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을 읽고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다. 당시에 집안 불화가 일어날 정도였다. 우리 가족은 1년 365일 간식으로 과자를 먹는 사람들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과자를 끊자고 했더니 반란 아닌 반란이 일어났다. 습관이란 무서운 것이다. 단짠단짠 과자, 다디단 캐러멜을 갑자기 끊는 일은 정말이지 어려웠다. 서서히 줄여나가자고 합의를 봤다. 나아가 탄산음료와 라면도 줄이기로 했는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저자의 책을 읽었기에 아이들에게 과자의 나쁜 점을 말할 수 있었다.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을 읽은 지 시간이 오래 된 것 같아 찾아봤더니 2005년에 출간된 책이다.
그 후로 나는 음식이나 건강 관련 책을 찾아 읽었다. 최근에도 비건, 자연식물식 관련 책들을 읽었는데 안병수 저자가 새 책을 냈다기에 관심이 생겼다. 신간 <안병수의 호르몬과 맛있는 것들의 비밀>의 서평이벤트에 신청해서 운좋게 당첨되어 읽었다. 이 책은 가전체로 쓰여졌다. 가전체란 사물을 의인화한 것인데, 이 책에선 인슐린이 1인칭 형식으로 말을 한다. 자신이 인간의 몸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려준다.
앞부분에서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인슐린이 직접 나서서 설명을 해주니 이해가 쉬웠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부터 충분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학생들이 즐겨먹는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이 왜 몸에 안 좋은지,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하나하나 일러주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중반부에는 나처럼 주부들에게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 책을 읽다말고 당장 집에 있는 양념부터 냉장고와 싱크대에 쌓여있는 음식들의 원재료를 확인하면 경악할 수도 있다. 이 책은 가족이 함께 읽으면서 맛있는 것들에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자신들의 식생활 태도와 방식을 돌아보면 좋을 것이다.
1장에서는 인슐린이 인체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각종 성인병에 얼마나 관여되어 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2장은 우리 입에 맛있다고 길들여진, 한마디로 중독된 것들에 대해 하나씩 그 비밀을 밝힌다. 3장에서는 페이크 푸드, 즉 속는 줄도 모르고 속고 있는 음식들의 종류에 대해 알려주고, 4장은 앞에서도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알고 먹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음식 외에 생활습관에 대해 정리한다. 마지막 40여 페이지는 저자가 책에서 인용한 각종 논문과 책의 출처를 실었다. 저자가 주장한 내용에 대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다.
1. 페이크 푸드에 속지 마라!
2. 다시 보자! 식품 첨가물!
3. 저당지수 식품을 먹자!
이것은 결국 인슐린저항을 막는 방법인 셈이다.
책의 앞부분은 대부분 나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다시 확인하거나, 까먹고 있던 것을 상기시켜주었다. 예컨대 흑설탕은 페이크푸드라는 것이다. 정제당인 백설탕이 몸에 안 좋으니 흑설탕은 좋은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흑설탕은 비정제당이 아니다. 백설탕에 캐러멜 색소를 입힌 것이므로 백설탕보다 더 나쁘다. 각종 식품 첨가물에 대한 내용에선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부이면서 너무 무관심했던 게 아닌가 싶어 부끄러웠다. 간장이나 식초를 고르면서 그저 메이커와 가격만 봤지 주재료나 첨가물에 대해선 아예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우리가 마트에서 흔히 사는 간장이 가짜 간장이었다니 놀랄 노자가 아닌가. 마트에 진열된 대표적인 두가지 간장은 산분해간장과 양조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