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안티카페 튼튼한 나무 52
신은영 지음, 임나운 그림 / 씨드북(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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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수업을 하다보면 왜?라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되는데 그에 대한 답으로 자주 듣는 말은 “그냥요.”이다. 이유가 없을 수가 있냐? 그래도 이유를 생각해보라고 하면 눈동자를 데굴거리다가 겨우 대답을 하는가 하면 이유 없다고 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한편 싫은데 이유가 어딨냐면서 싫은 걸 싫다고 하는 게 뭐가 잘못됐냐며 혐오와 증오의 글을 써대는 아이가 있다.신은영 작가의 신작 동화 <링 안티카페>의 주인공 안나의 언니이다. 아이돌 COZ의 안티카페에 들어가서 적극 활동하는 언니의 그런 행동에 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한다.


그랬던 안나에게 언니처럼 싫어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 전학생 이반지가 그 대상이다. 반지는 전학 온 첫날부터 반 아이들에게 호감을 샀다. 외모도 말투도 행동도 안나 자신에 비해 다 멋져보였다. 그런데 안나가 노리고 있던 봉사상 후보로 반지가 거론되고, 자신이 고백하려했던 필립과 친하게 지내는 걸 보니 심사가 뒤틀렸다. 결정적으로 화장실에서 반지가 예전 학교 친구들과 통화하는 걸 듣고 오해를 하게 된다. 근거도 생겼다. 반지는 친구들에게 호의적으로 대하면서 실은 뒷담화하는 이중적인 아이라는 것! 그래서 안나가 개설한 카페의 이름은 ‘링 안티카페’. 반지 안티카페라고 하면 바로 알아볼 수 있으니 반지를 링으로 바꾼 것이다. 


이 동화는 요즘 아이들의 학교 폭력이 온라인상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상황을 보여준다. 단톡방에서의 은따는 간간이 소재로 다루어져 왔는데 이번 <링 안티카페>의 소재는 익명으로 이루어지는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이다. 어떤 사람을 볼 때 특별히 싫고 좋음이 없다가도 자신 마음의 변화에 따라 너무나 싫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마음이 한결같지 않기 때문이다. 주인공 안나가 언니의 행동을 비난했으면서도 같은 짓을 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거기에 하나 더, 반지를 향한 질투심도 한몫했다. 


아무리 근거가 타당하다 해도 익명으로 타인을 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오픈된 게시판이라면 더욱 더. 타당하다는 그 근거가 욕하는 사람 자신의 잣대이지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옳으리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오해나 착각에 빠져서 한 생각일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말이다. 자신의 경험을 과신하면 더욱 속단하는데 늘 경계할 일이다. 어른도 그러하지만 아이들은 분위기나 소문에 더 잘 휩쓸린다. 안나의 친구들도 링 안티카페를 알고 난 후 반지를 몰아붙이는데, 필립과 반지만 쏙 빼고 단톡방을 만들기에 이른다. 질투와 시기심에 눈이 멀어 반지를 흉보는 데 열을 올리던 안나는 사태가 심각해지자 어쩔 줄을 모른다. 


비난의 말을 거리낌 없이 던진 이들은 그것이 흉기가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게다가 연예인이라면 악성 댓글 정도는 훈장 정도로 받아들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연예인도 한 인간이다. 연예인이건 일반인이건 비수처럼 찔러대는 말을 들으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그 누구도 타인을 그렇게 괴롭힐 권리는 없는 것이다. 유치원생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에 온라인 에티켓 교육은 필수다. 자신의 분노를 타인에게 배설하지 않도록, 아무 생각 없이 분위기에 휩쓸려서 행동하지 않도록! 


동화에서는 반지가 직접 글을 올려 친구들의 오해를 풀고 안나와도 화해한다. 이런 마무리는 어린이 독자에게 알려준다. 풀기 어려운 문제처럼 보여도 해법은 의외로 쉽다고. 피해자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반지를 통해 보여준다. 자신도 잘못한 게 있다고 인정하는 용기 있는 태도를 보며 어린이 독자들은 배울 수 있다. 억울하게 당해도 자신있게 말하고 행동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고. 안나는 교실에서 반지에게 사과하며 둘은 활짝 웃었고 지켜보던 친구들의 얼굴도 환해진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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