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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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마을은 치매 노인들의 마을이다. 정확하게는 노인 요양병원으로 아주 럭셔리하다. 환자들도 어마어마한 부자들이다. 이곳은 훌륭한 병원같지만 교도소 같기도 하고 유럽의 동화마을 같기도 한데, 어쩌면 도란마을 전체가 커다란 연극무대 같기도 하다.

우리의 주인공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아주 살짝 치매인데 이곳에 입소했다. 레모네이드만 마시기 때문에 레모네이드 할머니로 불리는 이 할머니, 아직 정신줄 멀리 보내지 않아서 그런지 사건해결을 하겠다고 나서는데...

도란마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난 걸까? 그리고 경증치매환자가 사건을 해결할 수나 있을까? 궁금함과 살짝 의심증을 장착하고 읽기 시작했다.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치고는 좀 수위가 높다. 쓰레기장에서 비닐 속에서 담겨 버려진 신생아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온 동네와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난리가 날 법한 사건인데 경찰이 한 번 다녀가고는 아무 일 없던 듯 조용해진다.

레모네이드 할머니 혼자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작가는 할머니에게 조수를 붙였는데 유치원생이다. 점입가경이다. 경증 치매 할머니와 유치원생이 신생아 유기범을 찾을 수 있을까?이제 책의 목표는 정해졌다. 추리소설이라고 홍보했고 초반에 사건이 제시되었는데다 조금 못미덥긴 해도 사건 해결자들도 등장시켰으니 이제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면 된다.

외진 곳인 도란마을에 굳이 와서, 곳곳에 CCTV가 있는 이곳에 아기시체를 유기했다면 외부인일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 병원 안에 있는 사람이 범인인데 노인환자는 제외, 가임여성이어야 하고, 뭣보다 얼마 전까지 배가 불렀어야 한다. 그런데 이 병원에 임산부는 없었다. 그럼 대체 이 사건은 어떻게 벌어진 거지?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럼 신생아를 버린 범인을 찾아야 하는데 자꾸 샛길로 샜다. 범인 색출보다는 이 병원에 근무하는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여주는데 이건 거의 우리 사회 문제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았다. 먼저 꼬마의 엄마 서이수는 이 병원 상주의사지만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고 겨우 이혼해서 아이와 함께 이 병원에서 근무중이다. 성실하게 노오력하면서 사는 젊은 남자간호사는 원장의 갑질에 짤린다. 그나마 할 말 다하고 관둬서 속은 시원했다.

 

 

"공경심을 가지라구요? 젊은 사람들 빨아먹고 여태껏 배불렸으면서 늙어죽을 때까지 똥꼬 빨아달라니 이건 무슨 개수작이에요? 사회 지도층? 웃기지 말라 그래요. 그런 사람들이 자기보다 조금만 아래에 있는 것 같아 보이면 사람을 그렇게 깔보고 무시하나요? 인간 취급도 안 하는 거 눈에 다 보여요."

 

그가 말한 사회 지도층이란 원장을 포함 그 친구들, 또한 이 병원 환자의 자식들이다. 돈은 엄청 많지만 행동은 개차반인 도대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원장실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데...

대체 범인은 언제 잡냐고오~~~

궁금해 하는 동안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너무 다이내믹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 아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리플레이 시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원장의 비리는 진짜 장난아니었다. 병원재정을 사유화하고 가정불화에다 급기야 친구들과의 마약파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범인을 지목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었다.

서이수의 가정사는 사건과 상관관계가 없지만 작가는 등장인물마다 숨은 스토리 혹은 상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래서 범인은 잡았느냐고? 물론 잡는다!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변호사에게 미리 정리를 해 놓는다. 아, 할머니 사연을 자세히 얘기하려니 전체가 거의 스포일러라서 생략하니까 또 재미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건 해결 후 꼬마와 엄마에게도 드디어 여유와 평화가 찾아온다. 착한 그 두 사람이 제발 행복하게 잘 지내길 빌었는데 다행이었다. 꼬마는 아이답지 않게 너무나 어른스럽고 똑똑했고 마지막에는 할머니 탐정의 조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좌충우돌했지만 할머니와 케미도 잘 맞았다.

스포일러 때문에 결말과 등장인물의 사연을 다 쓰지 못해 아쉽다. 혹시 책보다 이 리뷰를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꼭 책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

범인의 윤곽은 생각보다 일찍 드러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 책은 범인을 찾는 게 주목적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병폐들을 하나하나 들춰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책의 내용보다 훨씬 험악하지 않은가...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깔끔하게 사건을 정리했듯, 레모네이드처럼 청량감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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