쩔 줄 몰라 하는 “나는 괜찮나요?”
초등학교 고학년은 어린이라고 불리는 건 거부하고 싶어 해도 청소년이라 하기엔 애매한 나이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솟아나는 마음들은 어른의 그것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에 푹 빠지게 되면 그것 외에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법이다. 세상의 전부가 되는 것이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 그 사랑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는 가늠하지 못하면서 제 마음이 상대와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될 때 받는 충격은 엄청나다. 실패라 여기는 것이다.
이 동화집의 주인공들은 제 마음을 온전히 알아채지는 못하는 것 같고, 어긋나버린 감정을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를 통해 다시 다가올 사랑에는 이전보다 조금은 성숙하게 대처할 것임을 어른 독자들은 안다. 어린이 독자라면 저와 유사한 경험을 하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할 것이며 그들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법을 배울 것이다. 아이들은 몸이 자라듯 다른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감정들을 배우고 커나간다. 그 안에서 자신을 만나고 제 감정의 실체를 또렷이 알아가는 것이다.
이 책은 요즘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알아보기에 좋은 책이다. 나는 책으로 초등학생들과 만나기는 하지만 그들과 사랑의 경험을 이야기 나누기엔 시간이 허락하질 않는다. 부모들이라 해서 자녀들과 속속들이 감정을 속속들이 나누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매일 할 일을 점검하는 스케줄 매니저 역할에 급급했다. 나 같은 학부모들이 이런 책을 읽으면 자녀들과 세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여 대화까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이 책을 슬쩍 건네주면 좋겠다.
@체중계의 사랑 중에서
나는 내 몸을 시험지로 만들었다. 키의 점수는? 몸무게 점수는? 뱃살의 점수는? 뒤태의 점수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내 몸에 점수를 매겨 떠들고 다녔다. 그러니 다른 사람 또한 나에 대해 멋대로, 함부로 말한 것이다. 그래도 된다고, 상관하지 않겠다고, 내가 허락했다는 걸 깨닫고야 말았다.
@사랑의 물 분자 중에서
경지완 말에 틀린 게 없었다. 경지완 주인은 경지완이다. 내 맘대로 경지완을 바꿀 순 없다. 산소와 수소가 만나면 물이 되지만, 우리는 산소나 수소 같은 원자가 아니다. 규칙이 있다고 해서 납을 금으로 만들 수도 없다. 나는 멍청하게 서서 문득 생각했다. 경지완은 경지완이고, 조하나는 조하나였다. 우리가 사귀어도 우리는 여전히 각자 자신인 것이다.
@나는 여기 있다 중에서
나는 유니컬 카페를 탈퇴했다.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인스타 계정도 없앴다. 가상의 세계는 날 끊임없이 불러들인다. 하지만 당분간은 이곳에만 있을 생각이다. 우리 집, 내 방, 내 책상, 진짜 내가 사는 곳. 나는 여기 있다.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