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들의 빌드업 ㅣ 책담 청소년 문학
최민경 지음 / 책담 / 2022년 10월
평점 :

<우리들의 빌드업>의 주인공 천강호는 축구 유망주였다. 그러나 연습경기 도중 친구 정태수에게 과도한 태클을 걸었고, 태수의 오른쪽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태수는 전국대회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고등 유스에 스카웃될 기회를 잃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일이었다. 그 때부터 강호에게 악몽 같은 시간이 시작됐다. 친구의 축구 인생을 망친 대가는 혹독했다. 일진 무리와 어울리던 태수의 사주로 나쁜 짓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엔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 병 훔쳐오는 거였으나 점점 수위가 높아졌다. 강호는 결국 소년원에 들어갔다.
강호는 태수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으나 대한고 1학년으로 전학 와서도 계속되었다. 고의는 아니었으나 친구의 앞길을 막은 가해자라는 이유로 쥐 죽은 듯 지내는 강호를 보니 마음이 답답해지면서 지인의 아들이 생각났다. 그 아이도 소년원에 10달간 들어갔다가 나왔다. 강호는 자의가 아니라 강제에 의해 범죄를 저질렀는데 그 아이는 왜 그랬을까? 아빠가 재혼했다는 것 외엔 그 집안의 사정을 알지 못하니 섣부르게 추측할 수도 없다. 그 아이는 소년원에 갔다 와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며칠 다니지 않고 그만두었다. 강호가 그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듯 그 아이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책을 읽으며 마음이 한없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강호에 지인 아들의 얼굴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이고, 강호의 저 셔틀 생활이 언제쯤 끝날 수 있을까 하는 갑갑함도 있었다. 태수의 잔인한 태도가 도를 넘은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자꾸 강호에게 기울었다. 강호가 화자인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서술되어 그런 것 같았다. 그나저나 작가는 늪에 빠진 것 같은 강호를 어떤 방식으로 끌어낼까 몹시 궁금했고 강호가 걱정되었다. 고영표라는 전 국가대표가 대한고에 감독으로 오게 되는데 그의 도움으로 다시 축구를 시작할 것 같은 예감은 들었다.
이후 줄거리는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그만 쓰겠다.
청소년 소설은 모두 희망적으로 끝이 난다. 청소년들이 이런 소설을 읽으며 세상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안도한다. 어른들 입장에선 뻔하디 뻔하고 진부하기만 한 내용들이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간접 경험을 하게 해준다. 또한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은 미래에 자신에게 닥칠지도 모를 일이므로 예방주사의 효과가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이런 성장소설을 읽어야 한다.
학부모나 교사들도 청소년들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읽을 필요가 있다. 어른도 이런 소설을 읽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어른이라고 해서 어디 다 어른스럽던가. 인간은 죽을 때까지 되어가는 존재이다. 아이고 어른이고 책을 안 읽는 시대이지만 꼭 읽어야할 책을 꼽으라면 단연 청소년 소설!
이 소설은 축구가 소재이며 제목에도 축구 용어 빌드업이 쓰였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다. 빌드업을 하려면 기초부터 팀원 전체가 차근차근 다져서 상대방 골문 앞까지 가야한다. 우리도 혼자 사는 게 아니다. 청소년 시기에는 특히나 주위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청소년이 비록 타인에게 주는 도움이 적다할지라도 상호보완관계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빌드업해나간 작전이 골인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 청소년도 마찬가지다. 다시, 또다시! 빌드업 해서 시도하면 된다. 그게 청소년 시기의 특권이다.
“인생에서 절대라는 건 없다.”
“내가 살아 보니까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많더라. 내가 도와달라고 하면 자기 일이 아닌데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도 많고. 그러니깐 너도 힘든 일 있으면 먼저 손을 내밀어봐.”
“변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최고가 되고 싶으면 너랑 함께 뛰는 선수를 최고로 만들어라. 그건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은 일일 거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