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양장)
박소영 지음 / 창비 / 202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스노볼! 사람들은 그것을 들여다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그저 이쁘구나! 몽환적이다! 라는 생각뿐일까? 스노볼을 아래 위로 흔들어 보면 동그란 세상 속에서 파티가 벌어지는 것 같다. 동그란 돔은 아래쪽에 부착된 세상의 안전을 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스노볼을 보던 박소영 작가는 아마도 창조주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영원히 따뜻하고 반짝거리기만 할 스노볼 세상과 영하 41도의 평균 온도가 지속되는 바깥 세상을 만들어낸 박소영 작가는 창비와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 1회 영어덜트 장르문학상 대상을 거머쥐었다.

 

당신이 460쪽이 넘는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면,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 속으로 훅! 빨려들어갈 것이고, 더 적극적이라면 등장인물이 될지도 모른다. 대부분은 자신이 스노볼 세상 속 액터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모습을 그릴 것으로 예상된다. 안락한 곳에서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며 특별히 연기라 할 것도 없이 자신의 삶이 그대로 중계되니 이 얼마나 누워서 떡먹기인가. 방금, 앞 문장을 읽는 순간! 어라! 하며 문제 혹은 부작용을 발견했다면! 당신은 영화나 책 쫌 본 사람이다.

 

그렇다. ‘액터로 발탁되면 인기를 먹고 살아가지만 사생활이 없다. 비록 편집방송이기는 하지만 모든 생활이 오픈되어 있다. 배우 발탁과 연출은 디렉터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한다. 스노볼 세계가 작동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곳은 연예 기업인 이본미디어 그룹이 100년 넘도록 대를 이어서 하고 있다. 스노볼과 정반대로 혹한기만 계속되는 세상인 바깥 세상에 사는 아이들은 이본미디어에서 송출하는 방송을 보며 액터와 디렉터를 꿈꾼다. 스노볼에 입성하는 것이 소원이다.

 

이 문단까지 읽고,

, 트루먼쇼랑 설국열차 믹싱버전인데?’

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는 마시라! 위 내용보다 더 흥미진진한 반전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내용을 쓰고 싶은 맘 굴뚝같지만 그러면 줄거리를 써야하고, 그러면 책에 흥미가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직접 읽어보길 추천한다! 소설 멋진 신세계를 연상시키는 의료 윤리문제도 들어있다.

 

서두에도 밝혔듯 작가의 상상력에 그저 놀라면서 읽었다. 다양한 영화와 소설들을 믹싱한 것 같지만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이, 거기에 스토리텔링 능력까지 결합하여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꽤 긴 분량이었지만 순식간에 다 읽어버렸다. 아니? 아니! 이러면서, 이젠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기대하며 읽었는데 돌아보니 정말 순삭이었다. 보통은 소설을 읽을 때, 특히 이런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나오면 다음 내용을 예상하며 읽는다. 그래서 내 예측이 맞을지 아닐지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럴 겨를이 없었다.

 

가상의 세계, 디스토피아적 미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현실에 대한 은유가 많다. 유튜브로 모든 걸 배웠다는 사람들이 많다. 어쩌면 우린 눈 뜨고 있는 동안 미디어 속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짜 뉴스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고 가짜 뉴스인지 모르고 휘둘리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계급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소설 속에 나뉘어진 공간은 계급이다. 스노볼이 안락함을 누리려면 에너지를 생산하는 이들이 있어야한다. 스노볼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이 세상이 별일 없이 잘만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부정적인 부분은 가려져 있지 않나. 책이니까, 미래의 가상세계니까, 현실과 다르고 더 극적인 거라고 치부할 순 없다.

 

이 소설은 우리가 포장한 세계, 알면서도 모르는 척 가리고 있는 세상을 생각해 보게 한다. 십대후반 여자아이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 소설은 비슷한 또래의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고 사회문제와 연결하여 비판적 토론을 해볼 수 있겠다. 이 한권에 다양한 토론거리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소설가를 꿈꾸는 학생이라면 여성 캐릭터와 플롯 분석을 재미있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영어덜트를 넘어선 나같은 나이든 독자는 혀를 내두르며 읽은 것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앗, 스포주의에 신경쓰느라 등장인물 소개도 없이 리뷰를 썼다...

 

 

** 위 리뷰는 창비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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