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전해 준 것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기들이 제일 똑똑한 줄 알고 두발로 걷고 날지도 못하는 인간 이 새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달팽이 식당>과 <츠바키 문구점>의 작가 ‘오가와 이토’의 미니 소설 <날개가 전해 준 것>에서...


인간은 욕심쟁이라 뭐든 탐내는데 하늘에까지 발자국을 남겼다간 큰일이라는 야에씨(할머니 앵무새) 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얼마나 다행인가. 땅이고 바다고 할 것 없이 오염시키고 인간 아닌 다른 생명체들을 죄다 잡아먹는데 날개까지 있다면 어땠을까. 지구의 주인인 양 최상위 포식자처럼 굴며 미래의 동족들을 위한 배려도 없다. 그들이 살아가야할 지구를 깨끗이 쓰고 물려주겠다는 책임감도 없지 않는가.


야에씨는 인간은 자신들만 말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고 했다.

얼마 전 읽은 루시드 폴의 글과 연결되었다. 모든 생명들은 말하고 노래한다. 인간이 귀 기울여 듣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고차원적 의사소통을 하는 존재라며 젠 체하지만 뱉어내는 말이 가히 아름답지만은 않다.


야에씨는 다정한 날개의 주인이 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아기새는 미유키네 집으로 보내졌다. 미유키와 친구가 되어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지만 미유키가 어린이집에 다니게 되면서 혼자 집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인간과 함께 사는 동물들은 인간이 집을 비울 때 어떨지 생각해보곤 한다. 우리집 고양이들은 내가 없을 때는 무얼하고 지낼지 늘 궁금하다. 여행이라도 떠나있어면 그 녀석들이 눈에 밟힌다. 그나마 세 마리가 같이 있으니 다행이다. 내가 집에 들어올 때 문 앞으로 오는 녀석이 있는데 나를 반기는 표현인 것 같아 고맙기 그지없다. 맑고 반짝이는 그 눈망울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인간의 언어가 무색해진다.


미유키네 엄마는 아기새에게 인간의 인사말을 가르친다. 그리고 병원으로 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아기새는 차츰 미유키와 말이 통하지 않게 되었고 마음도 멀어지더니 다른 주인 집에 보내졌다. 어느 날, 지진이 일어났고 아기새는 새장을 벗어나게 되었다.

인간의 집에서 살던 동물이 집을 벗어나게 되면 생존이 어렵다. 그것을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유기하는 인간들이 있다. 지구를 제 집처럼 생각한다면 이토록 훼손하지 않을 터이고, 저와 같이 살던 생명을 가족이라 여긴다면 버릴 수 있을까.


아기새는 고향으로 돌아왔고 자신을 알아본 나무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다. 생명체는 모두 주어진 역할이 있고 그걸 완수하는 게 인생이라면서 새의 사명은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 때 아기새는 자신의 이름이 ‘리본’이라는 것을 기억해낸다. 리본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기다렸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새의 이름을 알려주었고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 것이 새의 사명이라고 했다. 이 책은 새의 시각으로 서술되기 때문에 은유와 함축이 있었지만 어렵지는 않은 동화 같은 이야기였다. 리본의 다음 이야기는 독자의 상상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나는 다정한 목소리를 기다리던 리본이 미유키와 재회할 장면이 그려졌다. 떨어져있는 동안 고난을 겪은 미유키에게 희망이 되어줄 것 같다.

모든 생명체에는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나무의 말은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다. 우리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지구와 다른 생명에게 도움을 주진 못해도 더 이상 해는 끼치지 않아야 한다. 이것은 진짜 노력해야만 할 일이다. 그러지 않으면 죄를 짓는 거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