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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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어린양이 느는 걸까?

, 나도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한다.

사람 대신 책으로 위로받을 수밖에...


이럴 때 딱인 책 <마흔살 위로 사전>이 나왔다. 박성우 시인의 따뜻한 한마디가 마음 헛헛함을 채워주고 손등을 가만가만 다독여준다. 고맙게도 한마디만 해주는 게 아니라 한 단어로 떠오르는 여러 상황들을 스케치해주는데, 누구든 겪었을 법한 때를 떠올리게 한다. 이것이 시인의 장점이다.


박성우 시인은 <아홉살 마음 사전>으로 유명하다.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표현하기 애매한 감정들을 정의해주는 책이고 느낌, 감성 사진까지 출간되어 있다. 마음에서 올라오는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도록 돕는 책이라 학부모들이 더 좋아한다는 소문도 있다. <마흔 살 위로 사전>은 어른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어른도 처음 겪는 일은 많고 그때 그때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


박성우 시인의 글을 읽다보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 이런 심정이었지? 오늘 하루도 수고 많았어!”


마흔이 안 되었어도, 마흔이 넘었다 해도 괜찮다. 시인이 추린 100개의 단어들을 하나씩 마주하며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한숨에 다 읽어도 좋지만 목차를 먼저 훑어보길 권한다. 돋을새김으로 올라오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 그 단어가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와 겹친다는 뜻이다. 그런 페이지를 먼저 읽고 충분히 공감한 후 천천히 다른 단어들을 펼쳐보라. 무릎을 탁 치게 할 의외의 단어가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다.


단어는 가나다 순으로 되어있고, 각 낱말마다 두 쪽씩 구성했다. 책을 펼치면 왼쪽에 선정된 낱말과 그 상황, 그럴 때 하게 되는 말이 서 너 문장씩 실려 있다. 오른쪽 마음 곁에 마음을이라는 제목으로 시인의 짧은 에세이 같은 글이 한 문단 나온다. 그 아래에 추가로 다른 시인의 시구를 인용하기도 한다. 글을 빽빽하지 않게 편집했고 여백을 많이 두었다. 어떤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독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쉴 수 있도록 여유를 준 것이 좋다.


나는 냉정하다에서 시인이 든 사례를 읽다가 뒷목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내 성격의 장점은 맺고 끊는 게 명확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단어에서 그간 같은 말을 두 번 다시 들어주지 않겠다고 자르는나의 태도를 사람들이 분명 느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내뱉은 말들이 얼마나 다른 사람의 발등 위에 얼음처럼 차갑게 떨어졌을까. 얼마나 질려했을까. 또한 나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하며 살아왔다고 여겼지만 다른 사람을 함부로 단정지었다. 이 책 하나를 읽었다고 그동안의 내 태도가 격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다 다음 단어, ‘넉넉하다를 읽으며 이제 이 나이 됐으면 좀 넉넉한 사람이 되어보자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느긋하다를 읽으며, 이젠 근처 공원을 산책할 여유를 가지자고, 피어있는 꽃을 가만히 바라보고, 우리 집 마당에 들어와 포르르르 날아다니는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고...



느긋하다 : 느린 걸음이었지만 그새 여기까지


느긋하다는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람에게 재촉 전화를 하지 않는다는 것

그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들린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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