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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 지금은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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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병 중에 코로나만 있는 게 아니다. 공항장애를 앓는 사람도 꽤 있다고 한다. 공황장애? 아니고! 공항장애는 공항에 가지 못해 걸리는 병이다. 아무리 해외여행 못 간다고 그렇게 힘들까 싶지만 아니다!
오죽했으면 이런 상품이 다 나왔겠는가!
얼마 전 대만에서 출발해 제주까지 왔다가 돌아간 스카이라인 투어의 순서는 이러하다.
1. 비행기에 탑승 후 이륙한다.
2. 목적지 영공을 돈다.
3. 착륙은 하지 않는다.
4. 출발 공항으로 돌아온다.
이 상품은 완판되었다고 한다.
올 들어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을 못가서 생기는 부작용 때문에 끙끙 앓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 관광비행처럼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내는 이들도 있다.
해외로 못 간다면 국내 여행을 하면 될 게 아닌가!
국내도 좀 주저된다 싶은 사람들은 남이 다녀온 여행서를 읽으면 된다!
어쨌든 해외여행의 아쉬움을 대체할 방법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다음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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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 여행 처방전>이다.
이 책의 작가 이화자씨는 카피라이터 10년, 광고학 교수 15년 경력에 세계 100여 개 국가를 여행하고 책을 쓴 여행 작가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간 밖으로만 눈을 돌리느라 별로 가보지 못했던 국내 여행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늘 하던 동네 여행부터 언젠가 가겠지 하고 미뤄두었던 소도시 여행까지, 단체 관광객 없는 한적한 섬 여행과 그 안에 보석처럼 박힌 미술관 카페들에서 세계 여행 못지않은 국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러고보니 국내에도 가본 곳보다 안 가본 곳이 더 많은데 해외여행에 목을 맸다. 작가가 24가지 테마별로 엄선한 국내 여행지를 보며 공항장애를 달래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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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행책은 순서대로 읽기보다 목차를 보고 가보고 싶었던 곳이나 맘에 드는 테마를 골라 먼저 읽어보면 더 맛이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테마는 “한적한 미술관 박물관 여행”이다. 그 중에서도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다.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은 가 본 적 있는데 가까이에 저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서소문 밖 네거리 형장에서 순교한 44인을 형상화한 ‘서 있는 사람들’이 있는 이곳은 가슴 시린 역사를 복원하여 작년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서울에 가면 꼭 들러봐야겠다. 에휴... 서울도 일 년에 최하 두 번은 갔었는데 올해는 꼼짝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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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의 통곡의 벽을 연상시킨다.
그 다음 관심 가는 장소는 완주다. 경상도에 살고 있다보니 교통편이 편리한 서울은 자주 가지만 전라도는 참 가기 힘든 곳이다. 가본 곳을 꼽아보니 거의 10여년 전 전주 한옥마을, 그보다 더 전에 기억도 가물한 변산반도 정도다. 아, 광주 5.18 묘역과 무령왕릉도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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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소 고택에서 특별한 하룻밤”에서 소개하는 장소는 전북 완주에 있는 ‘소양고택’과 아원고택‘이다. 완주 소양면 대흥리에 한옥 23채가 모여 있는 오성 한옥마을에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미와 현대적 실용성을 겸비한 품겪있는 문화공간이다.
한옥 서점 플리커 책방과 두베 카페는 이미 인스타 성지란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커피인데 BTS덕분에 유명해진 곳이라는데 난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역시 내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 그만 깝죽거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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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각 장소의 마지막에 이렇게 “Travel Tips”를 두어 찾아가는 법, 추천 코스, 근처 유명장소까지 소개하고 있다. 여행가이드북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마지막으로 눈 여겨 본 장소들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가까운 곳이다. 사실 멀리 가기는 쫌 무섭고 집에서 가까운 곳이라면 마음을 내볼까 싶다. 작가가 섬을 좋아하는지 이 책엔 섬 소개가 많다. 경상도 쪽에서 작가가 꽂힌 곳은 통영인 모양이다. 통영의 섬 연화도와 비진도를 소개하고 동피랑과 서피랑 벽화 마을과 통영의 대표서점 봄날의 책방도 소개한다. 대한민국 제 1의 항구도시 부산은 딸랑 한 군데 소개하고 있다. 벽화마을 테마로 통영 동피랑 서피랑과 함께 감천문화마을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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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화도와 비진도를 읽으며 이번엔 꼭 출발하겠다고 다짐했다. 몇 달전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통영’을 읽고 가보려고 동선까지 짰는데, 허영만 화백이 추천한 시락국집 위치까지 확인했는데, 계획은 무산됐다. 마침 또 통영 책에 당첨됐다. 며칠 전 <통영, 아빠의 바다>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었으니 통영 관련 책을 몇 권이나 읽게 되었다. 거의 평생을 부산에 살았지만 바닷가 근처에 살지 않았기에 일 년에 해수욕장 근처에 한 번도 안 가본 적도 있었다. 2년전 양산으로 이사 와서는 더욱 바다와 멀어졌다. 이젠 바다가 애틋해졌다. 통영 앞바다에 핀 연꽃과 산호빛 바다를 보러 꼭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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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아졌다. 어디론가 떠날 계획을 세우는 건 역시 설렌다. 이 책을 읽으며 나처럼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 직접 찾아가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책만 읽고 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책만 읽고 움직이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치 그 장소에 갔다온 것 같은 기분은 느낄 수 있다. 코로나 블루를 날려버릴 수 있는 책으로 일독을 추천한다.