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 - 경이롭고 감동적인 동물과 과학 연구 노트
장구 지음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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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돌보고 연구합니다>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장구 교수의 신간이다. 주로 번식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지만 이 책은 인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물과 질병, 과학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나는 고양이 집사이다보니 수의사가 출간한 책을 가끔 읽는데 대부분 고양이 전문병원 선생님이 쓴 글이었다. 4월 김영사 서포터즈 도서로 신청할 때 제목을 보니 동물 서적이라 신청했고 잘 몰랐던 분야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


저자 장구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동물 관련 굵직굵직한 이슈에 직접 참여한 선생님이다. 그런 자신의 활동과 유명 학술지에 100여 편이 넘는 논문을 제출한 이력을 바탕으로 우리가 잘 몰랐던 인간을 위한 동물들의 활약상?을 이 책을 통해 알려준다. 다 읽고 나니 동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먼저 목차를 확인하고 인상 깊었던 내용 몇 몇을 소개하려고 한다.

1부 세상을 바꾼 동물학자의 연구실 은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실험 동물에 대한 이야기다. 동물들의 희생 덕분에 인간이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2부 세상을 바꿀 동물학자의 연구실 의 내용은 현재 진행 중인 생명과학 분야의 일들인데 특히 돼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3부 생명을 돌보는 수의사의 진료실 에는 저자가 직접 돌보는 동물들의 이야기와 인상에 깊이 남았던 진료 후기가 실려 있다.


다양한 동물들이 인간을 위해 실험도구로 사용되는데 저자의 경우 동물병원에 오는 반려동물들을 살리기 위해 애쓰면서 연구자로서 실험동물들의 희생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실험동물은 연구 목적 외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데 일부 연구자들이 실험동물에 감정이입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저자의 학생이 연구에 참여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그 학생이 다루던 실험동물을 마음속으로 너무 아끼게 된 모양인지 연구가 끝나고 그 동물을 안락사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자,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하며 며칠 학교를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는, 마음 같아서는 그 동물을 분리해서 키우게 해주고 싶었으나 실험동물은 안락사로 생을 마치는 것이 운명이고 실험실의 규칙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강한 사람들일 것 같은데 단호하게 구분해야하는 게 일이니까 딜레마적 상황에 마음을 컨트롤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와 돼지를 살처분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많이 안 좋았다. 사람에게 고기를 대량으로 공급하기 위해 시작한 공장식 축산은 구제역 같은 전염병을 낳았고 그것이 번지면 생목숨을 묻어야만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 뉴스를 보지 못했다. 이 책을 읽고 그 이유를 알게 되었고 어찌나 다행인지! 2010년 구제역 통제에 실패해 무려 3조원을 투입해 350만 마리의 가축을 매몰하여 겨우 종식시켰다. 그 후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백신 정책이 도입되었다고 한다. 2011년부터는 수백만 마리의 소와 돼지에게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이 되었고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 거의 발병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구제역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덕분에 점차 국산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책을 통해 돼지에게 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소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인간의 육식욕구를 채워주고 있는 돼지가 인간의 건강을 위한 실험에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 이젠 직접적으로 인간에게 장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 인간에게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면역 반응이 억제된 돼지를 생산하는 연구는 이미 20여 년전부터 하고 있으며 유전자 조절 돼지들에서 얻은 장기를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다중 유전자 조절 돼지의 심장을 분리해 원숭이에게 이식해서 1년 이상 생존한 다국적 연구팀의 결과가 2018년에 보고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돼지의 신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해 2개월 이상 생존하는 결과를 얻었다. 향후 돼지의 심장이나 신장을 영장류에 이식해 더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생존하는 연구 결과들이 나올 것이다.


사실 심장이나 신장은 구조가 매우 복잡해서 이식하는데 어려움이 많은데 반해 임상적으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장기가 있는데, 바로 각막이다. 눈은 면역 체계가 분리돼 있어서 돼지의 각막을 이식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면역 거부 반응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중국에서 최초로 사람에게 돼지의 각막을 이식했고 9년이 지난 2019년 이식받은 여성이 건강하게 지낸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첫 수술이후 100명 이상이 돼지의 각막을 이식받았다.


또 다른 이식 후보로 연구되고 있는 돼지 장기는 췌장이다. 췌장은 매우 민감하고 부드러운 조직이므로 분리해서 다른 동물에게 이식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췌장 전체를 이식하는 대신,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도만을 분리해 사람의 간에 이식한다. 그런데 이식된 돼지의 췌도가 사람의 몸 안에 직접 노출되면 사람의 면역 시스템이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해서 췌도 세포를 죽이게 된다.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돼지의 췌도를 특수한 생체 물질로 코팅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특수물질이 세포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은 통과하지만 세포를 죽이는 항체는 통과할 수 없다. 이런 특수 장치를 이용해 실제로 돼지의 췌도가 원숭이의 간에서 오랫동안 그 기능을 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2020년 우리나라에서 돼지의 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겠다는 임상실험계획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되었다고 한다.


또 특정 질병에 걸리지 않는 일명 슈퍼동물의 사례도 있다. ‘돼지 생식기 호흡기 증후군 바이러스(PRRS)’ 질병에 걸리지 않는 돼지가 있다. 이 질병은 돼지에서 호흡기 증상과 유산을 일으켜 구제역만큼이나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이 질병의 기전을 연구해, 바이러스가 돼지의 세포에 침투할 때 세포의 표면에 있는 특정 통로를 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미국 연구팀이 유전자 편집으로 돼지에서 세포의 특정 통로를 제거하는 시도를 했다. 그렇게 태어난 돼지에게 PRRS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실험을 했는데 감염되지 않았다는 놀라운 결과가 2016년에 발표되었다. 이후 미국에서 PRRS에 저항성이 있는 슈퍼돼지를 차세대 동물자원으로 이용하기 위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동물을 이용한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저자는 식량자원에 있어 사람들이 가지는 두려움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윤리적 문제도 꼼꼼히 살펴야 하지만 그런 논의 이전에 근거 없는 편견으로 문을 닫아걸지는 말자고 충고하고 있다. 우리가 그런 기술을 외면하고 규제해도, 다른 나라에서 개발을 장려하고 관련기술을 선점해버리면 순식간에 경쟁할 수 없는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지게 될 수도 있으므로.


마지막 장, 저자가 병원에서 직접 만나고 돌본 동물들의 이야기 중 심바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 뭉클했다. 저자는 세계 최초 복제견 스너피의 핵심연구자였다. 언론으로부터 연예인급 관심을 얻은 스너피와 세포를 제공한 타이외에 숨은 공로자가 있었는데 바로 심바였다. 심바는 스너피의 대리모였다. 심바의 출생과 저자의 반려견이 되었던 사연, 복제 수정란을 심바에게 착상시켜 출산까지 성공한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았다.


첫 반려견 심바의 유골함을 연구실에 두고 있다는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동물과 사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가 건강해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러므로 저자는 오늘도 묵묵히 진료실과 연구실을 오가며 동물을 돌보고 연구하고 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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