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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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시드 폴을 싱어송 라이터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가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냈는지도 몰랐다. 돌배게 출판사에서 루시드 폴의 단독 산문집이라는 소개를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다. 책을 받아보니 표지의 질감이 색달랐다. 확인해보니 커버와 속표지가 FSC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라고 했다. 또한 비목재지(Tree-free paper)라는데 원료가 사탕수수 찌꺼기, 농업 부산물이란다. 뒷 표지 상단에는 점자가 찍혀있고 자신의 목소리로 오디오북도 제작했다. 그의 글을 읽어보니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일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그는 귀 기울이는 음악가다. 그는 세상 아주 작은 것들의 소리도 듣고, 듣는다는 게 가능할까 싶은 것도 들으려고 한다타자의 아픔까지도.


p.53


함께 있지만 아무도 애써 듣지 않는, 세상의 살갗 아래에 숨어 있는 소리들이 있다. 그런 소리로 음악을 만들면 어떨까. 그 음악을 함께 듣고, 들리지 않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타자의 아픔도 조금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타자의 아픔은커녕 제 옆에 있는 이의 말조차 제대로 듣지 않는 세상이다.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과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배척하고 비난하는 시절이다. 그의 생각들을 좇다보니 나는 얼마나 귀를 막고 살고 있는가 부끄러워졌다.


1나를 기울이면에서 그는, 듣지 않는 이들은 결코 자신을 기울이지 않는다 다른 이들이 자신을 향해 기울이기만을 원하거나 혹은 강요한다 고 말했다. 속표지에도 싸인과 함께 나를 기울이는 마음” 이라고 썼다. 나를 기울여 세상 작은 소리마저 세세하게 들어보자고 하는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음악이라는 단어의 범주를 다시 생각해보았다. 노랫말이 있고 악기로 하는 연주를 음악이라고 한정지었던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소리를 내며 그것은 음악이 된다. 그는 들을 수 없는 소리는 세상에 없다고 했다


제주에서 귤 농사를 짓는 그는 언제부터인가 나무를 만나면 나무의 상처부터 살피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만일 나무가 비명을 지를 수 있다면 나무들을 더 조심스럽게 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무가 잘릴 때 이웃 나무는 친구의 비명 소리를 듣고 상처를 보호할 물질을 미리 준비할 거라는 상상도 했다.


다큐멘터리 <수라>를 다룬 글을 읽으면서는 내가 눈물 흘린 이유를 찾았다.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p.217


스크린을 조용히 채운 수많은 아름다운 이들,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존재들.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 나도 잠시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걸. 몸이 먼저 알았던 거다.


나는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린 거 외엔 한 일이 없는데 음악가는 아름다운 글을 쓰고 음악을 만든다.


p.218


아름다운 갯벌과 갯벌의 아름다운 친구들을 떠올리며, 세상이라는 이 험하고도 아름다운 비단에 수를 놓듯 한 땀 한 띰 노래를 남기고 싶다. 마침내 쇠검은머리쑥새가 승준에게 다가와 노래를 불러주었듯 내 노래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언제라도 다가가고 싶다. 그리고 만일 언젠가 동필을 만나게 된다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아름다운 것을 본 건 죄가 아니라고. 그건 축복이라고. 아름다운 당신들을 만나 나는 오늘 너무나 커다란 축복을 받았노라고.


그는 섬세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예민하게 소리를 듣고 음악을 만들며 글까지 쓴다. 나는 어떤 눈으로 보고 어떤 소리를 듣고 어떤 글을 쓰고 있는가. 나를 먼저 기울이면서 살고 있는가. 그의 글은 나를 많이 반성하게 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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