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의 깃털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2
윤해연 지음 / 비룡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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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비룡소 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윤해연 작가는 그동안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주로 발표해왔다. 이번에 6편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 <녀석의 깃털>이 비룡소에서 나왔다. 청소년이 주인공이고 한 편의 분량이 30쪽 정도로 짧지만 주제는 간단치 않다. 출판사의 익숙한 감각을 낯설게 깨우는 여섯 편의 이야기라는 소개처럼 시각, 청각, 후각 같은 감각과 연결되는 몸에서 발견되는 이상한 징후들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작가는 고단한 세상을 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깃털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강연에서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자기는 날 수 있다고 사뭇 진지하게 말하던 아이에게 깃털을 주었다.(이 책을 통해) 이 책의 청소년들에게 벌어지는 상황은 일반적이지 않다. 책을 읽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럴 일이 전혀 없지는 않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더라도 한번쯤은 나도 이렇다면?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 소설집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와 열린 결말이 기존 청소년 소설과 차별점이 있다. 내게 특이한 감각이 하나 있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그저 재미로만 상상하기엔 주저하게 된다. 책 속에서처럼 우리 사회는 조금만 다르면 이상한 취급을 하기 때문이다. 개성을 강조하지만 통일성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없어질 줄 알았던 중고생 교복착용이 지속되는 것만 봐도 그러하다.


표제작인 <녀석의 깃털>의 경우 친구의 날갯죽지 아래에 돋아나는 깃털을 일주일에 한 번씩 뽑아준다. 그런데 그것을 스터디카페 화장실에서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남학생 둘이 화장실에 같이 들어갔고 신음소리도 났기 때문에 음란행위를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사장에게 신고한 사람에게 따져 묻는다. 우리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직접 봤냐고? 보진 않아도 예상 가능한 거 아니냐고 더 큰소리친다. 아무리해도 말이 안 통해서 결국은 깃털이 나오는 등을 보여주고 나서야 수긍을 하기에 이른다. 나는 게 꿈이라고 한 깃털이 나던 그 친구는 어느 날 사라진다.


p.61


순간 깨달았다. 녀석은 사라진 게 아니라 꿈을 이룬 것이라고. 이루어지면 더는 꿈이 아니라고 했지만 녀석은 꿈을 이룬 게 분명했다. 세상에서 꿈을 이룬 사람이 한 명쯤은 있어도 되니까.

나는 정말 믿기로 했다. 녀석이 환한 저 하늘 위로 거대한 날개를 힘차게 펼쳐서 날아간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영영 이 지구에 발을 딛지 않고 살게 되었다고 말이다.



이루어질 수도 있는 건 꿈이 아니라 목표라고 했던 친구가 사라졌는데 날아갔을 거라고, 분명 꿈을 이루었을 거라고 예상하는 마지막에선 제발 그랬길! 독자도 같이 기도하게 만든다. 목표든 꿈이든, 우린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날갯짓을 하다보면 언젠간 날 수 있을 거라는 꿈을 믿어줄 이가 몇 명이나 될까? 그보다 남자 둘이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 게이일거라고 확신하는 사람의 숫자가 더 많을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사고 테두리 안에서 세상을 보고 믿는다. 꿈과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실은 우리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대한 것이었다.


<여섯 번째 손가락><페이머스 양>은 남들이 못 본 것과 못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다. <여섯 번째 손가락>은 손가락이 여섯 개인 2학년 오지수가 1학년 체육시간에 들어와 같이 농구를 한다. 주인공은 오지수의 손가락이 여섯 개이니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후 주인공은 분명 보았던 오지수의 여섯 번째 손가락을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못 봤다는 사실! 경기는 졌지만 모두 즐겁게 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왜 그 손가락이 자신에게만 보였을까? 결과에 상관없이 즐기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페이머스 양>에서는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공중화장실에서 혼자 출산한 뒤 아이를 방치한 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의 당사자 B양은 상담 중에 양의 소리가 들려서 화장실로 갔다고 진술한다. 상담자 박소장은 B양이 출산 후 아기 울음소리가 듣기 싫어서 살해한 것으로 사건을 정리하려고 유도한다. 그러나 B양은 계속 양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부검 결과 아기는 출산 과정에서 사망했고, B양이 직접 죽음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나왔다. 박소장은 결과지를 보고 B가 죄책감 때문에 계속 양의 울음소리를 듣는다고 짐작한다.


이 소설에서는 잊을 만하면 뉴스에 등장하는 10대의 출산과 인터넷 댓글 문제를 같이 다룬다. 짧은 분량 안에 두 가지를 다루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작가는 청소년들이 직접 겪고 고민하는 문제와 사회 문제를 자연스레 연결했다. 이 소설에서도 사건은 영아출산 및 유기 사건인데 기사의 댓글에서 B양이라는 호칭으로 설왕설래하다가 양들의 침묵이라는 영화 얘기로 넘어간다. 급기야 B양의 신상을 털자고 하다가 양이 뭔지 찾아야 한다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댓글 장면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각 소설들의 마무리는 명쾌하지 않다. 그렇기에 독후 활동을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다.청소년 독자들이 작가가 되어 결말을 바꾼다든지 뒷이야기를 상상해 보자. 각기 독립된 소설이지만 연작 시리즈가 되도록 등장인물들을 연결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될 수 있다. 또 작가가 왜 이렇게 결말을 썼을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고 토론거리를 찾아 토론해보는 것도 좋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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