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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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소리여?”

말도 안 되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이다. ‘개소리라는 단어가 책 제목에 들어가 있다니 이건 또 뭔 소린가? 했다. 도발적인 제목의 책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가 다산초당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제임스 볼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저널리스트이다. “가디언심층 취재팀의 책임 기자로 일하며 에드워드 스노든 NSA 폭로’, ‘위키리크스 관타나모 파일’, ‘조세 피난처사건 등을 심층 취재했고, 이 보도들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는 팩트체크에 대한 책임감과 짙은 문제의식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듣는 개소리가 얼마나 많으며 우리는 왜 개소리에 넘어가는지를 밝힌 후 개소리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이 책을 소개했다고 해서 내용이 쉬운 건 아니다. 그가 든 사례는 대부분 영국과 미국이다. 브렉시트 투표와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얼마나 많은 개소리들이 판을 쳤는지 하나하나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국제뉴스에 관심을 가지고 계속 팔로잉을 하고 있지 않다면 위 두 사례가 그리 쉽게 읽히진 않을 것이다. 최근 미국 대선뉴스를 주의 깊게 보았다면 바이든이 아직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된 게 아니라는 것은 알 것이다. 지난번 대선시즌 때, 취임식 때, 대통령 자리에 있는 동안 트럼프가 생산한 개소리의 양은 어마무시하다. 이번엔 미국 선거제도를 이용해 상하원투표로 대통령을 확정 짓는 단계까지 가려고 잠시 입을 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트럼프는 투표전부터 부정선거를 예측하는 개소리를 하지 않았던가.

 

개소리와 거짓말이 어떻게 다른지 잠시 짚고 넘어가자. 저자에 의하면 거짓말이 진실과 권위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개소리는 진실도 거짓도 신경 쓰지 않고 마구 내뱉는 허구의 담론이다. 문제는 개소리가 사람들의 일상뿐 아니라 국가 정책이나 지도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영역을 파고든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는 왜 이렇게 개소리가 활개를 치는지 밝히는데 공감이 바로바로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례보다는 이론적으로 설명할 때 우리나라의 어떤 상황과 유사한지 찾아보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맨 앞에 추천 및 감수의 글을 쓴 JTBC 이가혁 기자가 든 우리나라의 사례들을 읽을 때까지는 고개 끄덕였지만 본문을 읽으면서는 갸우뚱 했을 정도이니까... 나같은 사람 분명 있을 것 같다

 

그럼 우린 왜 이렇게 개소리에 홀라당 넘어가는 걸까? 저자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라고 한다. 개소리를 듣고도, 역시! 이러면서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확증편향’, 그리고 역화효과. 이것은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증거가 나와도 믿음을 더 굳히는 것을 말한다. 심리 실험 사례로 보여주는 집단 본능도 있다. 아무리 틀린 답인 것 같아도 많은 사람들이 말하면 자신도 그 틀린 답을 따라간다. 가짜뉴스의 제목을 보고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면 내용도 안 보고, 물론 팩트체크도 하지 않고, 공유하기도 한다. ‘소속감을 따르는 행동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인간은 참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다.

 

이제 개인 말고 집단을 보자. 미디어는 왜 개소리를 양산하는가? 돈 때문이다. 이제 래거시 미디어가 되어버린 신문사 방송사들은 예전의 방식으로는 망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유튜브에서 1인미디어들이 중소기업 못지않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고, 개소리로 단독이라는 제목만 붙이면 돈이 되는데 어떻게 그 유혹에 넘어가지 않겠는가! 인터넷에서 화제 영상을 찾아 수익화하는 전문 대행사가 홍보하고 판 영상을 영국의 주요매체들이 퍼날랐다는 사례를 읽으며 영화 <나이트 크롤러>가 떠올랐다. 제이크 질렌할이 분한 루이스는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뉴스를 찾기 위해 특종을 조작한다. 물론 가짜 뉴스는 직접 나가서 취재할 필요 없이 사진을 조작(문재인대통령이 왼손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하거나, 현장 취재할 필요없이 타 언론사의 기사(최초 기사도 가짜뉴스)를 베껴서 올리면 된다. 트래픽 증가는 수익으로 연결된다. 돈과 별 상관없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희안한 개소리들은 단톡방이나 페북, 트위터 등을 통해 삽시간에 번져 나간다

 

개소리가 뭐며 누가 개소리를 퍼뜨리고, 우린 왜 속아넘어가는지 까지 알았으니 이젠 어떻게 개소리에 대처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는다. 4부 진실을 수호하는 가장 현명한 대처법 에 나와 있다. 이 책의 의도와 저자의 열정이 좋았는데 4부 대처법은 바람 빠진 풍선 같았다. 3부까지 가열차게 풍선을 훅훅 불다가 4부에 와서 피시식하고 바람이 새버렸다. 각각 정치인, 미디어, 독자 및 유권자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몇 가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유권자인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교과서적이고 숙제같다. 다 아는 얘기고, 알지만 귀찮아서 안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저자가 내준 과제를 정리해 보았다.

 

1.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들을 팔로우해서 그들은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자.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쉽게 악마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

2. 개소리를 보고 바로 공유하지 말고 몇 초만 생각해보자. 정보의 출처를 확인하고, 입증가능한 주장인지 살펴보자. 이렇게 몇 번의 팩트체크로도 진위확인가능하다.

3. 통계를 어느 정도는 알아두자.

4. 내가 믿는 담론을 믿지 않는 담론만큼 의심해보자.

5. 음모론에 굴복하지 말자.

 

결론은 개소리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정신줄 꼭 붙들고 살자는 것이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좀 귀찮지만 팩트체크 후 액션을 취하자! 개소리 라이더가 되지 않으려면!!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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