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 책과 드라마, 일본 여행으로 만나보는 서른네 개의 일본 문화 에세이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1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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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단어가 지닌 스펙트럼은 넓다. ‘여행’이라고 한 번 소리 내어 보자. 장소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 맛난 음식을 생각하는 사람, 쇼핑목록을 리스트업 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일 것이다. 여행하면 떠오르는 생각풍선 속에 그려진 이미지들에 설렘과 기대가 그득하다. 이제는 그런 연상들이 허황되게 느껴진다. 해외여행을 기약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여행이란 단어엔 아스라함이 추가되었다.

사람들은 자구책을 찾아냈다. 예전 여행 사진을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고, 집에 있는 여행서적을 다시 들춰보고, 남들은 뭘 하는지 SNS를 기웃거려 본다. 어떻게든 여행의 설렘을 맛보고 싶은 거다. 출판사에서도 독자들의 여행 허기를 달래줄 책을 만들어냈다. 유명 작가의 여행에세이를 재출간하고, 언택트 시대엔 국내여행이라며 우리나라 여행 책을 출간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여행관련 서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나는 올 해 초 예정되었던 유럽 여행이 무산되고 나서 여행 관련한 미디어는 일부러 외면했다. 쓰라린 맘에 소금 뿌리는 짓은 하지 않겠다는 나 혼자만의 보이콧이었다. 그러나 여행 신간소식은 계속 들려왔고 하나 둘 읽기 시작했다.

최수진씨의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도 2쇄 기념 이벤트에 신청하여 당첨되어 읽게 되었다. 일본은 10여 년 전에 큐슈로 온천여행 다녀온 적이 있다. 오사카나 도쿄쪽으로 가봐야지 생각만하다 결국 가지 못했다. 이 책은 제목에 끌렸다. 여행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체험하는 것인데 책과 여행으로 만난다니 기대가 되었다.

서문을 보니 저자는 2011년부터 17번의 일본여행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한 번의 여행으로 쓴 여행기라기보다 저자가 여러 번 일본을 다녀오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쓴 것이다. 작년에 쓴 글부터 2012년 글까지 약 10여년에 걸쳐 쓴 글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일본 문화가 궁금한 독자라면 살짝 아쉬울 수도 있겠다.

예컨대 ‘일본 사람들은 전철에서 대부분 책을 읽고 있다더라!’는 내용을 저자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어학연수를 갔을 때 전철을 탔다는 때가 2000년이다. “일본인과 만화”라는 꼭지에서, 자신이 확인한 바로는 사실이더라! 그런데 일본인이 들고 있는 책이 만화책이라서 놀랐다! 라는 내용이고 이 글은 2014년에 쓴 것이다. 이번에 책으로 출간하면서 기왕이면 일본인 지인에게 요즘 일본 전철 풍경을 어떤지 확인한 내용을 글 말미에 실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표지 앞뒤의 사진이 내용 속의 사진을 기대하게 만들었는데 흑백이었다. 출판 비용 때문이었겠지만 료칸이나 화과자 사진은 컬러풀해야 느낌이 잘 전달되는데 말이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목차는 아래와 같다.

1장. 일본의 책 문화와 서점

2장. 일본을 걷는다

3장. 책과 드라마로 만난 일본

4장. 일본의 장인정신

5장. 일본 문화 체험

6장. 일본 문화 에세이

160여 쪽 분량으로 부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숨에 읽을 수 있고, 연결되는 내용이 아니므로 맘에 드는 제목이 있으면 그것부터 먼저 읽어도 된다.

료칸과 화과자, 테이프 커터(무려 16만원이 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역시~~하며 일본인의 장인정신을 확인했다. 이런 내용을 읽으면 직접 가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솟는데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현실이다.

츠타야 서점도 여러 책에서 언급된 적이 많아 일본에 가면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나는 여행할 때 쇼핑에 비중을 거의 두지 않는 편이지만 츠타야에 가면 살 게 많을 것 같다. 저자는 “긴자에서 나흘 동안 쇼핑을 했다.”는 말을 꼭 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그게 실현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쇼핑과 함께 긴자에서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도 가볼 것을 추천했다. 도쿄에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들게 만들었다.

 

 

여행 에세이는 타인의 여행 경험을 읽으며 간접 경험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요즘 같은 코로나시국에는 실행에 옮길 수 없어서 간절함만 쌓이는 부작용도 있다. 하지만 여행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남의 여행 루트를 참고 삼아 나만의 경로를 짜고, 사진 위주의 가이드북을 보며 눈부셔하고, 이국의 문화에 놀란다. 책으로 방구석 여행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이 오래되었다며 아쉬워 할 이들에게 ‘후지와라 신야’의 <동양방랑>을 추천한다. 1980년에서 81년 사이 터키 이스탄불에서 시작해 한국 일본에 이르는 400일간의 동양 방랑 여정을 사진과 에세이로 남긴 책이다. 40여년 전 동양의 모습과 문화는 당시를 살아보지 못한 이들에겐 문화충격을, 그 시절을 지나온 이들에겐 감격어린 회상의 책이 될 것이다. <책과 여행으로 만난 일본 문화 이야기> 속 10여 년 전 일본의 모습 역시 외국 어느 곳의 한 시절을 경험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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